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노동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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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노동계 반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1.07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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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구간설정위원회·결정위원회로 분리
노동계는 “노동자 목소리 우선 반영돼야” 반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대폭 수정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노동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이 일괄 심의·타결하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이원화하고, 정부가 갖고 있던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나 노·사 단체에 일부 양도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의 핵심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분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노동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총 27명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최저임금 인상률을 일괄적으로 심의·타결해 왔다. 그러나 노사 모두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각자의 입장만을 내세움에 따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고,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므로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구간설정위원회를 설치, 노사 양쪽이 추천한 전문가 9명이 상시적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통계를 분석해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도록 했다. 전문가들이 경제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인 인상 구간을 결정하면, 노동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그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확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한 보완책인 셈이다.

결정위원회의 경우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3자 동수로 구성된다. 다만 정부가 추천권을 독점하고 있어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공익위원 자리에 국회 또는 노사 단체가 추천한 인사가 일부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노사 입장차가 팽팽할 시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들이 결정권을 행사, 결국 정부 뜻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던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결정위원회 노사 양측 위원도 노사 단체가 추천하는 지금 형태를 유지하되,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법률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재갑 장관은 “그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복돼왔던 소모적인 논쟁들은 상당 부분 감소될 것이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먼저 노동계는 구간설정위원회의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상·하한을 결정하면 노동자 의견이 배제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구간 결정 과정에서는 당사자인 노사가 개입하지 못하므로,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는 논리다.

한국노총은 정부 발표 후 성명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구간설정 위원회는 당사자가 배제된 채 공익위원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사실상 최저임금이 공익위원에 의해 결정되는 불균형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정부가 일방적인 최저임금 제도개악을 즉각 폐기하고, 당사자인 노사와 공익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통계분석과 현장 모니터링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정하겠다는 발상은 빈말이다. 단 한 번도 임금교섭을 해보지 않은 이들만의 발상”이라며 “최저임금 인상폭은 통계와 분석이 필요한 전문가의 연구, 분석 영역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저임금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공익위원 정부 단독 추천권을 폐지하고 국회 또는 노사와 공유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노동자가 원하지도 않는 위원회를 만들어 인상구간을 정할 때 정부는 뒷짐 지고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고, 문제가 되더라도 정해놓은 틀 안에서 이해관계자들끼리 알아서 싸우라는 것”이라며 “재벌대기업 등 재계의 압력에 굴복해 ‘최저임금 1만원’으로 대표하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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