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쌀값 폭등,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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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쌀값 폭등, 진짜 이유는?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12.03 21: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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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그간 너무 싸게 사먹었지만…단기간 천정부지, 왜?
정부 다량구매 후 올해 수확량 부실, 관리 소홀 지적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쌀값 폭등일까, 아닐까요. 소비자와 정부, 농민의 갭은 큰 듯합니다. 혼선을 초래한 것은 결국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낳은 결과라는 일침도 들려옵니다. 쌀값 폭등 논란의 원인을 ‘시사텔링’을 통해 정리했습니다.

▲ 쌀값이 폭등하고 있다. 쌀값은 왜 이렇게 오를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쌀값 안정을 제1농정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쌀값 보장을 요구하다 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죽음 이후 농민의 삶을 지키겠다는 약속의 일환이기도 했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쌀값은 예전 그대로 농민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어찌됐든 지난해 중순만 해도 12만 원대였다던 쌀값은 이달 기준 19만 원이 훌쩍 넘는 등 쌀값이 폭등하고 있다. 소비자 체감 면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농민 단체와 농가들은 쌀 목표 가격이 24만원은 돼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 서민의 입장을 고려해 문 정부는 비축미 일부를 푼다고 했고 관련해 농민은 농민을 옥죄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 민생 악화에 쌀값 폭등 등 물가상승은 치솟는 요즘 문 정부 지지율도 추락하는 가운데 쌀값을 중점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았다.ⓒ시사오늘(그래픽=김승종)

“밥도 같이 싸줄 수 있나요?”

서울 마포구에서 15년간 한식집을 운영하는 최지영(가명 여 53)씨가 최근 들어 자주 듣는 말입니다. 보통은 찌개면 찌개 포장메뉴만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공짜 밥을 얻어 가려는 손님들이 늘었다는 겁니다. 처음엔 ‘혼밥족’이 많으니까 밥하기 귀찮아 가져가나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앉아있던 손님들이 귀띔해주었습니다.

“쌀값이 오르니까 부담돼서 그렇지.”

해당 식당 기준 쌀값은 지난 3~4월에 비해 10% 넘게 올랐습니다. 20kg당 4만 6000원~7000원 하던 쌀이 5만 1000~2000원으로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임대료 인건비 부자재 등 모두 상승했지만 개중 쌀값이 체감상 가장 높다는 거였습니다. 보통 햅쌀이 시중에 풀리는 가을철 이후부터는 쌀값이 떨어지겠거니 기대도 했습니다. 그러나 ‘또 올랐어요?’ 이 말 하기가 바쁘다고 했습니다.

“여기야 식당이지만 소매가는 더 올랐을 거예요.”

실제 소매가는 더 높았습니다. 서울 사는 주부 김순례(여 50) 씨는 지난달 26일 일반 마트에서 20kg 경기아끼바리를 6만 5500원으로 구매했습니다. 말인즉슨 한 달 전 5만 9800원인가 주고 샀는데 그새 6600원 올랐다는 겁니다.

‘쌀값이 폭등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월 기준 쌀 한 가마니(80㎏)당 산지 쌀값은 19만 3684원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 원 이상 오른 겁니다. 전달(9월)과 비교하면 1만 5000원 이상 뛰었습니다. 어느 경우는 소매가로 한 가마니에 평균 21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최저로 떨어질 때 12만 원대 했던 것을 생각하면 6~7만 원 가량의 인상폭이라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쌀값 폭등’은 단언컨대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농림축산식품부 측도 여기에 힘을 줬습니다.

“폭등이요?”

거듭된 답은 “폭등이 아니다”였습니다.

“일반 소비자분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30% 올랐네, 40% 올랐네 하는데 과거와 비교하면 폭등이 아니에요. 일례로 지난해 한가마니 당 가격이 최저로 떨어질 땐 12만 6000원이었어요. 이는 1997년도 13만원이 넘던 것보다 못 미치는 금액이에요. 지금(11월 30일 기준)이 한가마니에 19만 3000원인데 작년 같은 기간은 15만 1000원 정도 했어요. 그런데 2007년에도 15만 원 했거든요. 이것만 봐도 10년 넘게 동결 된 거나 마찬가지예요.”

결국 쌀값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저렴해도 너무 저렴했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국회 쌀 가공 촉진 행사장에서 만난 쌀 생산자이자 농업회사법인(유)행복한깡촌 대표인 채창윤 씨도 “올라야 할 쌀값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채 씨는 “요즘은 기계화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기계 값, 자잿값이 모두 올랐다. 쌀 생산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농민들이 볼 때는 물가에 비해 현실적으로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특화 시키지 않으면 생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정권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밥 한공기 쌀값 200원으로 버텼다는 농민의 현실을 말해주듯 소비자들도 그동안 쌀값을 싸게 사 먹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서 한식당 주인도 “이 정도 선이면 나쁘지 않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더 인상되면 힘들다는 거였습니다. 식당 주인 표현대로라면 “기분 나빠”였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처럼 단기간에 치솟은 경우는 극히 이례적입니다. 특히 소비자가격이 기존 '쌀 목표가'를 뛰어넘은 상황에서 보면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년간의 '쌀 목표가'는 18만 8000원이었습니다. 이는 시중가가 목표가보다 낮아도 정부가 나머지 차액을 보존해주는 제도입니다.  이 가운데 지금껏 시중 가는 쌀 목표가보다 아래를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보기 드물게 목표가를 뛰어넘는 시중가가 나온 셈이지요.  여기에 사회 전반으로 볼 때도 물가는 오르는데 주식인 쌀값마저 가파르니 서민 소비 심리마저 얼어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불신 또한 팽배한 듯 보였습니다. 팍팍한 삶을 방증하듯 얼마 전에는 이런 괴담까지 암암리에 돌았습니다.

“정부가 북한 퍼줘 쌀이 동난 거다.”

이 같은 이유로 쌀값이 높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었습니다. 정부로서는 아연실색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말도 안 된다”, “전혀 불가능한 얘기다” 농림부 담당자도 황당해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오죽하면 이런 황당무계한 괴담까지 돌았을지도 되돌아봐야 합니다. 안정적 오름세 대신 몇 달 새 천정부지로 뛴 것에 대한 부작용의 단면이기 때문입니다. 괴담 일축을 위해서라도 지난정부가 수매한 비축미 현황 파악을 물었습니다.

- 비축미 쌀을 창고에 쌓아뒀을 텐데 그 쌀은 얼마나 되나.

“144만t 정도다.”

- 쌀은 그대로 모두 있는 건가?

“그대로 있다.”

- 그중 5만 t을 방출하기로 결정한 건가?(앞서 이개호 농림부 장관은 도시서민의 부담을 줄이고자 정부비축미 5만t을 푼다고 한 바 있다.)

“그렇다.”

또 많이들 궁금해하는 것이 쌀 공급량과 소비량의 문제였습니다. 쌀이 남아돌아 걱정이라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쌀국수, 쌀빵 등 가공 판매를 활성화해 쌀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에 쌀값은 급등하고, 공급은 부족해 보인다는 것에 의아한 눈길들이 적지 않았던 것입니다.

- 소비량 추세는 어떻게 되나?

“소비량은 계속 줄고 있다. 2017년 기준 1인당 연 소비량은 61.8kg다. 이는 2016년 62.9kg보다 1.1% 줄어든 수치이다. 올해 또한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더 많은 상황이다.”

- 그럼 올해 생산량 대비 전체 소비량은?

“올해는 계산이 정확이 돼있지 않지만 추정하면 생산량은 386만 8000t, 소비량은 거기에 8만t정도 모자란다.”

- 경작지가 줄어 쌀 생산이 감소한 것도 쌀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도 있던데 맞나. 현황은 어떤가.

“재배 면적은 작년 기준 75만 4000헥타르다. 올해는 73만 8000헥타르로 전년 대비 2.3% 줄었다. (영향을 줄만큼)크게 준 것은 아니다.”

종합컨대 그럼 대체 쌀값은 무엇 때문에 갑자기 급상승한 것이냐는 물음으로 모아졌습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복합적인 요인”이라고 전제한 뒤 “2017년에 쌀 공급과잉이 되면서 정부가 다량의 물량을 매입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이어 “시중 유통된 전년도 구곡 재고가 얼마 없어 가격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다, 올해 신곡 작황 상황도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물량 부족으로)폭등한 것처럼 보이는 듯하다”는 거였습니다.

말처럼 지난해 9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쌀값 안정을 위해 공공 비축미 35만t과 추가 시장격리 물량 37만t 등 72만t을 대량 수매한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정부가 노력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쌀값 폭등 논란 사태는 관리 부실의 무능으로 귀결된다는 비판도 시민 사이에서 나오는 실정입니다. “쌀값을 혼란케 한 정부 책임이 크다”는 겁니다.

관련해 한식당 주인 최 씨의 말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알고 보면 다 연관돼 있어요. 관리 면에서 정부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아요. 어느 정부나 낙하산 문제 다 있겠지만 전문가들 아닌 사람들 데려다놓으니 일이 잘 돌아가겠어요? 민심이 더 흉흉한 게 스마트 폰이 발달돼서 다 알거든요. 경기가 좋으면 식당 손님들도 왁자지껄해요. 그런데 요즘은 말들이 없어요. ‘내’가 먹고살기 어려우면 다 싫은 거예요. 문재인 대통령 찍었지만 실망이에요.”

한편 경제 악화에 이어 쌀값  문제까지, 가뜩이나 지지율 위기인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부 지원의 ‘쌀 목표가’를 둘러싸고 농민 업계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쌀값 안정을 제1농정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쌀값 보장을 요구하다 경찰의 물 대포에 쓰러진 故백남기 농민의 죽음 이후 세상은 바뀌었는데 쌀값은 예전 그대로인 농민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정부를 향한 농민의 공분은 커지고 있습니다. 당정청은 쌀 목표가격을 한가마니 당 18만 8000원에서 19만 6000원으로 인상한다고 합의했지만, 농민단체는 애초 약속한 적정가에 한참 못 미친다며 24만 5000원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도 농민들의 편에 서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 등 농해수위 위원들은 지난달 6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9.7%의 정부 예산 증가 중에도 농어업 예산은 1%만 인상시키는 등 홀대를 넘어 사실상 농정을 포기한 현 정권은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현실성 있는 쌀 목표가격 제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소리 높였습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바른미래당의 요구로 그나마 쌀 목표가격이 오를 수 있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며 “정부는 허울뿐인 농업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 펼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농민 편에서 가장 많은 목소리를 내는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도 쌀 목표가격 24만 5000원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황 의원실 측은 지난달 3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총생산은 꾸준히 증가해 연평균 4.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농가 소득은 그 절반인 2.5% 상승에 그쳤다”며 “도시근로자와의 소득격차도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이다. 농민도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쌀 목표가격 24만 5000원을 조속히 확정하라는 것이 (황 의원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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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09:47:33
문재앙 당선후 안오른게 없다 쌀을 북에다 퍼주니까 가격이 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