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프레임에는 이유와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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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프레임에는 이유와 효과가 있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12.02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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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이재명·안이박김·이언주´
´프레임 논쟁´으로 보는 이유있는 ´효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정치적 프레임(틀)에는 이유가 있다.'

달리 말하면 프레임은 분명 효과가 있다.

누가 먼저 사고의 틀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이기는 전략, 지는 싸움이 된다. 프레임은 ‘올가미’와도 같다. 덫에 걸린 야생동물이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발목이 조여지고 만다. 프레임도 마찬가지다. 반박하면 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옭죄는 것만 더 공고히 할 뿐이다. 비유하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버린다. 이는 정치비평가로 유명한 노암 촘스키의 제자 조지 레이코프가 한 말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하면 오히려 사람들 뇌리 속에 코끼리 모습만 각인될 뿐이다. ‘코끼리 프레임’에 걸려든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서도 ‘프레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4가지 논쟁이 떠오른다. ‘소득주도성장’, ‘이재명’, ‘안이박김’, ‘이언주’ 프레임이다.

소득주도성장, 국가주의·경제악화에 갇히다

먼저 소득주도성장이 ‘국가주의’ ‘경제악화’ 프레임에 걸려들면서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그 용어를 쓰기가 애매해지고 말았다는 평가다. 처음 ‘국가주의 프레이밍’은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던졌다. 그는 지난 7월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 곳곳 국가주의적 경향이 있다. 박정희 시대처럼 국가기획주의에 입각해 기업을 간섭하는 국가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이라는 말로 소득주도성장에 프레임을 걸었다.

정부와 여당은 반발했지만 그럴수록 ‘소득주도성장=국가주의’만 화젯거리가 될 뿐이었다. 고용쇼크, 민생경제지표 악화 일로의 원인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소득주도성장 때문이라는 프레임도 정부의 발목을 잡는 요소였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에서 매일 반복하던 레파토리였다.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 재생산됐다. 급기야 매출이 안 오르고 일이 좀 안 되면 ‘이게 다 소득주도성장 때문이야’라는 ‘탓’으로 귀결되고 있다.

▲ 프레임 전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있다. 최근 경찰이 "'혜경궁 김 씨'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고 17일 결론 내렸지만 이 지사는 지록위마, 사필귀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친형(故 이재선씨) 정신 병원 강제입원과 여배우 스캔들 의혹 등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분당경찰서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명 둘러싼 프레임 전쟁
문준용 프레임으로 확대일로

이재명 경기지사도 프레임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서있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지난달 25일 JTBC <썰전>에서 '혜경궁 김씨’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이 지사에 대해 ‘프레임’을 언급했다. “이 사건은 ‘친문에 미운털이 박힌 이재명 지사’, 이 프레임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프레임은 새 프레임으로 역습하라.’ 이 지사 역시 ‘친문 대 비문 간의 음모론 프레임’으로 반격하는 모양이다. 지난달 17일 “혜경궁 김씨는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맞다”고 경찰이 결론 내린 직후였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이 진실의 편이 아니라 권력을 선택했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지목하는 권력은 누구인가? 이 같은 화두는 음모론에 불을 붙이는 격이었다. ‘혜경궁 김씨 사건’보다 ‘권력투쟁의 희생량인가’라는 논쟁이 중심으로 떠올랐다.

설만 무성한 형국으로 변질되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를 전면에 내세우기에 이른다. 지난달 20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이 지사는 경찰이 권력의 편에 섰다고 했는데 ‘권력’이 누구인지, 문재인 대통령인지, ‘이재명 죽이기’를 하고 있단 것인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아니면 무책임한 음모론을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한발 나아가 혜경궁 김 씨 사건은 ‘문준용 프레임’ 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 지사는 SNS등을 통해 귀걸이 이력서 논란을 낳은 문 대통령 아들의 취업 특혜채용 의혹을 새삼 거론했다. 새 프레임을 던졌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은 이간계”라면서도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허위라고 했지만, 다시금 불거진 것은 ‘채용 의혹’이었다. 친문 진영은 물귀신 작전이라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문준용 씨 또한 직접 나서고 말았다. 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특혜채용 아니다” “부당한 정치공격”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반발할수록 프레임 확대만 부채질하는 격이다. 오히려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다는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까지 가세한 상황이니 말이다. 홍 전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문준용 씨. 둘 다 자중하라"며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준용 씨 특혜 채용이 처음 문제된 건 2006년 10월 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국고용정보원 국정감사 때였다”며 “사안 자체는 누가 보더라도 특혜 채용이었지만 최소한 자식 문제를 정치에 이용하지는 말자'고 덮어 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가 자기 살려고 그 문제를 제기 하는 것을 보고 좌파들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작 사건 내용을 세세하게 알고 있었던 나는 당 실무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침묵하고 그걸 선거에 이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즉 '자기 정치'의 존재감 높이기에 적극 활용하면서 결국 ‘문준용 프레임’만 확산되는 분위기다.

‘안이박김’ 프레임의 수혜자는 누구?

‘안-이-박-김’ 프레임도 회자될수록 여권 내 분열을 가속하고 있는 듯 보여 진다. 이 프레임은 친문이 ‘임종석’ ‘김경수’ 외 비문인 안희정·이재명·박원순·김부겸을 차례로 숙청하고 있다는 풍문에서 시작됐다. 특히 ‘안희정 미투’ ‘드루킹 사건’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소문은 이 지사가 음모론을 꺼내들면서 기름에 불을 붙였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이에 대해 지난달 29일 “(안이박김은)이미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 프레임에 들어가 있다”고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안희정 이재명)다음에 박원순, 김부겸이다. 이게 공공연히 막 나온다”며  “왜냐면 초기에 만들어놓은 프레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로 인해 이 지사가 권력투쟁에 맞서는 인물로 비춰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윤 전 장관은 “이재명 지사 같은 사람이 (그 프레임을)이용한다면 좀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그 프레임을 걸려고 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철새 프레임 논쟁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소신 프레임으로 반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의원은 셀프 프레임을 잘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이 의원이 ‘나는 왜 싸우는가? 보수 혁명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은 모습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언주 철새 프레임’과 셀프 프레임?

‘이언주 철새 프레임’도 세간을 달구는 핫한 논쟁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보수우파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이언주 의원을 ‘경유형 철새’에 빗댄 바 있다. 우 의원은  “철새는 직항하는 철새와 경유하는 철새로 나뉘는데 이 의원은 경유형 철새”라며 “자유한국당에 가고 싶으면 바로 가면 되지 국민의당을 통해서 바른미래당을 거쳐 가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로 평하는 등 이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인 경기 광명 당선이 어려우니 당과 지역을 옮기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내다봤다. 그렇듯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 출마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김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부산 출신인 이 의원이 당적을 옮겨 3선에 도전할 거라는 전망이다.

반면 이 의원은 과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때를 상기시키며 ‘철새 프레임’에 맞선 ‘소신 프레임’으로 대응하고 있다. 관련해 지난달 21일 YTN 뉴스에 출연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자기가 더 유리한 곳을 찾아다니는 게 철새다. 저는 더 불리한 곳으로 온 경우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을 때도 얘기했지만, 단 하루를 정치하더라도 내 양심에 따라서 정치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자기 자신을 던지는 사람을 일종의 도전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폄하할 것은 아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민주당을 떠나 ‘안철수·손학규’ 등이 있는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당시 탈당 선언에서 “높은 지지율의 (민주당)정당을 떠나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에 솔직히 두렵다”면서도 “의연하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고 한 바 있다.

한편, 이 의원실 측은 관심이 되고 있는 ‘부산영도출마 가능성’에 대해 “언론에서 하는 얘기”라며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읍소했다. 지난달 3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내후년에 있을 일을 누가 아느냐”며 “부산을 얘기한 적도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어찌 보면 중의적 여지를 남김에 따라 항간에 더욱 회자돼 이목을 집중시키는 전략으로도 비춰진다. 스스로를 ‘이슈 메이킹’하는 ‘셀프 프레임’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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