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관건은 향후 관리…행정력 보여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 논쟁이 뜨겁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5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 허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찬반 양론이 있다. 의료 영리화의 시발점이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규제를 풀고 새로운 동력을 얻는 신호탄이라는 옹호도 있다. 어느 쪽이든 후폭풍이 거세다.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은 가운데, 원 지사에게 집중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제주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퇴진 요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러한 거센 후폭풍을 원 지사가 예측하지 못했을 리 없다. 특히 잠재적 대권주자로 범보수 진영에서 몸값이 폭등한 그다. 이러한 원 지사의 상황은, 이 결정이 얼마나 불가피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방증이 될 수 있다.
사실 원 지사의 허가에는 법적·행정적인 어떤 문제도 없다. 실질적으로 비영리법인 병원들도 영리를 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OECD가입국들 중에선 영리법인을 허가하지 않는 나라가 오히려 거의 없다. 오히려 전문가들 중에선 정부도 하지 못한 규제를 과감히 푼 시도라고 추켜세우는 이도 있다. 문제는 우려다. 건강보험 체계와의 충돌, 향후 지나치게 영리화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때문에 원 지사의 선택은 불투명한 우려 때문에 당장의 위기를 외면할 수는 없다는 의미에 가까워 보인다. 이미 직원 고용까지 완료한 상황에서, 병원은 월 9억 원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 중이다. 국제법상 손해배상이 유력한데, 그 금액도 1000억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실제 원 지사는 나름의 '최선책'을 모두 시도해봤다. 병원 측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공론화 위원회를 열고 그 의견대로 녹지병원 측에 권고했다. 애초에 원 지사에게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면 공론화 위원회를 열 필요도 없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원 과정과 비교하면 차이는 극명하다. 사실상 정치적 이득을 포기한 정면돌파다.
제주 정가의 한 관계자는 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 (제주도는)거의 왕따처럼 (원 지사를)몰아가는 분위기"라고 전한 뒤, "그런데 사실 원 지사도 달리 방법이 없어서 그런거다. 할 수 있는건 다 해보려 했는데, 잘못하면 도가 파산하게 생겼으니…"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상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은 분명하다. 이제부터가 원 지사에겐 더욱 중요한 시간일 수 있다. 이미 십자가를 졌다.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액이나, 투자자 국가분쟁 등의 반작용을 감안할 때 허가취소는 어렵다. 대안도 없다. 그렇다면 원 지사가 발표와 함께 설명한 바와 같이, 이제 어떻게 의료비폭등·공공의료체계 혼란 등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인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선 원 지사에겐 정치력·행정력을 시험받는 새로운 시험일 수 있다.
보건복지위 소속 한 국회의원은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제주 녹지병원 허가로 인한 여러 우려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원 지사가 어떻게 잘 제어하는가에 성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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