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文 대통령 20대 지지율 하락…문제는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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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文 대통령 20대 지지율 하락…문제는 ‘공정성’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2.27 15:36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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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은 기회의 평등에 익숙해…기계적 평등 정책은 반발 살 가능성 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찮다. 그리고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중심에는 20대 남성들이 있다. ⓒ시사오늘 김승종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찮습니다. <한국갤럽>이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조사해 14일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45%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중심에는 20대 남성들이 있습니다. 앞선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38%까지 폭락했습니다. 60대 이상 남성(27%)과 50대 여성(30%) 다음으로 낮은 지지율입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80% 넘는 지지를 보냈던 20대 남성들은 왜 급격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뒀을까요.

20대 남성들의 목소리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시사오늘>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다가 돌아선 20대 남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0대 중반인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지만, 지금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무당층으로 돌아선 사람들이었습니다. 잠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대통령 바뀐다고 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박근혜가 워낙 이상한 짓을 했으니까 그거 바로잡고, 그냥 정상적으로만 해달라고 뽑은 거죠. 근데 지금 하는 거 보면 박근혜보다 더한 것 같아요. 박근혜는 자기들끼리 해먹은 거지만 문재인은 남자들을 완전히 범죄자 취급하잖아요.”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여자들 핍박하고 커피 심부름 시키고 집안일 떠넘기고 했던 건 50대 60대들이잖아요. 문재인 대통령도 영부인이 애 봐달라고 하니까 엎어져서 자라고 했다면서요. 집안일 다 떠넘기고 재떨이 심부름 시키고. 그래놓고 죄책감 드니까 이제 와서 잘해주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정작 20대 남자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나쁜 짓은 자기들이 다 해놓고 20대한테 피해를 보라고 하냐고요.”

“솔직히 저는 20대 30대 여자들이 진짜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엄마 세대면 몰라도, 자기들이 피해본 게 뭐 있어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남자가 손해를 봤으면 봤지 여자들이 뭐 그렇게 손해를 봤어요? 근데 우리 엄마 세대가 본 피해를 꼭 자기들이 본 것처럼 감정 이입해가지고는 남자들을 쓰레기 취급하잖아요. 그걸 정부는 또 오냐오냐 다 받아주고. 문재인 지지하는 20대 남자가 멍청이 아니에요?”

20대 남성들의 지지율 하락 원인이 경제적 문제에 있다는 기성세대들의 분석과 달리, 현장에서 나오는 불만은 젠더 갈등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은 비교적 간명했습니다. ‘여성이 피해를 입었던 20~30년 전과 다르게, 지금은 여성들이 차별을 받지 않는다. 그러니 국가가 무리하게 개입하지 말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달라.’

“기회가 평등하니, 과정도 공정해야”

‘적어도 20대들에게는 남녀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완전히 평등하다. 그러니 인위적으로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은 불공정하다’는 이 메시지에는, 생각보다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얼마 전 크게 논란이 됐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 내용을 기억하시나요. 유 이사장은 12월 21일 한 출판사의 주최로 열린 특강에서 “(남자들은) 군대도 가야 되고 특별히 받은 것도 없는데 자기 또래의 집단에서 보면 여자들이 유리하다. 자기들은 축구도 봐야 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온라인 게임)도 해야 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는 거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유 이사장의 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그는 “20대 남성들이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할 측면이 있다”며 “우리 세대는 ‘여자는 대학 안 가도 그만’이라는 식이었지만, 지금 20대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거의 여자였고 말 잘 듣는 여자애들은 선생님들이 예뻐해 주고 남자애들을 얼마나 차별했는지 느껴온 세대”라고 지적했죠.

20대 남성들과 문재인 정부가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이곳입니다. 유 이사장의 말대로, 지금의 20대는 남녀 차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온 세대입니다. 실제로 올해 초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2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의 역전과 고용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5~29세 여성의 고용률(69.6%)이 같은 나이대 남성 고용률(67.9%)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20대 남성들이 보기에, 지금의 20대 남녀는 ‘동등한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기회가 평등’하면,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가 정의’로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20대 남성들은 정부의 여성고용할당제나 여성창업자지원 등에 격한 거부반응을 나타냅니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음에도, ‘여성’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정책에 대한 불만은 모두 문재인 정부 책임으로 귀속되고 있죠.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는 2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요즘 남자 학생들은 같은 또래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별로 차별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성에게 지원책이 집중되니까 정부가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런 인식을 고려하지 않고 충분한 논의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이 추진된다면, 앞으로도 지지율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충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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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2018-12-27 22:09:18
지금까지 봐왔던 기사들 중 핵심을 가장 정확히 짚었네요.
핵심은 젠더 이슈입니다.
페미들이 남자들에 대해 온갖 성희롱과 욕설을 해도 정부는 그들의 배경을 봐달라며 감싸주기 급급하고 오히려 정책까지 받아주고 있고,
여성위주의 청원들은 허리를 굽신거려가며 답변을 해주지만 곰탕집 유죄추정 청원에 대해서는 이런거 올리지 말라는 식으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유투브 성차별 규제, 여폭법, 각종 여성우대 정책 등 수도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에서 딱 하나 잘못된 내용은 남성은 군대로 인해 여성보다 출발선부터 뒤쳐진다는겁니다.

기레기 2018-12-27 19:12:32
20대 지지율 빠진건 기레기들이 제대로 보도를 하지ㅡ않으니 방법이 있나?

한경오시사인 언제 한번이라도 메갈이 요새 나오는 페미시위가 꼴통이라고 보도 한적 있더냐??

에이드 2018-12-27 17:18:08
본인 입으로 '60대 넘어가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라고 발언했었는데, 그때 내뱉은 정확한 단어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였다. 해석하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같은 선출직, 장관같은 임명직 등을 맡지 않겠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일 것 같고, 오히려 스스로 눈 감을 때까지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 사람이 보여주는 행태를 보고 있으면 어떤 상실감이 느껴진다. 한 때에는 인생의 멘토로 삼을 만한 인물이었는데, 어느새 방구석 꼰대가 돼버렸더라.더 늦기 전에 정신을 차리길 바랄 뿐이다

프라프치노 2018-12-27 17:05:03
50~60대 국회의원들이 20대를 예단하고 더 화나게 했는데.
이 글은 분명히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감지되는 20대~30초반의 대다수 의견이고, 가장 분노하는 성장배경과 차별적 정책을 정확히 집고 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benhugo 2018-12-28 00:48:27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