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의 ‘종횡무진’이 씁쓸한 이유
홍문종의 ‘종횡무진’이 씁쓸한 이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2.28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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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당 위기의 시작은 제20대 총선 공천 갈등…반성이 우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요즘 자유한국당 최고의 ‘이슈메이커’는 홍문종 의원이다. ⓒ뉴시스

요즘 자유한국당 최고의 ‘이슈메이커’는 홍문종 의원이다. 친박(親朴)의 지원을 등에 업은 나경원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후, ‘친박 핵심’인 홍 의원은 그야말로 종횡무진(縱橫無盡) 움직이고 있다.

홍 의원은 나 원내대표 당선 직후인 12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비대위 체제는 동력을 잃었다”며 “빨리 짐 싸고 집에 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역 당협위원장이 대거 교체된 당무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그걸 누가 인정하느냐”며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복당파 사람들을 문제 삼아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20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다시는 촛불 같은 간계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제가 먼저 ‘잘못했다’고 얘기할 테니,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도 반대했던 사람도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의 발언을 종합하면, 홍 의원은 현재 한국당이 위기에 처한 이유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가능했던 이유는 복당파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했기 때문인 만큼, 현 상황에 대한 책임도 복당파 의원들에게 물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논리구조, 시발점이 이상하다. 시계를 2016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공천 과정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을 뽑아 달라’고 말한 후, 새누리당은 ‘진박 마케팅’으로 시끌시끌했다. 최경환 의원은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TK(대구·경북) 지역을 돌아다녔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비박 학살’로 ‘진실하지 않은 사람’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여기에 김무성 대표가 이른바 ‘옥새 파동’을 일으키면서,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싸늘해졌다. 한때 ‘180석까지 기대한다’던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123석)보다도 적은 122석 획득에 그친 것은, ‘진박 감별’과 ‘비박 학살’ 등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친박의 책임이 컸다.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백서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은 명징하게 드러난다. 백서 발간에 참여한 서울 소재 대학교 한 정치학과 교수는 “공천 과정에서의 혼란, 특히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독단이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고,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자들도 “설 직후, ‘진박 감별사’가 돌아다니며 (여론이)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제20대 총선 패배는 박근혜 정부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총선 패배로 국정운영 주도권을 잃은 새누리당은 ‘최순실 게이트’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이미 여론이 완전히 탄핵 쪽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정치권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직접적 원인’은 비박에 있을지 모르나, ‘궁극적 원인’은 친박 쪽에 있는 셈이다.

한국당은 왜 위기에 빠졌을까. 국민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왜 등을 돌렸을까. 총선 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내부 갈등,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반민주적이고 위헌적인 행태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당이 다시 국민들의 마음을 되찾으려면 총선 과정에서의 볼썽사나운 모습과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반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터다. ‘친박 핵심’인 홍 의원이 나서서 탄핵에 찬성한 복당파를 비판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 의원의 종횡무진이 씁쓸한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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