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백석 잇단 '地變'…고양시·요진건설, 정밀조사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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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백석 잇단 '地變'…고양시·요진건설, 정밀조사 나서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12.05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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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싱크홀 이어 온수관 파열, 대형 재난 우려…법정공방 앞서 대책 마련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경기 고양 일산 백석동 일대에서 지변(地變)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저녁 8시 40분께 백석역 근처 지역 난방공사 온수배관이 터져 1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고 숨졌고, 20여 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인근 지역 주민들은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난방과 온수가 끊겨 큰 불편을 겪었다.

이번에 온수관이 터진 지역은 2017년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던 곳과 가깝다. 당시 요진건설산업(요진개발)의 요진와이시티(요진 Y-시티)와 상업시설 벨라시타 신축현장 인근에서는 네 차례나 싱크홀이 나타났고, 도로 균열도 있었다.

지역사회에서는 대형 재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싱크홀, 이번 온수관 파열 등 일련의 사고가 서로 연관성이 있을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고양시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시민단체 활동가 고철용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 본부장은 싱크홀이 온수관 파열 원인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요진와이시티 인근 싱크홀이 배수공법으로 마무리되면서 지하 수십 미터에 물길이 만들어 졌고, 그 주변을 콘크리트로 막으면서 커다란 공간이 생겼다"며 "하지만 그 위와 옆을 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충격을 줄 경우 벽이 무너지면서 온수관을 파열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측은 1991년 설치된 온수관이 노후화되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싱크홀과 이번 사고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분명한 건 이 같은 지변이 최근 지속적으로 동일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지자체와 요진건설이 함께 협력해 정밀조사를 펼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진건설 측은 지난해 싱크홀 관련 공청회에서 "공사 과정이 미흡했다"며 부실공사를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고양시와 요진건설의 관계가 최악이라는 데에 있다. 이들은 요진와이시티 기부채납 이행 문제로 수년 간 다퉜고, 양측의 첨예한 대립은 수천억 원이 오가는 법정공방으로까지 불거졌다.

법정공방의 핵심은 1만6980㎡의 학교용지, 표면적으로는 기부채납 토지가격을 두고 다툰 것으로 보이지만 갈등의 씨앗은 학교용지 소유권이었을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당초 고양시가 요진건설로부터 받기로 했던 기부채납 부지에는 해당 학교용지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별안간 고양시는 이에 대한 소유권을 요진건설에 무상으로 넘겨줬다. 요진건설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이 업계에서 쏟아졌다. 감사원도 2014년 감사보고서에서 고양시의 잘못을 지적했다.

고양시는 특혜 의혹이 불거질 것을 알면서도 왜 학교용지 소유권을 요진건설에 무상 제공했을까. 요진건설의 로비가 배경에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해당 학교용지 소유권이 최준명 요진건설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휘경학원으로 이전됐기 때문이다.

이후 고양시는 최성 전 시장 체제에서 현 이재준 시장 체제로 넘어가면서 요진건설 측에 기부채납 이행을 촉구했고, 요진건설(요진개발)은 이를 거절하면서 기부채납 협약서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사법부는 지난해 1심에 이어 지난달 30일 열린 2심에서도 고양시의 손을 들어줬고, 요진건설은 다시 한 번 상고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의 법정공방은 3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관계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아무리 원수 같은 사이여도 재난 앞에서는 똘똘 뭉쳐야 살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사안은 주민들의 안전이 달린 문제다. 어느 정도 예견된 재난이기도 하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고양시와 요진건설 모두 인재(人災)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주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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