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 왓] 대림산업, '아픈 손가락'과 '효자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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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s 왓] 대림산업, '아픈 손가락'과 '효자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1.07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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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기업들이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업체는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선택해 투자를 줄이기도 하고, 또 다른 업체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통해 맞불을 놓기도 한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어떤 강점과 약점, 그리고 어떤 기회와 위기가 있을까. <시사오늘>은 'SWOT 기법'(S-strength 강점, W-weakness 약점, O-opportunity 기회, T-threat 위협)을 통한 기업 분석 코너 '기업's 왓'을 통해 이에 대해 짚어본다.

S- 도시정비사업 일인자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2018년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8조2568억4610만 원, 영업이익 6786억9497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7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9.39%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0.69% 증가했다. 원가관리에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특히 대림산업의 호(好)실적을 견인한 건 도시정비사업이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연말 서울 노량진8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며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차지했다. 총 수주액은 2조2061억 원, 2위인 HDC현대산업개발을 1750억 원 차이로 따돌렸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박상신 부사장(건설부문 대표이사)의 역량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은 2017년 도시정비사업 수주 8위에 그쳤으나, 박 부사장이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수주 규모를 3배 가량 늘리는 쾌거를 거뒀다. 박 부사장은 업계에서 국내 주택사업 전문가로 통한다.

증권가에서는 새해에도 대림산업이 도시정비사업 일인자의 면모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대림산업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 노선 공사 지분 41%를 확보, 시공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GTX-A 노선은 문재인 정부와 지역구 의원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폭적인 지지로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치른 바 있다.

W- '아픈 손가락' 플랜트사업본부

플랜트사업본부는 대림산업의 '아픈 손가락'이다. 2013~2017년 플랜트사업본부의 누적 적자는 1조 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대림산업의 전체 매출 중 플랜트공사를 통한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3.7%, 2017년 19.8%, 2018년(3분기 기준) 12.0%로 매년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와 해외 플랜트공사 매출이 동반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2018년 3분기 기준 대림산업이 국내 플랜트공사로 올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56% 줄었고, 같은 기간 해외는 53.83% 감소했다.

불투명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임헌재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장은 이달 초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비상경영 선언문을 발표했다.

해당 선언문에서 임 본부장은 "지금까지 회사와 그룹 도움으로 연명했다. 더이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모든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고 퇴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플랜트사업본부 소속 임원 15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조 원 규모의 뉴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수주했음에도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전(全)임원이 총사퇴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전망도 밝지 않다.

김세련 SK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플랜트 사업부에서 소극적 수주가 이어지는 등 해외 수주에서 소외된 상황"이라며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대림산업 CI ⓒ 대림그룹

O-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 '효자손' 될까

11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은 대림산업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지클리프 리조트 개발사업)은 파주 탄현면 법흥리 1790번지 일대 토지(44만8528㎡)에 콘도미니엄을 짓는 프로젝트로, 2007년 11월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아 착공했지만 당시 금융위기에 따른 시행사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공정률 30%대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 부지는 사실상 대림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후 해당 사업은 사업성, 금융 이자 문제 등으로 대림산업의 골머리를 썩게 했고, 급기야 대림산업은 공사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강영국 전 대림산업 대표이사는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은) 사업 분양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토지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4·27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대림산업이 보유한 공사 부지 가격이 급격히 뛰었고, 최근에는 GTX-A 노선 착공식이 열리는 등 광역교통망 확충도 가시화되면서 그 가치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중순에는 문재인 정부가 해당 부지를 활용해 제2개성공단을 조성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아직 리스크가 적지 않으나, 만약 장밋빛 전망대로 그림이 그려진다면 대림산업 입장에서는 '효자손'과 같은 사업이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박상신 부사장(건설부문 대표이사)은 지난 4일 건설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은) 언제쯤 사업에 나설지 말하기 어렵다. 여러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난해와 전혀 다른 뉘앙스다.

T- 오너 리스크·갑질 이미지 해소 요원

오너 리스크와 갑질 이미지 해소가 요원하다는 점은 대림산업의 경영활동을 위협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1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이해욱 부회장 등 오너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함과 동시에 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제점으로 거론됐던 내부거래와 순환출자구조를 스스로 단속하고, 협력사와 상생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정권 맞춤형 행보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후 대림산업을 둘러싸고 하청업체 갑질 의혹, 금품 수수 의혹, 사기분양 등 부정적 이슈가 연거푸 터졌고, 2년 연속 갑질로 국회 국정감사에 소환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연말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 이해욱 부회장을 향해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연초 경영쇄신안은 공염불이 된 실정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이에 대한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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