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학규와 유시민, 그리고 노무현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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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손학규와 유시민, 그리고 노무현 정신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4.11 17: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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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 외치기 열풍 속 가려진 정치인-지식인-언론인들의 침묵

구차하다. 오는 27일 치러질 재보선 야권연대를 둘러싼 범야권의 행보가 그렇다. 특히 제1야당이자 민주개혁세력의 맏형 격인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의 행보를 보면 민망하기까지 하다. 무엇을 위한 야권연대이며 누구를 위한 선거연대인가, 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봉착하게 된다. 정치공학 없는 선거는 없다지만, 이 같은 구태밖에 보일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단일화를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

야권 단일후보론의 주장은 반(反)한나라당 성향의 지식인들과 유권자, 야당 정치인들의 비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 한나라당이 지난 3년간 일삼은 문명의 역주행을 막기 위한 야권연대의 당위성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아니다. 서로의 진정성을 폄훼하며 무조건식 반MB연대를 외치는 것은 유권자들이 원하는 야권연대의 정신이 아니다.

지금의 야권단일화는 ‘NO’라고 말할 수 있다. 유권자들도 그것만은 분명히 말해야 한다. 또 요구해야 한다. 권력 수탁자에 불과한 정치인들에게 명령하고 압박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반MB연대라는 결과 하나에 골몰된 진보지식인과 진보언론인, 진보시민단체 등은 모두 야권연대 과정의 구태에 대해선 함구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침묵 행보를 비꼬는 자들이, 박 전 대표의 행보를 그대로 답습한다. 미우면서 닮는다는 구전이 명언으로 탈바꿈 되는 순간이다. 이쯤 되면 야권연대는 블랙 코미디에 불과한 셈이다.

민주당은 경남 김해을 야권연대와 관련, 국민참여당의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고 자평했다.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노무현 정신인가. 도대체 노무현 정신을 어떻게 이해한 것일까. 

손 대표는 지난 7일 이종웅 국민참여당 분당을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장에 오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기존의 일정 변경이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11일 오후까지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 차영 대변인, 이춘석 대변인, 김현 부대변인 모두 참여당과의 분당을 야권연대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그럴 수 있다. 어차피 그들 선택의 문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고 말했다. 아마도 김해을 야권단일후보 선정 과정에서 쉽게 이길 수 있는 국민참여경선을 포기한 채 참여당이 주장한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한 것을 두고 한 말일 터이다. 맞다.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여론조사 방식을 택하는 것은 넌센스다.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선출은 그 자체로 정당정치의 부정 내지 약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그러나 왜 소수정당이 이 같은 안을 주장했는지, 그 전제를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그 전제를 놓친 채 ‘참여당, 시민사회단체 중재안 거부’라는, 특히 거부라는 단어에 매몰된다. 즉각 색안경을 끼고 말한다. “봐봐...유시민이 또 분열을 일으키잖아. 무슨 노무현 정신이야.” 유시민 대표가 주장한 선거인단 추출 방식을 보고도 참여당을 비난할 수 있을까.

지금의 거대양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비정상적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정상적으로 정당의 규모가 크다. 진성당원제를 추구하지 않은 정당이 여당이 되고 제1야당으로서 여당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 정당질서일까. 비판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한국의 정당은 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소수정당을 제외하곤 진성당원제로 운영되지 않는다.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단일화 방식이 정당성을 가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언제까지 여론조사에 의한 야권후보단일화를 고집할 수는 없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도 말하지 않았는가.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를 뽑는 것은 안하는 것보다 낫다. 그러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그렇다. 소수정당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대마불사식 야권연대의 도그마를 깨는 방법이 나올 때까지, 선거구의 성별·연령별 등 유권자 비율과 어느 정도 일치시키는, 출발선이 공정한 후보단일방식이 필요한 최소한의 이유다.

그 다음은, 바로 정당개혁이다. 진성당원제로 운영되는, 당원이 당의 주인이 되는, 당원의 의사결정에 따라 당이 운영되는 상향식 정당구조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정당개혁 이후에는 선거구제 개편을 통한 정치지형의 재편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민주 참여 민노 진보신당 등 개혁진보정당의 몫이자 과제다.

그런데 자금 제도권 야당의 모습은 어떤가. 민주당은 오는 12일 김해을 야권단일후보 선정에 앞서 곽진업 후보 경력 앞에 ‘노무현 정부 국세청 차장’이라는 말을 추가하자고 했다. 곽 후보는 DJ정부 때 발탁됐다. 쉽게 말하면 참여정부 시절 그는 인사발령자에 불과했다. 참여당이 이에 반대하자 결국 곽 후보의 앞에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국세청 차장’이라는 말이 삽입됐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의 실체인가. 선거연대 정신을 강조한 채 한나라당의 구태를 답습하기에 급급한 야권연대가 감동 없는 이유다.

참여당과 민노당, 진보신당 등 소수정당에게도 묻고 싶다. 야권연대의 이유가 당의 존립, 그 이상의 의미가 과연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11일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분당을 후보를 사퇴하며 “한나라당의 아성이라는 이곳 분당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사상처음 야권후보 당선되는 쾌거가 만들어져야만 한다. 민심은 분명히 야권이 하나로 똘똘 뭉쳐 반드시 한나라당을 꺾어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진희 진보신당 분당을 후보도 같은 날 후보사퇴와 야권연대 공조를 천명했다. 두명의 진보 후보 역시 반MB연대의 당위성만 긍정한 채 그 이상의 구태 야권연대 판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 분열은 곧 패배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유물론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더라도 사회적 의식이 사회적 존재를 뛰어넘을 때 개혁과 변화를 넘어 혁명이 이뤄졌다. 참여당은 김해을 사수에 골몰되지는 않았는지, 진보 양당은 비제도권으로 밀려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개혁을 잊은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문해봐야 한다.

모든 것을 부정한 채 무조건식 반MB연대에만 골몰될 경우 반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들의 선택권도 침해받는다. 정치인과 당만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MB연대를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희생이 뒤따른다. 그들에게 유권자의 희생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야권 정치인들은 소이를 버리고 대동을 위하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할지는 모르지만 결국 이러다가는 야권연대는 물론, 범야권 무능론이 대두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탈리아 공산주의 혁명가인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고 했다. 맞다. MB정부 내내 의지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야권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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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반복 2011-04-11 21:24:32
이 글의 핵심은 야권연대라는 당위의 접근을 하는데 있어서 '감동'이 없는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거대 야당 민주당을 비판......아, 이인영과 임종석이 내뱉은 말의 개념없음이여......거대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수야당이 반응하게 되어 있는데......민주당은 실기했다. 유시민 홈페이지 http://www.usimin.net 손학규의 홈페이지 http://www.hq.or

장유시민 2011-04-11 18:46:21
노무현의 탄핵을 주도했던 인간들이 김해에와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뻔뻔하기 이를데 없구나. 김해 시민들을 머저리로 보는건지 ..당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