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스크롤 이동 상태바
<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1.04.14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을 때 누가 주주인가

회사가 돈을 빌릴 때 차용인은 회사가 되고, 대표이사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돈을 제때 갚으면 무슨 문제가 있으랴마는 주식이 담보로 제공되다 보니 그때 누구를 주주로 봐야 하는지와 관련된 다툼이 심심치 않게 있다.

즉, 주식을 담보가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대표이사가 그대로 주주가 되는가 아니면 담보로 주식을 교부받은 자가 주주인가의 문제다. 아래의 사례도 돈을 빌려준 사람과 회사 및 경영인 사이에 주주권과 의결권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 예다.

회사는 2009년 1월 11일 김 모씨로부터 운영자금으로 15억 원을 빌렸다. 대표이사는 그에 대한 담보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 5000주를 실물로 발행해 김씨에게 교부했다.  그리고 회사가 제때 갚지 못하면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조건 없이 김씨 소유로 하고, 이에 대해 이의하지 않는 것으로 약정했다.

김씨가 그 주식을 취득하거나 담보로 제공받기 이전에는 그 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가 각 5000주씩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표이사는 자신의 주식 5000주를 김씨에게 담보로 제공해 놓고는 다시 장 모씨에게 주권의 교부 없이 채권양도의 방법으로 그 주식을 양도했다.

이사도 신 모씨에게 같은 방법으로 주식을 양도해 당시 회사의 주주명부에는 장씨와 신씨가 주주로 등재돼 있었다.  김씨는 변제일인 2010년 1월 10일이 경과한 후에도 회사가 돈을 갚지 않자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주식 5000주에 대해 수차에 걸쳐 명의개서를 청구했다.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빌려 준 돈을 회수할 방법을 모색하던 중 회사 등기부를 열람하게 됐다.

회사의 등기부에는 2009년 10월 26일 최 모씨가 대표이사로, 또 다른 2명이 각 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등재돼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최씨 등을 이사로 선임한 임시주주총회결의 전에 김씨에게 상법 규정에 따른 소집통지는 이뤄진 바 없었다.

이 점을 파악한 김씨는 법원에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씨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것은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회사에 주주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면 된다.

김씨의 신청이유는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50%를 소유하고 있는 주주로서 총회의 소집을 위한 통지를 받은 일도, 총회에 참석한 사실도 없으므로 최씨가 총회에서 회사의 이사로 선임되고 이를 기초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적법한 총회의 결의 없이 이뤄진 것이므로 모두 무효라는 것이다. 즉, 최씨는 대표이사 및 이사로서의 권한이 없으니 직무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이다.

여기서 쟁점은 주식 5000주를 담보로 교부받은 김씨가 회사의 주식 50%를 소유한 주주인지, 혹은 50%의 의결권을 갖는지에 있다. 만약 그렇다면 회사에서는 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김씨에게도 소집통지를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절차 없이 총회를 개최했으니 그 총회는 하자가 있고, 그러한 하자 있는 총회를 통해 선임된 이사는 이사로서의 권한이 없게 된다. 만약 그 반대라면 총회는 적법하게 개최된 것으로 봐 최씨의 대표이사로서의 직무집행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어 김씨의 가처분은 기각될 운명에 처한다.

상법상 기명주식의 취득자는 명의개서를 해야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 법원에서는 회사가 명의개서청구인이 적법한 소지인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명의개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본다. 또 회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주식양수인이 신의칙상 명의개서 없이도 회사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므로 김씨는 명의개서 없이도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비롯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담보의 목적으로 주식이 양도돼 양수인이 양도담보권자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양도담보권자가 주주의 자격을 가지므로 위 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김씨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 어느 쪽 당사자든 위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어야만 각각의 상황에 따라 취해야 할 적절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