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논란] 이유근 “녹지병원, 제주도 의료계에 영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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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논란] 이유근 “녹지병원, 제주도 의료계에 영향 없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8.12.22 1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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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제주 아라요양병원장
“병원이 떼돈? 실정 모르는 이들의 어림짐작”
“건강보험체계 걱정도 기우…우린 美와 달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영리병원 논쟁이 제주를 달구고 있지만, 정작 현지 의료계의 목소리는 찾기 쉽지 않다. 그 가운데 소신발언으로 이목을 끄는 인물이 있다.  지금도 제주에서 병원을 직접 운영중인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이다. 이 원장은 영리병원 논쟁에 대해 “오해가 부른 불필요한 논란”이라고 일축했다.

<시사오늘>은 이 원장과 19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직 의료인의 눈에 비친 제주 영리병원 논쟁에 대한 진실과 허구를 살펴봤다.

-영리병원 반대론자들은, 영리병원이 향후 우후죽순 늘어나며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의료법인은 영리법인으로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 병원의 경우 우리나라 세법상 의료 법인으로 바꿔야 누진세가 감면된다. 병원 재투자도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에 일반 병원도 의료법인으로 바꾸려고 하는 추세다. 지금 ‘영리병원’이라는 네이밍이 잘못돼서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일각에선 병원이 돈을 많이 버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그 짐작부터가 오해다. 내가 다른 기고에서도 비유한 바 있다. 프로야구선수의 연봉이 높으면 야구선수가 돈을 가져가는 거지, 구단이 흑자가 나는 것인가. 우리나라 프로야구 구단들은 다 적자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서울대학교병원이 대략 연 200억 원 정도 적자가 난다. 어떻게 돈을 버는 사업일 수가 있나. 일부 시민단체나 활동가들이 지레 짐작으로 병원이 떼돈을 번다고 주장하는데, 이들은 병원 실정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병원 업무 근처에도 안 가본 사람들이다.

의료보험 적용이 안 돼서 터무니없이 비싸면 사람들이 갈 수 있겠나. 환자가 없으면 망하는 것은 병원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의료보험이 적용되면 한국은 의료 수가가 법으로 딱 정해져 있기 때문에 떼돈을 벌기가 불가능하다. 감각적으로 돈이 되는 일을 알고있는 대기업들이 왜 그간 병원을 만들지 않았겠나. 삼성의료원, 현대아산병원은 특별한 배경을 가지고 지어졌다. 이병철·정주영 회장이 자신들을 치료할 최고급 병원이 필요해서 지은 거다. 지금 운영하는 아라요양병원도, 나중에 내가 입원할 수 있다 생각하고 제주도에서 가장 좋게 지었다.

지금은 그렇게 병원을 지으려는 국내 대기업이 없다고 본다. 사회도 고령사회로 가고 있고, 사실 병원은 늘어나야 하는데, 지을 사람이 없으니 자본을 끌어오는 도리밖에 없지 않나. 의사들은 모두 처음부터 재산이 많아서 병원을 여나. 아주 예전에나 개인의원에서 환자를 많이 보면서 돈을 모으고, 그러면서 종합병원을 여는 게 가능했다. 지금은 종합병원을 열고 싶으면, 의사들이 힘을 합쳐서 만들 수밖에 없다. 내가 직접 한국병원, 한마음 병원을 열어서 운영해보지 않았나. 한국병원은 그래도 공동운영자가 6명이니 복잡하긴 해도 운영이 됐는데, 한마음병원은 16명이나 되니 너무나 규제가 많고 절차가 복잡해서 어려웠다. 그래서 주식회사형으로 만든 뒤에 앞서 언급한 의사 주주의 비율을 반드시 50% 이상으로 한다든가 하는 장치로 해결해야 한다."

-건강보험체계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은.

▲ 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 ⓒ이유근 원장 제공

“ 건강보험법에 대한 걱정 역시 기우(杞憂)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영리병원에 건강보험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애초에 녹지병원에 의료보험을 적용하든 안하든 상관이 없다. 적용하면 이용할 사람은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하지 않으면 비싸서 안 갈 것이다. 현대 병원에서 영상의학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은데, CT도 MRI도 없는 병원에 누가 가겠나. 그러니 제주도의 의사들도 가타부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녹지병원이 제주도 의료계에 영향을 못 끼친다고 보고 있어서다.

 건강보험법도 바뀔 수가 없다. 100원 짜리를 80원에 팔라고 하는 반 자본주의적인 법이지만, 유신체제에서 밀어붙여서 의사들이 꼼짝 못했다. 이게 굳어지는 바람에 결국 위법적이라고 하면서도 합헌판결이 난 바 있다. 국회의원들이 개정한다고 하면 국민들의 반발도 거셀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도 재집권은 요원해진다. 그러니 바뀌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향후 의사들의 데모도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의약분업 당시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나도 그 때 삭발한 16인 중 하나다. 하지만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건강보험법 폐지나 개정으로 데모를 할 수 있을까. 할 사람이 없다.”

-의사협회가 반대하는 이유는.

“의협은 의사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할 일을 하는 거다. 그간 법적으로는 보장되던 의사들의 고유권한인 병원개설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의협이 유감을 표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전문 경영인이 와서 병원 사정을 모르면서 원장노릇을 하며 병원을 망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앞서 언급한 주주비율 등의 장치로 해결이 가능하긴 하지만, 인지상정상 지금 의협이 침묵하거나 찬성할 수는 없다.”

-미국과 같은 의료영리화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나도 영화 식코(sicko)를 봤다.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 그런데 그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우리는 사법체계가 전혀 다르다. 우리는 국가에서 요금을 정한다. 의료수가조정위원회가 있지만 형식적이다. 의료보험공단에서 8명, 의료계에서 8명, 공익위원 8명인데, 의료계에 의사·치과의·한의사·간호사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사의 의견이 통일돼서 반영되긴 어렵다. 전부 정부 입김대로 되는 것이다.

미국의 의료수가가 높은 것이 영리병원 때문일까. 영리병원이 13%밖에 되지 않는 미국이 그 난리라면, 72%의 네덜란드는 지옥에 가까워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은가.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 미국의 문제는 변호사의 영향이 있다.

한 사례로, 지인 중에 1990년대 말 미국 특파원이 있는데, 네바다 사막에서 자동차 사고가 나서 목을 살짝 다쳤었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있더니 별일 없는 것 같아서 집에 있었더니 변호사가 찾아왔다. 그 변호사가 ‘이렇게 있으면 안 된다’고 하더니, 10개월 정도 치료를 받게 하고 1만 달러를 가져다 줬다는 거다. 알고보니 3만 달러를 소송해서 받은 다음, 1만 달러를 갖고 1만 달러는 치료비로 쓰고 가져다 준 게 1만 달러였다. 그러니 보험사들도 보험료를 올리고, 의료수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원리다. 미국이 민간보험사와 민간병원에 의료를 전부 맡겨버린 대가다. 

우리는 정부에서 의료보험을 무조건 강제한다. 미국은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다 보니, 보험이 있어도 병원을 이용 못하는 이들이 생긴다. 그러다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 이들이 비싼 값을 내고 영리병원을 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가입돼 있으니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영리병원이 세워져도 굳이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근본적인 차이를 아예 간과한 채,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미국처럼 된다고 오도를 하는 이들이 많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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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2019-02-04 13:45:43
돈이 많으면 좋은 서비스에 우대 받고 싶은게 인지상정인데 하물며 아플때는 오죽하겠습니까. 의료 민영화가되면은 빈부격차를 떠나서 국민들이 의료격차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