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반도체 '어닝쇼크', 그 실상과 대책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병도의 時代架橋] 반도체 '어닝쇼크', 그 실상과 대책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1.12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 성장동력에 '경제 사활' 걸렸다
전방위 경제 惡材 속 삼성전자 추락 현실
新성장동력 시급성…체질혁신 서둘러야
반도체發 수출 적신호, 바이오·AI에서 돌파구를
경제정책 대전환 - 대담한 규제개혁 실천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잇따라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해오던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현실화됐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가 2017년부터 7분기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신기록을 기록하며 한국 수출을 견인해 왔지만 이번에 40%가까이 영업이익이 급락하고 말았다. 고성장세가 2년여 만에 꺾였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10조 원대로 떨어지며 전 분기보다 38.5%나 급감했다. 반도체 경기가 하강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지만, 시장의 예측치보다 훨씬 나빠 ‘어닝 쇼크’ 수준이다. 실적을 주도해온 반도체의 ‘다운턴’에 따른 결과여서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이미 중국세에 따라잡혀 시장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2~3년 전부터는 반도체 한 품목에 의존해 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세계 반도체 경기는 앞으로도 하락할 전망이다. LG전자도 4분기 영업이익이 89%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수출을 마이너스로 돌린 결정타도 반도체였다. 2년여에 걸친 반도체 산업의 ‘슈퍼 호황’이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가자 바로 수출이 휘청거릴 만큼 반도체와 삼성전자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책임지며, 우리 경제의 진통제 역할을 했다. 한국 경제의 플래그십이라고 할 삼성전자의 실적 급락은 올해 불어닥칠 경제난을 예고한다. 이번 '어닝 쇼크'는 각종 지표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실적 둔화는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매출액이 우리나라 GDP의 15%에 육박하는 등 한국 경제에서 절대적 위상을 갖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철강 등 주력 제조업이 쇠락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 산업을 떠받쳐 온 반도체마저 제동이 걸리면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악재에 포위된 형국이라 위기감이 더하다.
반도체가 가라앉으면 그렇지않아도 힘든 국내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 걱정이다. 반도체경기 냉각은 수출실적을 끌어내리는데다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 경제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번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그 실상과 파장 및 대응전략을 집중 점검한다.

전망치보다 큰 하락폭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총 수출의 23~24%를 차지한다. 매출액은 상장사 전체의 14~15%, 영업이익은 40%를 넘는다. 지난해 총 법인세의 28%를 혼자서 냈다.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는 우리 경제가 기댈 언덕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년 전(15조1,500억원)에 비해 28.7% 감소했고,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전분기(17조5,700억원)보다는 38.5%나 줄어들었다.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13조3800억원)을 한참 밑돌았다. 2017년 1·4분기 이후 최저치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우려했던 반도체 부문의 위축이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반도체의 초호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적 하락이 예상됐지만, 애플의 실적저하 등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줄며 하락폭이 전망치보다 컸다.

반도체 부문의 이익감소는 주요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수출상품인 D램 가격은 2017년 11월 4.8달러에서 1년 만에 3.1달러로 급락했다.

실적 하락 지속 가능성

문제는 주력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올 1분기 실적은 4분기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글로벌 서버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는 데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반도체 가격의 지속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D램 가격이 1월에만 10%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수요 둔화와 맞물려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8일 공개한 국제수지 통계에서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폭(50억6,000만달러)이 전월 대비 45%나 급감한 이유로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의 단가 하락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해 낙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착시(錯視)' 현상

그동안 우리는 '삼성전자 착시(錯視)'에 취해 경제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수출 호조도, 기업 실적 증가세도 사실은 삼성전자 한 기업과 반도체 한 품목의 호황 덕분이었다. 삼성전자를 빼면 수출도, 기업 이익 증가율도 마이너스로 바뀔 만큼 비중이 절대적이다.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이 회사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제품들의 국제 가격은 지난해 4분기 10~20%씩 하락했다. 하지만 수요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물론 실적 하락이 삼성전자의 기업 경쟁력과 직접 연관돼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 수요와 가격 변동에 따른 시장 사이클의 변화 때문일 뿐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비관적 경기 전망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주요 고객사들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보유 재고를 소진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실적악화의 요인은 결국 국내업체들의 반도체 주력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나친 반도체 의존

반도체 경기악화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뿐 아니라 설비투자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는다. 반도체 한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반도체 경기가 꺼지면 한국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조짐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가 50억6,000만달러로 전달(91억9,000만달러)보다 절반가량이 줄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일 ‘11월 국제수지(잠정)’를 발표하며 그 이유를 “반도체 등 주력제품 단가와 세계 교역량 둔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12월 경상흑자 폭은 더 줄어들 게 확실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별 수출 집계를 보면 지난달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전달 보다 17% 감소한 88억5,800만달러.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도 27개월 만에 감소했다.

지난 20년간 수출 한국을 이끌던 자동차ㆍ석유화학ㆍ휴대폰과 디스플레이 분야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익이 감소하며 경고음을 울렸지만, 반도체의 슈퍼 호황에 가려 그 위험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제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3.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의 실적 저조가 미래 먹을거리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반도체에 이어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구원투수가 나와야 한다. 기업들은 바이오·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G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정부는 이것이 가능하도록 신산업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미래 산업 주도권 전쟁

세계 신산업 분야 경쟁기류는 한국기업들에 경고음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테크놀로지 경연장인 ‘CES 2019’는 차세대 산업 선점 경쟁에서도 경보음을 울려준다.

지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IT쇼 'CES'는 미국·중국의 독무대로 진행되고 있다. 참가 기업 4500곳 중 두 나라 기업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1200여개 기업이 참가한 중국은 미국에 필적하는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참가 기업은 338개뿐이다.

미국·일본·독일 등 모든 선진국이 전략적 산업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제조업 2025' 구상을 내건 중국이 인공지능·반도체 등의 첨단 산업 굴기에 나서자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제동을 거는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 전쟁이 숨 가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CES에는 세계 155개국 4400여 개 업체가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첨단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세계 최초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은 로욜과 대형 스크린의 미래형 전기차를 선보인 바이톤 등 중국 스타트업들의 진격이 두드러진다. 한국 기업들은 삼성전자가 첫 로봇 플랫폼인 ‘삼성봇’을 공개하고 현대자동차가 커넥티드 카 전략을 발표했을 뿐이다.

▲ 지난 해 열린 '2018 반도체대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SK 하이닉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메모리 제품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4차 산업 기술 낙후

사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이렇다 할 산업 정책과 미래 먹거리 전략을 갖지 않은 나라는 우리뿐일 것이다.

삼성전자엔 영업이익의 80% 가까이를 차지해온 반도체를 당장 대체할 제품군이 마땅치 않다. 국가적으로도 지난해 1267억 달러를 수출한 반도체를 대신할 품목이 안보이는 상태다.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수출 주력상품이 자칫 진공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KOTRA가 지난해 세계 59개국 기업인과 연구원 932명에게 12개 신산업의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독일이 자율주행차 신소재 등 8개 분야에서, 미국이 드론 증강현실 등 3개 분야에서 1등이었으나 한국은 한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108, 일본은 117, 미국은 130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만들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제조 파트너십(AMP 2.0), 독일 인더스트리 4.0에 비해 목표와 체계가 뚜렷하지 않고 투자의 불확실성, 전문인력 부족, 갈라파고스적 규제 등이 여전히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전방위 악재(惡材)뿐

이런 흐름탓에 연초부터 한국에는 중국발 애플 쇼크로 나라 안팎의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온 상황이다. 애플이 지난해 10∼12월 매출 전망을 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대폭 낮추자 전 세계 증시는 폭락했다. 중국경제 둔화와 함께 정보기술(IT)산업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적신호로 봤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 위축은 수출의 27%를 의존하는 한국경제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반도체·부품 소비업체이기도 한 애플의 부진은 반도체·디스플레이·카메라 모듈 등을 대온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에 연쇄 타격을 입힐 것이다.

스마트폰이 중국 업체들에 따라잡힌 터에 반도체마저 주춤하면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도 낙관하기 어렵다. 산업 전체로도 조선·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이 퇴조하고, 신산업에서도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 전망 등 전방위로 악재(惡材)뿐이다.

한국이 지나친 반도체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은 이미 다 아는 바다. 문제는 반도체 이후 정부의 신산업 대책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 등은 이미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4차 산업혁명에 주력하면서 각 분야의 주도권을 잡아 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바이오산업, 핀테크, 자율주행, 드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카풀 문제 하나 제대로 못 풀고 있고, 인터넷 전문은행도 각종 규제에 걸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 고민 '삼성전자 이후'

한편, 국가 경제가 삼성전자 한 기업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삼성전자에 필적할 새로운 성장 산업과 미래 분야를 육성했어야 했지만 실패했다. 한국 제조업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때 세계 최강이던 조선업은 이미 몰락했다. 철강·자동차·스마트폰 등도 중국에 밀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인공지능·자율주행차·드론 같은 신산업 분야의 경쟁력은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반도체는 주력 제조업 가운데 한국이 아직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 품목이다. 지난해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D램이 73%, 낸드플래시가 52%였다. 그러나 반도체마저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7%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이후'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할지가 현실적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말로만 4차산업을 외칠 게 아니라 혁신사업에 방해가 되는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신성장동력이 될 만한 사업의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고,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반도체 독주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산업구조 개편 전략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기초체력 장·단기 처방 절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의 3분의2 이상을 경제 분야에 할애할 정도로 경제 활성화의 의지를 피력했다. 그만큼 심각하다.

내수뿐만 아니라 투자, 고용 등의 부진은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데다 ‘나 홀로 호황’을 보이던 수출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5.1%나 감소했다. 지난해 9월과 10월 반짝 증가세를 보였다가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도 6개월째 동반 하락하며 경기 하강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새해 성장률을 어떻게 해서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각오도 이대로 간다면 감당하기 벅차다.

당장 미국과 중국경제의 불안은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거의 유일한 버팀목은 수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하강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한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올해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고, 일자리는 기대만큼 늘어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수도 부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 불안은 이런 한국경제를 더욱 누를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된다.

대외불안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게 한국으로 밀려올 수 있다. 필요하면 선제 조치를 통해 우리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제활성화대책도 차질없이 시행해야 할 것이다. 장.단기적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관건은 성과 도출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것이 정부 탓만은 아니지만 정책 실패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산업 현장과 동떨어져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도 10.9% 오른 최저임금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성장을 이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인력을 줄이며 저소득층 수입이 되레 감소한 것이다. 이는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정책도 결국 기업 비용을 늘리는 것이라 투자 환경 조성과는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제발전도, 일자리도 결국 기업투자에서 나온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기업투자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말로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관건은 일관성 있고 과감한 실행과 성과 도출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수년에 걸쳐 생산시설을 짓고 수십년 운영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규제가 심하거나 정책 메시지가 불안정하면 투자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성장전략 '대결단'을

선도 기업의 성장 엔진은 식어가고, 새로 치고 나오는 유망 기업도 안 보이는 현실을 반전시킬 산업 전략이 절실하다.

성장엔진을 다시 살리고 반도체 편중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규제혁파를 통해 혁신성장의 길을 터줘야 한다. 이제는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산업계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안팎으로 고난과 시련이 밀려오고 있음에도, 과감한 도전과 투자로 미래 지속 성장의 기반을 구축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 규제완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수출상품과 주력산업을 발굴할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산학연(産學硏) 협업과 산업 간 융합에 노력하고, AI 데이터 등 부족한 전문 인재 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제조업 혁신을 통해 정책 성과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려면 머뭇거리지 말고 몇몇 업종과 대기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았던 경제 체질을 신속히 바꾸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들이 활발히 투자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규제를 가로막는 이익집단과 대기업 기득권 노조를 설득해 성장의 길에 동참하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도입이 좌절돼 해를 넘긴 카풀 서비스나 원격의료 서비스 등을 생각하면 규제개혁은 더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지능정보, 디지털화, 플랫폼경제’ 등 3대 영역 활성화는 기존 산업의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한다. 그야말로 ‘과감함’을 넘어 ‘담대하고 획기적일’ 정도의 실천적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경제가 그나마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