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신맛] 랍스터 활용 과자 '에스키모밥'·'오잉 랍스터맛' 전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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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신맛] 랍스터 활용 과자 '에스키모밥'·'오잉 랍스터맛' 전격 비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1.16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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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맛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맛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지난해 한 제과업체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는 당시 해당 업체가 출시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엇갈린다는 내용의 본지 보도를 접하고 이 같이 항의했다. 그렇다. 맛이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똑같은 음식이어도 누구에게는 맛있고, 또 다른 누구는 맛이 없을 수 있다. 개개인의 맛 평가를 객관적인 양 기사화를 했으니, 이제 와서 떠올리면 그의 항의가 참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주관적인 맛 평가 코너를 마련하기로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신제품 맛 평가보고서', 줄여서 '지주신맛'이다. 지주신맛은 식음료업계에서 갓 출시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기자의 주관적인 맛 평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지주신맛은 기업의 어떠한 후원도 받지 않고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한다.

'에스키모밥', 설명에 비해 조금은 아쉬운 맛

▲ 농심 에스키모밥 제품 전면 ⓒ 시사오늘

'40년 간 옥수수만 먹은 인디안,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머나먼 땅 알래스카로 떠난다. 알래스카에서 찾은 새로운 맛, 랍스터 칠리버터구이!'

1976년 출시돼 40여년 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농심 '인디안밥'의 후속작 '에스키모밥'이 지난 8일 출시됐다. 에스키모밥은 캐나다산 랍스터살과 매콤한 칠리버터소스로 맛을 낸 제품으로, 모양을 랍스터 형태로 만들어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인디안이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해 알래스카로 떠나 랍스터를 발견했다는 콘셉트가 흥미롭다. 어렸을 적 우유에 인디안밥을 말아먹는 걸 즐겼기에, 추억을 다시 한 번 느껴보자는 생각이 들어 인근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편의점에 가보니, 랍스터(바닷가재)는 국내 제과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눈치다. 에스키모밥 외에도 롯데제과의 '오잉 랍스터맛' 등 랍스터를 활용한 과자 3~4개 눈에 띈다. 모두 최근 출시된 제품들이다.

제품 간 비교를 하면 더 좋은 맛 평가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 에스키모밥과 오잉 랍스터맛을 함께 구매했다. 가격은 두 제품 모두 편의점 기준 1500원, 하지만 중량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에스키모밥은 60g이고, 오잉 랍스터맛은 75g이다.

▲ 농심 에스키모밥 제품 후면 ⓒ 시사오늘

에스키모밥 제품 전면에는 '에스키모밥, 에스키모가 사랑한 랍스터'라는 문구와 함께 귀여운 에스키모가 랍스터 모양 과자를 낚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후면의 디자인은 재치가 넘쳤다. 알래스카로 떠난 인디안이 랍스터 칠리버터구이를 즐기는 모습이 담겼다.

영양정보를 보면 나트륨 함량은 60g 기준 360mg, 당류는 12g, 지방은 11g이다. 오잉 랍스터맛의 나트륨, 당류, 지방 함량이 각각 540mg, 4g, 22g임을 감안하면, 에스키모밥이 좀 더 건강한 과자라는 생각이 든다. 칼로리도 에스키모밥(290kcal)이 110kcal 적었다.

▲ 농심 에스키모밥 랍스터 함량(위), 롯데제과 오잉 랍스터맛 랍스터 함량(아래) ⓒ 시사오늘
▲ (왼쪽부터) 농심 에스키모밥 원재료, 롯데제과 오잉 랍스터맛 원재료 ⓒ 시사오늘

그러나 원재료에서는 에스키모밥이 뒤쳐지는 모습을 보였다. 에스키모밥의 랍스터살 함량은 0.027%, 이마저도 모두 '칠리버터랍스터맛시즈닝'에 포함됐다. 그리고 새우추출물분말을 더했다. 반면, 오잉 랍스터맛은 냉동자숙바닷가재살 1.6%를 담았으며, 여기에 랍스터맛시즈닝, 오징어베이스분말, 꽃게엑기스 등으로 해물맛을 극대화했다.

에스키모밥에는 약 58개의 랍스터 모양 과자가 들었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다. 과자 디자인에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중량이 다르니 오잉 랍스터맛과 과자 갯수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농심 에스키모밥을 개봉해 보니, 랍스터 형태 과자 약 50~60개가 들어있다 ⓒ 시사오늘

과자를 입에 넣어보니, 어? 인디안밥이랑은 전혀 다른 식감이었다. 인디안밥은 아삭하면서도 눅눅한 식감을 줬지만, 에스키모밥은 혀끝 닿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씹으면 씹을수록 인디안밥이 아니라 '사또밥'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해물맛보다는 칠리버터맛이 강했고, 매콤함에 비해 단맛이 많았다. 랍스터향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뒷맛은 인디안밥처럼 옥수수였다.

반면, 오잉 랍스터맛은 입에 넣자마자 '아, 내가 지금 해물과자를 먹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해물맛이 강했다. 랍스터향도 이따금 느껴졌다. 식감은 기존 오잉 제품과 비슷했다. '랍스터 살이 들어가 더욱 진해진 해산물 풍미'라는 구호를 내세울 만하다는 생각이다.

▲ 농심 에스키모밥 랍스터 형태 과자.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 안팎으로 디자인에 치중한 게 엿보인다 ⓒ 시사오늘

에스키모밥과 오잉 랍스터맛은 공략하려는 타깃이 서로 극명하게 다른 제품으로 분석된다. 전자는 요즘 트렌드인 '허니버터'를 그대로 수용하고, 귀여운 디자인에 방점을 뒀다. 랍스터는 가면에 불과했다. 젊은 소비자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후자는 전통적인 해물맛을 살리기에 치중하면서 과자를 안주로 즐기는 3040세대를 노리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때문에 두 제품 중 어느 하나가 더 낫다고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번 지주신맛에서 소개하는 제품이 에스키모밥인 만큼, 에스키모밥에 대해 사족을 달아본다면, 농심에게는 다소 아쉬운 과자라는 생각이 든다. 인디안밥의 후속작이라기엔 인디안밥의 특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고, 그렇다고 새로운 과자도 아니다.

특히 온 국민이 좋아하는 해물맛 과자 '새우깡'을 갖고 있는 회사임에도 새우깡 특유의 '꾸리꾸리'한 아이덴티티를 살리지 못한 제품을 출시한 점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50년 간 새우깡이 닦아놓은 길을 난데없는 에스키모가 어지럽히고 있는 격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신제품 맛 평가(별 5개 만점)

농심 '에스키모밥' ★★☆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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