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2 수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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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미·중 무역전쟁 '휴전'과 한국 수출경제
3개월 시한부…재발가능성 상존
G2 패권경쟁 본질적 구도 여전
한국 수출 다변화, 경제체력 강화를
2018년 12월 08일 13:20:52 이병도 주필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일단 휴전에 합의, 소강국면으로 들어섰다.

전세계가 한숨을 돌렸다. 향후 3개월의 '시한부' 휴전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간의 이번 합의로 무역전쟁 확전은 당분간 피하게 됐다.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려온 미·중 무역전쟁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신호여서 다행이다. 세계 6위 수출국으로서 국제 무역 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으로서도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G2 패권경쟁의 본질적 구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은 경제뿐 아니라 군사, 외교적으로도 급성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일시적 휴전에도 재연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양국의 무역전쟁은 한국의 수출구조는 물론 경제전체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GDP 대비 양국 무역의존도는 68.8%에 달한다. 양국에 대한 수출 비중도 1,2로 40%에 이른다.

한국 경제에는 직격탄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우리 경제에 중요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면 부진한 투자와 소비에 더해 경제 전체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이번 휴전합의가 실질적인 무역전쟁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한국은 어떤 대응전략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집중 진단이 필요하다.

현실적 타협, 추가협상 진행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확전을 멈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회담에서 앞으로 90일 동안 상대국에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향후 3개월간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중국은 미국 제품 수입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유예 방침에 따라 중국은 대두 등 농산물 수입을 곧바로 재개하고 향후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이 수출 감소와 이에 따른 경기 둔화, 미국은 소비재 가격 상승과 기업 실적 악화를 우려했던 것을 감안하면, 양국 정상이 무역갈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현실적인 타협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7월 미국이 먼저 불을 댕긴 대 중국 추가관세 부과는 지난달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단행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중간선거 뒤에 양국 무역 전쟁 강도는 약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양측은 이번 합의에 따라 앞으로 90일간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비관세장벽 등을 놓고 구체적인 협상을 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3개월이라는 ‘시한부’ 휴전으로, 이 기간 중 두 나라는 더욱 정교하고 진전된 무역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한국 G2 수출의존도 막대

이번 합의는 미국과 중국에 수출입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을 안심시켰다는 점에서, 두 강대국의 걷잡을 수 없는 충돌을 걱정해온 국제사회로선 일단 안도할 수 있게 됐다.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매우 잘 진행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양국 간 경제적 갈등을 막았고 상생협력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두 나라 무역 전쟁은 이들 당국자의 말 그대로 깨끗하게 끝난 게 아니다. 90일 동안 협상하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은 2천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매기던 관세율 10%를 25%로 올릴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이 휴전을 하지 않고 극한 대립을 계속했다면, 한국 정부와 기업은 모두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

수출주도형인 한국은 빅2 국가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매우 높다. 미국, 중국 두 나라 모두에 대한 수출량이 막대하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수출은 1천421억 달러로 중국은 한국의 1위 수출국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686억 달러이고, 미국은 한국의 2위 수출국이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4.8%를 차지하며, 미국도 12.0%에 이른다.

두 나라가 무역 전쟁을 벌이면 양국의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두 나라에 대한 한국의 수출에 일대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양국 무역 전쟁이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면 세계 각지에 대한 한국의 수출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극단 직전 신(新)냉전 기류

그동안의 G2 무역전쟁 실상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서로에게 물린 추가관세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지금까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중국산 수입품은 약 2500억 달러(283조원)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8월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25%로 올린 데 이어 9월엔 2000억달러어치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11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5~25%의 관세를 매기며 보복하자, 미국은 앞서 10%로 정했던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내년 1월부터 25%로 올려 재보복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번에 보류한 것이다.

그간 미·중 간 무역전쟁은 세계적인 관세전쟁과 중국발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런데도 극단 직전의 상황까지 온 데는 양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보호무역주의로 나선 미국도 문제지만 지식재산권 침해, 불공정거래 등 중국의 책임도 컸다.

하지만 무역전쟁은 모두에게 피해를 남길 뿐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내년 세계경제 악화를 전망하면서 주요한 이유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지적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내년 미국과 중국의 실질 GDP는 통상갈등이 없을 때보다 각각 0.9%, 1.6%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세계 주요 2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을 제1 패권국인 미국으로서는 견제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제력, 군사력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뿐 아니라 외교, 군사 분야에서 양국 사이의 긴장과 충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미 두 나라 사이에 신(新)냉전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세계 패권 경쟁 성격을 띤 두 나라의 무역 전쟁은 세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우려가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경제를 다시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무역 전쟁의 자제를 미국과 중국은 더욱 깊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지난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던 미중 무역갈등은 이날 회동을 통해 휴전으로 일단 봉합됐다. ⓒ신화통신=뉴시스

전면적 무역전쟁 불씨 여전

이번 합의는 그야말로 90일간의 ‘시한부 휴전’이다. 미국은 “협상을 하겠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제재가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미·중 간 산업과 무역을 둘러싼 패권경쟁의 본질적 구도는 변함이 없다.

지식재산권과 4차산업 등 선진경제 분야에서 미-중 어느 쪽도 양보하기 힘든 분쟁이 상존한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경제 현안에 관한 두 나라의 근본적인 시각차가 여전하기 때문에 3개월의 휴전이 향후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한 것도 그런 우려를 반영한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 5천660억 달러 가운데 대중국(對中國) 적자는 3천752억 달러에 이른다. 관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더욱이,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은 단순히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뿐 아니라 군사, 외교적으로도 급성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2020년 재선을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블루칼라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언제 대중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경제통상 압력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 정상과 함께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를 대체하는 새 무역협정 조인식을 연 것은 단적인 예시다. 트럼프는 미국 이익이 훨씬 강화된 새 무역협정을 위해 ‘싸움과 욕설’을 마다하지 않았음을 굳이 감추지 않았을 정도다.

결국, 미·중 무역 전쟁은 아직 제대로 끝나지도 않았지만, 종결되더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역시 문제다.
미·중 양측은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침해 등에 관한 구조적 변화를 위한 협상을 하기로 했는데 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

협상 의제들은 미·중의 최첨단 기술분야 패권과 연결돼 있어 양국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고위급 회담을 열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었다. 90일 내에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은 유예했던 관세율 인상을 즉각 시행키로 했다.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격렬 충돌 '반도체'…한국 대응책 시급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1,2위 수출국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이 80%에 이른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드는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관련, 얼마 전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12월 1일자 커버스토리 ‘반도체 전쟁 - 중국, 미국 그리고 실리콘 패권’에서 미국 산업의 선도적 입지와 슈퍼파워를 향한 중국의 야심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하는 지점이 반도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경우 반도체 이외에는 뚜렷하게 선전하는 수출 업종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쟁탈전’을 벌인다면 그 피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우리 대표 기업들에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양국이 휴지기에 들어간 이때 정부와 기업들은 닥쳐올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책을 세워 놓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경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미·중이 이번에 합의점을 찾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견제 강화 흐름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미·중 무역 마찰, 세계 보호무역주의 가능성에 상시로 대비해야 한다.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내수 부문을 강화해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장기적으로 개편해야 할것이다.

장기전 양상, 한국경제 취약

글로벌 경제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는 보호무역 경쟁은 사라져야 하지만, 보호무역 기조는 장기전 양상으로 돌입할 공산이 역시 짙다. 한국은 무엇보다 미중 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최근 동남아 수출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유럽, 중동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에도 통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23년까지 최대 연 0.3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의 성장 둔화는 우리 경제에도 악재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한국 경제는 국제적 악재에 견딜 만큼 체력이 충분치 않다. 내수경기가 가라앉고 고용사정은 악화 일로로 치닫는다.

지난 2분기 중장년층(55∼64세) 실업률이 1년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한 2.9%를 기록했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같은 기간 미국 중장년층 실업률보다 0.2%포인트 높다. 한국 중장년층 실업률이 미국을 넘어선 것은 17년여 만에 처음이란 소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가야 할 방향”이라며 “시장에서 제기되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우려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와 시장, 양쪽의 눈치를 살피는 모호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자세로 엄혹한 국내외 경제 파고를 제대로 헤쳐 나갈수 있을 것인지 실로 우려스럽다.

정부는 하루빨리 친시장·친기업 정책으로 전환해 기업의 체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규제환경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한외국상공회의소 대표들의 촉구를 보다 깊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국제경쟁력 근본대책을

수출, 대기업, 제조업에 편중된 한국 경제 모델은 더는 성장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또 경제·사회 양극화의 부작용도 낳고 있다.

무역환경 변화에 그때그때 대응하면서 장기적인 경제·산업 구조 재편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구조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미.중 양국 정부와의 통상 채널을 강화하는 등 단기 대응도 필요하지만,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과 미국에 치우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과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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