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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논란에서 ´피맛골´ 떠올린 이유
<기자수첩>여전히 권력·자본에 묻힌 '문화에 대한 예의'
孫, 진정성 있었다면 더욱 '방법' 고심했어야
2019년 01월 17일 22:43:10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의혹은 자신의 '진정성' 실현을 위해, 국회의원이라는 직위를 십분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얼개로 요약된다. 기자는 해당 사건을 보면서 최근 이슈가 됐던 노포 을지면옥과 이제는 사라진 피맛골이 떠올랐다. 사진은 지난 2009년 건물해체작업이 한창이던 서울 종로구 피맛골 일대.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이 뜨겁다. 의혹은 손 의원과 그 주변 인사들이 목포 문화재 거리에 여러 채의 건물을 매입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 지역은 손 의원의 매입 이후 문화재거리로 지정되면서 땅값이 올랐고, 이에 투기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쏠렸다. 야당이 아예 "초권력형 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사건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손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손혜원은 '목포 투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데에 제 인생과 전재산은 물론 의원직을 걸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지속적으로 밝혀지는 사실들은 이 사건의 윤곽을 점점 드러내는 중이다. 손 의원의 전 보좌관, 목포 현지 주민들의 증언을 감안하면 처음에 '투기 의도가 없었다'는 손 의원의 진정성은 나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목포가 지역구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투기는 아닌 것 같다'고 거들었다. '팟캐스트' 등에서 공개적으로 목포 문화재거리에 대한 언급을 하고 나전칠기박물관을 운영하며 관람료를 무료로 받았던 손 의원의 지난 행적도 이러한 정황에 어느 정도 힘을 싣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손 의원이 거리를 살리려는 의도가 순수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불거진 의혹들은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이미 배정된 문화재 관련 예산에 대해 재차 문의하는 손 의원과 문화재청 차장과의 녹취나, 한동안 멈춰있던 사업의 갑작스러운 진행 등은 손 의원이 자신의 권력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물음표가 붙는다. 하물며 여당의 문화관광체육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그다.

이러한 사실들을 정리하면 해당 의혹은 손 의원이 문화재 거리 보호라는 자신의 '진정성' 실현을 위해, 국회의원이라는 직위를 십분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얼개로 요약된다. 사건의 결말도 상당히 궁금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해당 사건은 또 다른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기자는 해당 사건을 보면서 이제는 사라진 피맛골을 떠올렸다. 또 다시 권력과 자본에 의해 무력하게 휘둘리고 있는 '문화'의 현실이다.

지난 2003년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로의 피맛골을 재개발해 오피스 건물로 만들었다. 한국전쟁에서도 기적처럼 살아남았던 피맛골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수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2005년 미국인 문화비평가 스콧 퍼거슨은 "한국이 생각하는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최상의 방법은 피맛골과 같은 역사적인 랜드마크를 파괴하고 서구에서도 볼 수 있는 똑같은 모양의 영혼 없는 현대적 고층 건물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유럽여행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수백 년 묵은 아무것도 없는 작은 골목길'에 몰려들어 감탄하던 모습을 본 적 있는 기자로선 스콧의 비판에 상당부분 동감할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피맛골은 더이상 유명 관광지까진 되지 못하고 있다. 권력이 문화를 무너뜨린 결과다.

그렇게 마구 없애던 '옛 것'의 위상은 최근 180도로 달라졌다. 경복궁 역 인근의 서촌이 대표적 사례다. 불과 십여 년 전, 서촌에는 '문화재 지정을 풀어달라, 개발을 해달라'는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담긴 현수막이 골목마다 걸려있었다.

반전이 일어났다. 서촌은 다른 지역과 달리 '개발이 덜 된'덕분에 갑작스레 명소로 부상했다.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궁중족발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질 정도다. 지금 서촌을 개발해달라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그러자 다시 권력이 움직였다. 서촌 등은 목포를 비롯해 많은 군소도시들의 '원도심 재생' 계획의 롤모델이 됐다. 방향은 반대다. 이번엔 문화를 강제로라도 '보존'하고 되살리는 쪽이었다. 가장 최근의 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6일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과 관련 "전통을 살리는 방향으로 재설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증명한다. 재개발 대상이 된 노포 '을지면옥'등의 위기설이 보도되며 관심을 끌자, 박 시장은 이와 같은 방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피맛골을 없애던 시절과 매커니즘이 달라진 것은 없다. '없애던 것을 보존하려는 방향이니 그래도 나아진 것은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권력과 자본에 포획돼 있는 한, 쉽게 사라질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손 의원의 방법 선택 실패는, 권력과 자본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문화가 또다시 뒷전에서 언급되는 상황만 다시 연출했다.

정말로 투기였다면 말할 것도 없고, 진정성이 있었다면 손 의원은 방법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했었어야 했다. 손 의원은 목포의 문화재거리를 살리려다 오히려 '투기지역'이라는 잘못된 낙인을 찍고 '문화투기'라는 새로운 화두만 던지게 된 셈이다.

권력자들의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이 모든 배경에는 여전히 '문화에 대한 예의'를 잊은 우리 사회가 자리한 것은 아닌지, 한 번 돌아볼 때는 아닐까. 기자가 손 의원 논란을 바라보며 사라진 피맛골을 떠올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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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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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숙현 2019-01-19 12:07:01

    피맛골 비유가 참 공감이 갑니다.
    최근 경리단길의 몰락, 근래 핫해진 연남동 망원동 일대의 발전(?)도 염려되는 지역중의 하나입니다. 벌써부터 인대료 인상으로 인하여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걱정이라고 합니다. 손의원의 처신에 실망이 큽니다.

    제발, 서양문화 흉내내기에 올인하지 않는 문화풍토가 정착되기를 기원합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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