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민주당 李·孫 입당불허 배경,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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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민주당 李·孫 입당불허 배경, ‘셋’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1.14 17: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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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주도권 장악한 '친문의 힘'
2석 대신 14석 평화당과 공조
호남당원 존중…조직정비차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당원자격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무소속 손금주·이용호 의원에 대한 입·복당 불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혜련, 장복심 위원, 윤호중 위원장, 정용기 위원. ⓒ뉴시스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이 13일 무산됐다. 두 의원의 민주당 입당심사는 향후 여권발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다. 당내 주도권을 친문계가 쥐고 있다는 점과 향후 정국구도에서 민주평화당과의 공조를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주당 호남의 당 조직을 국민의당 이전으로 '재조립'하고 있다는 신호도 포착됐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당사에서 당원자격심사위원회 전체회의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심사위는 손금주 의원의 입당, 이용호 의원의 복당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내 주도권 장악한 '친문의 힘'

민주당에서 두 의원의 입당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은 최재성 의원을 필두로 한 당내 친문그룹이었다. 최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 의원님께는 죄송하지만 복당·입당 신청을 거두어 주시기 바란다"고 공개 반대한 바 있다. 최 의원 뿐 아니라 친문계 의원 상당수가 반발한 바 있다.

다음은 지난 9일 한 친문계 의원 당직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최 의원 말고도 당내에 상당한 반대 의견이 있다. 결론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단 2석을 얻기 위해 국민의당에서 가장 선봉에 서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했던 인물들을 불러들일 까닭이 없다. 이는 친문계라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지율에 업혀온 민주당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이다."

반면 비문계 쪽에선 입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다. 비문계의 중진 우상호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용호, 손금주 의원의 입당을 불허한 근거가 순혈주의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130석 미만의 의석수로 개혁입법 추진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같은 날 비문계 한 의원실 관계자가 설명한 찬성론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의석을 늘려서 강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상책이다. 어차피 이번 국회까지 임기를 마칠 분들인데 문제있으면 다음에 공천을 안 주면 된다. 한국당이 염치없이 덩치를 불린다고 욕하지만 정치는 현실이고 '사람 수'인데 어떻게 막을 건가."

상반된 논리가 대치한 상황에서 결국 입당불허로 가닥이 잡힌 것은 친문계가 당내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지도부는 입당허가쪽으로도 생각을 많이 했다. 지도부가 모두 친문인데, 그들이 반대해서 입당이 안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약"이라면서도 "친문쪽 의원들이 반대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석 대신 14석 평화당과 공조

민주평화당은 두 의원의 민주당행 의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정동영 대표는 지난 9일 "(입·복당 허용시) 협치 종식이자 협치 파탄"이라고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이 세를 불리고 바른미래당도 '선명 야당'노선을 타고 있는 시점에서 민주당으로선 평화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선거제개혁 문제로 지금도 냉각된 두 당 사이가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2석을 얻고 14석(평화당 의석)을 잃는 모험을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14일 평화당 당직자의 이야기다.

"민주당이 만약 이·손(의원)을 받았다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겐 좋은 통합 명분을 던져주는 꼴이 됐을거고, 평화당과는 척을 지는 최악의 선택이 됐을 것이다. 그래도 정책적으로나, 정의에 대한 기준에서나 한국당보다는 우리(평화당)가 민주당과 가깝다. 앞으로도 공조 확률이 훨씬 높다."

호남당원 존중…조직정비차원

당내 반발에도 입당 허가를 고민하던 지도부에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해당 지역구 민주당원들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당장 호남 지역의 원외위원장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지역의 일부 당원들은 지난6일 반대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다음은 14일 한 광주 정가의 민주당 관계자와 본지의 통화내용이다.

-호남 당원들의 반발이 입당 불허에 결정적 역할을 미쳤다는 말을 들었다.

"(입당 불허는)당연한 순리다. 호남의 지지는 '당연히' 여기는 순간 흔들린다. 만약 철새 정치인들의 입당, 복당을 허가했다면 가장 오래된 민주당 지지자들이 상당한 실망을 했을 것이다. 지난 총선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을 선택했었다. 그럼 국민의당의 후신은 바른미래당인가, 민주평화당인가.

"둘 다 아니다. 굳이 둘 중에 꼽는다고 한다면 민주평화당에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을 광주(호남) 사람들이 뽑은 데엔 이유가 있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 이유는 이제 없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동안 민주당의 기조였던 확장 대신 호남의 조직다지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외 지역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당으로 오겠다는 사람은 많이 있지만 인위적으로 합당하거나 이합집산하는 것은 절대 안 하겠다고 공언했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같은 날 기자에게 "이 대표의 발언은 총선까지 조직에 더 이상 혼란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면서 "중차대한 명분이 없는 현역 영입은 없을 것 같다. 있어도 다음 공천이 보장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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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찬 2019-01-15 18:26:46
정확한 분석과 논거가 확 와 닿네요. 근데 민주당이 자유당의 "친박 비박" 을 따라하기 합니까? "친문 비문" 하게 말입니다. 실체인제 아닌지 갑갑하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