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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지금은 내려놓을 때다
<기자수첩>대권만 바라본다는 이미지…‘백의종군’ 필요한 시점
2018년 12월 06일 20:56:33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차기 전당대회 출마설이 돌고 있다. ⓒ시사오늘 김승종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탈당, 바른정당행을 택했던 그는 지난 11월 29일 한국당으로 돌아가면서 1년 10개월여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오 전 시장이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잠잠했던 차기 전당대회 구도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 전 시장의 입당은 사실상의 ‘차기 전당대회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도 “보수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겠다”며 굳이 전대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과연 오 전 시장의 전대 출마는 현명한 선택일까. 지난달 말,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오 전 시장은 너무 크게 ‘한 방’을 터뜨리려고 한다. 지금까지 정치를 해온 것을 보면, 전부 자기 몸집을 키우는 데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의 제17대 총선 불출마, 서울시장 출마, 무상급식 투표와 사퇴, 서울 종로구 출마, 한국당 입당 등이 모두 ‘대권 시나리오’에 입각한 움직임이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오 전 시장은 ‘영리하게 처신한다’는 이미지는 있지만, ‘당을 위해 행동한다’는 이미지가 전혀 없다”며 “이런 개인주의적인 이미지로는 절대 대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전도유망(前途有望)한 40대 초반의 초선 의원이었던 오 전 시장은 2004년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일명 ‘오세훈법’이라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해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당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궤멸 직전에 몰렸던 상황이었지만, 오 전 시장은 이런 행보를 통해 오히려 반사 이익을 누렸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총선 불출마를 통해 얻은 깨끗한 이미지를 살려 서울시장에 도전, 일약 대권 주자급으로 몸값을 높였다. 이후 서울시장 재임 시에도 그는 당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핫이슈’였던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서울시장 자리를 거는 ‘도박’을 벌이면서, ‘보수의 아이콘’이자 ‘약속은 지키는 신뢰의 정치인’으로까지 이미지를 격상시켰다. 한나라당은 오 전 시장 사퇴를 기점으로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오 전 시장 개인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는 베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장에서 사퇴한 뒤, 잠행(潛行)하던 오 전 시장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오 전 시장이 선택한 무대는 ‘정치 1번지’라는 서울 종로였다. 정치 1번지에서의 당선을 통한 ‘화려한 정계 복귀’를 노렸던 그는 평소 호형호제(呼兄呼弟)할 정도로 인연이 깊은 박진 전 의원과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종로 출마를 강행했다. 이때도 오 전 시장은 박 전 의원에게 “당의 입장보다는 개인의 정치적인 이익을 앞세운다”는 취지의 비판을 들었다.

그리고 이번 한국당 입당과 차기 전당대회 출마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마땅한 차기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당권을 잡고 세력을 형성하면 차기 대권까지 쉽게 나아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복당과 전대 출마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개인의 이익만 중시한다’는 지적이 이어질 수 있다.

오 전 시장에게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기인한다. 현 상황을 보면, 오 전 시장이 전대에 출마할 시 한국당 내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소지가 크다. ‘복당파’인 그가 당권을 노리면 친박의 응전(應戰)이 불가피하고, 이는 다시 계파 싸움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비박당과 친박당으로 갈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보수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겠다”던 그가 전대에 출마한다면, 비박 대표 주자로 나서 당권을 잡고, 대권 후보로 나아가려 한다는 당 안팎의 의심어린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당 사정과 상관없이 자신의 욕심에 따라 움직인다’는 이미지는 대권 후보 입장에서 좋을 것이 없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의원직 제명을 당하면서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도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한 발 물러서서 ‘큰 그림’을 그려봐야 할 때가 아닐까.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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