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함정…수혜자는 노조?
[주간필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함정…수혜자는 노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2.09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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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득표율이 전체 의석수 좌우…‘결집된 다수’인 양대노조 힘 커질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115.2석, 자유한국당 73.2석, 정의당 22.8석, 바른미래당 20.4석, 민주평화당 7.8석. <리얼미터>가 12월 3일부터 5일까지 수행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각 당이 얻는 의석수(국회의원 300명 기준)를 계산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거대양당의 의석수는 줄어들고, 중소정당의 의석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을 배제한 채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하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배경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혜자가 ‘따로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의석수를 지켜낼 가능성이 생기는 바른미래당도, 지금보다 의석수가 20석 이상 늘어날 공산이 큰 정의당도 아닌 ‘양대노총’이야말로 가장 큰 이득을 챙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주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지역구에서 253명, 비례대표로 47명을 뽑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양대노총이 힘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지역구에서는 영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비례대표는 총 47석에 불과한 까닭에 양대노총이 자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의석 최대치는 4~5석 가량이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제도다. 지역구 당선자가 몇 명이든, 전체 의석수는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배정되기 때문이다. 즉, 국회에서 정당이 갖는 힘은 오로지 정당득표율이 얼마나 되느냐에 좌우된다.

이렇게 되면, ‘결집된 다수’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2017년 기준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96만5000여 명, 민주노총은 84만여 명이다. 여기에 특수고용노동자 등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양대노총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 수는 약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200만 명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서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준다면, 양대노총 지지를 받는 정당의 정당득표율은 8%(제20대 총선 기준)를 상회한다. 그리고 이는 300석 중 25석을 얻을 수 있는 수치다. 양대노총 조합원만으로도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득표율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양대노조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양대노조가 ‘지지 세력’으로 머문다면 선거의 ‘캐스팅 보트’를 쥔 세력으로서 정책 결정에 관여할 수 있고, 아예 ‘노동자 정당’을 창당해 직접 원내에 진출할 수도 있다. 25석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파워’가 다양한 선택지로 치환되는 셈이다.

현재 정치권은 ‘눈에 보이는’ 지지율만으로 선거제도 개편의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을 때 나타날 양상은 ‘점진적 변화’가 아닌 ‘격변(激變)’에 가까울 확률이 높다. 어쩌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 벗어난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으로 우리를 데려갈는지도 모르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미래통합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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