“영남패권을 막아라”…약진 후보 5人, ‘주목’
“영남패권을 막아라”…약진 후보 5人, ‘주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1.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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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이낙연·임종석, 야권에선 황교안·오세훈·원희룡 뚜렷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최근 정치권에는 영남패권론에 도전하는 인물들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시사오늘 김승종

영남에는 죄가 없다. 그러나 영남패권론은 현실이다. ‘87년 체제’ 수립 이후,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를 제외하면 비(非)영남 출신 중 대통령 자리에 오른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DJ조차 1997년 대선에서 영남후보가 없었기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지난 20여 년 동안 대한민국 정치는 영남 출신 정치인이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영남인가

2017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은 부산(347만여 명)이었다. 그 다음은 경남(338만여 명)이었으며, 경북(269만여 명)과 대구(248만여 명)가 그 뒤를 이었다. 토착민보다 이주민이 더 많다는 수도권을 빼면 부산과 경남(PK), 경북과 대구(TK)가 대한민국 인구수 TOP4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대전(150만여 명)과 충남(212만여 명)·충북(159만여 명)을 합친 인구수는 521만여 명으로 PK(부산·경남)보다도 적었다. 전남(190만여 명)·전북(185만여 명)에 광주(146만여 명)를 더한 호남 인구수 역시 충청권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여전히 정치에 지역감정이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정치는 현 거주자만으로도 1300만여 명(울산 117만여 명 포함)이 넘는 영남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이른바 ‘영남패권론’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출신 지역만 보더라도 영남패권론의 존재는 뚜렷해진다. 우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구 출신이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경남 김해 출신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지만 해방 이후 경북 포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대구가 고향이다. 문재인 대통령 출생지 역시 경남 거제다.

심지어 6·13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10% 이상을 기록한 세 명의 서울시장 후보가 모두 영남 출신(박원순 후보 경남 창녕·김문수 후보 경북 영천·안철수 후보 부산)으로 채워지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거주민 인구와 출신자 인구가 합쳐진 ‘영남 파워’가 우리나라 정치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다 보니 차기 대권 주자군에도 영남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의뢰하고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수행해 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범(凡)여권 차기 대선 주자 중 2위 박원순 서울시장(경남 창녕)과 3위 유시민 작가(경북 경주), 4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경북 상주), 5위 이재명 경기도지사(경북 안동), 6위 김경수 경남도지사(경남 고성)이 모두 영남 출신이었다.

야권도 다르지 않아서, 1위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대구), 4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부산), 6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경남 창녕), 7위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경북 고령) 등 과반수가 영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야권에서는 ‘텃밭’인 영남 표를 잡기 위해 영남 후보를 내고, 여권에서는 호남을 잡아둔 채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영남 후보를 내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수도권을 제외하면 부산과 경남(PK), 경북과 대구(TK)가 대한민국 인구수 TOP4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영남패권론에 도전하는 사람들

최근 정치권에는 이 같은 영남패권론에 도전하는 인물들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우선 여권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약진(躍進)하고 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총리는 전남에서만 4선을 하고 전남도지사를 지낸 인사로, 호남이 실로 오랜만에 배출한 대권 후보급 ‘거물 정치인’으로 꼽힌다.

꼼꼼한 일처리와 넉넉한 인품, 여러 계파를 아우르는 포용력이 장점인 그는 앞선 조사에서도 지지율 12.7%를 기록, 범여권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현재 지지도에는 총리라는 자리가 갖는 점수가 포함돼 있는 데다, 전직 총리가 대권을 거머쥔 사례가 전무(全無)해 아직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임 실장 역시 전남 장흥 출신으로, 소위 ‘386 세대’의 대표 주자인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 아래 무럭무럭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어구(語句)가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는 현 정치권에서 젊은 재선 의원 출신 대통령 비서실장의 무게감은 날로 강화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와 임 실장의 부상(浮上)을 ‘시기상조(時機尙早)’로 보는 사람이 많다. 야권 후보들과 달리, 이 총리나 임 실장에 대한 관심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5년 단임제에서는 (임기) 뒤로 갈수록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사람들이 차기 대권 후보로 떠오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서울이 고향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돋보인다. 공안 검사 출신에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는 평을 받는 황 전 총리는 현 시점에서 친박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로 분류된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탄핵 프레임’에 걸려들기 쉽다는 점이 문제다. 더욱이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단숨에 대권 후보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KBS <정준희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 영입은) 국민이 봤을 때 촛불 혁명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대권 잠룡(潛龍) 중 한 명이다. 서울 출신에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두루 거친 경험, 신사적인 이미지를 모두 갖춘 그는 보수진영에서는 보기 드문 비영남·비박 인사다. 일각에서는 한국당 차기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오 전 시장이 유력 대권 후보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오 전 시장의 단점은 ‘보수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꼬리표다.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도 지난달 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그때 만약 서울시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안철수‧박원순 등판론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비판도 많다”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보는 입장들을 앞으로 어떻게 정면 돌파해낼 수 있을지는 온전히 정치적 역량에 달렸다”고 꼬집은 바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비영남 보수 후보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다. 원 지사는 황 전 총리와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자유로우며, 현직 도지사인 덕분에 오 전 시장과 달리 언제든 ‘이슈 메이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많은 경험에 비해 신선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세력이 없다’는 부분마저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세력이 없다’는 약점은 유효하다. 한 일간지 정치부장은 지난달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이제부터는 원 지사가 정치력을 잘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자신이 갖고 있는 포지션과 이미지를 활용해서 얼마나 어떻게 세력을 모으느냐에 따라 원 지사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갈지 수많은 정치인들 중 하나로 남을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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