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노사 상생 모델’이라는 광주형 일자리, 왜 논란되나
[친절한 뉴스] ‘노사 상생 모델’이라는 광주형 일자리, 왜 논란되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1.17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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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 돌파구 될 수 있지만…위헌 가능성·근로조건 하락 우려 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이후 ‘광주형 일자리’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뉴시스

‘광주형 일자리’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도입할 수 있도록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더욱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기 때문인데요. 문 대통령이 결렬 직전 상태였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불씨를 지피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잠잠하던 광주형 일자리 문제가 재차 ‘핫 이슈’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이론상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광주형 일자리

그렇다면 광주형 일자리가 대체 무엇이기에 문 대통령이 직접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기업은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주거·문화·복지 등의 정책을 통해 보전해준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연평균 8000만 원을 번다고 가정해봅시다. A기업이 자동차 생산 공장을 지으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지으면 근로자들에게 8000만 원 안팎의 연봉을 지급해야겠죠. 하지만 세계지도를 펴놓고 잘 뒤져보면 연봉 4000만 원 수준에 비슷한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근로자들이 있는 B나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러면 A기업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당연히 우리나라가 아닌 B나라에 공장을 짓겠죠.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1996년 충남 아산에 공장을 세운 이후 더 이상 우리나라에 설비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1997년 터키 이즈미트에 해외 생산 공장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인도·중국·슬로바키아·미국·체코·러시아·브라질·멕시코 등에 새로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 결과, 이제 현대차그룹은 우리나라(37%·334만 대)에서보다 해외(63%·570만 대)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게 됐죠. 현대차와 관련된 수많은 일자리도 우리나라보다는 해외에서 창출됐고요.

바로 이 악순환을 끊어보자는 게 바로 광주형 일자리 도입의 배경입니다. 인건비가 싸다고 외국으로 나가지 말고, 우리나라에서 인건비를 좀 낮춰볼 생각을 하자는 거죠. 쉽게 말해서 ‘A기업아, 그냥 우리나라에 공장 짓고 연봉 4000만 원에 근로자 고용해서 일자리 만들어 줘. 나머지 4000만 원어치는 국가가 근로자에게 주택을 임대해주든 다른 혜택을 주든 해서 메워줄게’라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굳이 외국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지고, 국가는 일자리가 늘어나서 좋고, 공장이 생기는 지역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나서 좋은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론상으로 보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는 계획인 셈이죠. 문재인 정부가 광주형 일자리를 ‘노사 상생의 새 모델’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노동계 반발…현실적으로 타결 쉽지 않아

표면적으로 광주형 일자리는 ‘손해 보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행복한’ 이상적인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는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노동계가 파업을 불사하면서까지 이 사업을 막으려는 데도 합리적인 근거는 있죠.

노조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광주형 일자리는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본디 연봉이라는 건 근로자와 사용자가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게 기본입니다. 하지만 일대일로 협상을 하면 을(乙)의 입장인 근로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헌법은 이른바 ‘노동3권’을 보장합니다.

노동3권이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일컫는데요. 근로자가 근로조건을 높이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해서(단결권) 사용자와 협상을 하고(단체교섭권), 협상이 잘 안 되면 파업과 같은 직접적 행동을 할 권리(단체행동권)를 보장한다는 내용입니다.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들이죠.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조건 중에는 임금 및 단체협상 유예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처음 채용할 때는 연봉이 낮더라도,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낮은 인건비’라는 광주형 일자리의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니 이를 막아달라는 거죠. 사실상 노동3권을 제한해달라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노동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위헌적 발상’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노동계의 또 다른 주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하락시키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광주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나 다른 데서 근무하는 근로자나 하는 일은 다르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임금 협상을 할 때 기업 쪽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광주에서는 임금을 절반만 받지 않냐. 너희는 무슨 명분으로 연봉을 올려달라고 하냐”라고 했을 때 할 말이 없어질 수밖에 없겠죠. 이러면 광주형 일자리가 자동차 업계 전체의 근로조건 하락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는 논리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광주형 일자리는 새로운 ‘고용 창출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동계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 무작정 밀어붙인다면 사회적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문재인 정부의 지혜가 필요한 사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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