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정동영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플랜 ABC’… 현실 가능성은?
[취재일기] ‘정동영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플랜 ABC’… 현실 가능성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1.17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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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 처리 못하면 패스트 트랙, 시민의회 구성
새 논의 시기상조, 공감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정동영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플랜 ABC’

현실 가능할까?  ‘취재일기’를 통해 가늠해본다.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철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그러나 현실 가능성의 문제도 고심되고 있다. 한편으로 정 대표는 그간 민주평화당 활동 관련“민주평화당이 민생, 개혁, 평등, 평화, 민주 이 방향으로 흔들림 없이 걸어온 것에 대해 오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했다.ⓒ뉴시스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이 국회 본연의 기능이다”

지난 16일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정동영 신년 기자회견. 가장 인상 깊었던 발언은 이 말이었다. 원론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고대 화석을 발견하듯 새삼스러웠다. 그만큼 국회가 본래의 기능을 밝히지 못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기 때문일 게다. 당장 여야 간 이견차로 1월 임시국회도 열리지 않는 실정이다. 일하는 국회가 신년 초부터 물 건너갈까 우려되고 있음이다. 민생입법, 채용비리 국정조사, 국정원법, 공수처법, 체육계 성폭력 문제, 김태우 신재민 사태 관련 상임위 개최, 선거제도 개혁 방안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했다. 그러나 회의마저 소집되지 않고 있어 국민 체증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한 방법론적 모색. 이날 정 대표도 지난 한 해를 소회하며 심기일전을 새롭게 다지는 모습이었다. “민주평화당이 민생, 개혁, 평등, 평화, 민주 이 방향으로 흔들림 없이 걸어온 것에 대해 오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년 동안의 당 활동에 대해 평가하는 구절에서는 노선과 가치를 지켜왔다는 데 있어 자부심도 엿보였다.

하지만 관건은 “손에 잡히는 개혁적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잣대로 보면 첩첩산중. 여전히 산더미인 듯했다. 특히 이번 회견을 통해서도 최우선 과제로 전해진 선거제도 개혁 문제는 더욱 그랬다. 바른미래당, 정의당, 정치개혁 공동연대 등과 연대 중이긴 하나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야3당과 여러 시민단체가 함께하고는 있지만 선거제도 개혁 관철은 녹록지 않았다. 얼마 전 정 대표는 국회 앞 천막투쟁을, 손학규 이정미 대표는 단식농성을 벌여 5당 논의의 불씨를 가까스로 살렸을 뿐이다. 이를 결실로 이뤄내기 위해 손 대표가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홍보에 나섰다면, 정 대표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시기별 전략을 강구하는데 주력하는 듯했다.

이 자리에서 제시된 안 들은 크게 플랜 A,B,C였다.
 
플랜A
국회 9인 회동 통해
1월 말 합의한 도출
2월 중 처리 목표이지만…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선거제도 개혁 공동 연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야  3당은 1월 말 합의안을 도출하고, 2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다음 주 초 3당의 정치개혁 위원, 원내대표, 당 대표 9인 회동을 통해 합의 도출 노력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기자회견 질의응답 중 “다음 주초 3당의 정치개혁 위원, 원내대표, 당 대표 9인 회동을 예정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와의 별도 회동도 계획하고 있다”며 “만약 9인 회동이 무산되면 투쟁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랜 B
자유한국당 제외
패스트 트랙 안건 처리
민주당 협력이 관건이지만… 

플랜B는 패스트 트랙(신속안건처리)으로 “야3당에 더불어민주당까지 포함해 국회의원 180석의 개혁 연대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가 볼 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개혁 연대는 “재벌개혁, 조세개혁, 재정개혁, 교육개혁,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공정거래법, 상법 개정” 등에 공감하는 당인 듯했다. 그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고,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일 당시 줄기차게 피력한 선거제도 개혁안이었다. 따라서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의지만 가지면 신속 트랙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스스로 “거대 양당”의 한 축으로 지목한 바 있는 여당이 과연 적극 임할 것이냐이다. “향후 20년의 한국 정치는 선거제도 개혁의 성패에 좌우될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하나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출발부터 기득권 대 개혁(변화)의 싸움이었다.”이 때문인지 공허하게 들려온다는 견해도 있다.

플랜 C
국회 합의 실패 시 집단지성의 힘 기대
文 대통령 직속 시민의회 300명 구성
시기도 촉박, 두 당과의 공감대는…?

플랜 C는 국회가 끝내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다. 정 대표는 그 경우 캐나다나 네덜란드가 선거법 개혁을 위해 도입했던 시민의회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회가 국회의원 뽑는 제도를 만들면 다행인데 결국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양당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묶여서 못한다면 국회가 손을 떼고 안을 만드는 것을 국민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는 집단지성의 힘에 기대는 것이다. 시민의회 구성은 △대통령 직속으로 5000명 중 시민의회 300명을 무작위 추출로 구성해 △일정 기간 집중 학습을 통해 시민 집단지성으로 개혁안을 만드는데 있다. 예컨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단점은 무엇이지, 일본식, 미국식, 북유럽식 등은 어떻게 돼 있는지 학습한 뒤 전국적으로 의견 청취 및 토론을 거쳐 시민의회 300명이 안을 만드는 방식이다. 

중요한 지점은 시민의회 방식을 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시민의회 방식)은 대통령이 국회에 발휘할 수 있는 안”이라며 “대통령이 국회에 회부하고 가부 결정권을 국회가 행사하면 국회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께 요구하는 것은 작년 말 문희상 의장과 나눴던 녹화 동영상도 공개하고 대통령의 의지를 공개해달라는 것”이라며 “시민의회 방식에 대한 대통령의 가부간 의사도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설령 대통령이 OK 한다 해도 2020총선을 준비한다면 시기상 현실가능성 여부도 대두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3월 15일까지 연동형 비례제 합의안을 제출해야 하고, 지역구가 확정돼야 한다. 이에 플랜 C 시민의회 방식을 할 경우 기한 내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 바른미래당과 정의당과의 공감대를 이뤘느냐의 여부도 짚을 포인트다.

▲ 정동영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철을 위해 여당이 힘을 보탠다면 패스트 트랙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더불어민주당이 의지만 가지면 신속 트랙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뉴시스

"與, 한국당 핑계 말아야"

관련해 16일 정동영 의원실과의 통화에서 부연 설명을 들었다.

- 시민의회 관련 다른 두 당과 공감대를 이뤘나.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다. 취지가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할 때는 애초의 주권자인 국민한테 권한을 넘기자는 거다. 중이 제 머리 못 깎으니까 국민들의 판단을 듣자, 이거다. 대표님 방식의 해결법이다.”

- 늦어도 3월까진 처리가 돼야 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나.

“촉박하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논의해서 합의를 보자는 거다.”

- 아까 패스트 트랙도 언급했다. 여당과 사전 교감은 해봤나. 

“사전 교감은 없다.”

- 시민의회나 패스트 트랙이나 대통령과 여당의 결단이 중요한데.

“의원님 생각은 대통령과 여당이 정확한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 당론이었고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하겠다, 안 하겠다는 뚜렷한 입장이 없다. 자꾸만 자유한국당 핑계를 대고 있다. ‘한국당이 할 생각 없다’는 이런 얘기만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자유한국당이 반대해도 더불어민주당과 3당이 연대하면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남의 핑계 대지 말고 민주당에서 정확한 입장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그 다음 패스트 트랙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방법적 문제라고 본다.”

"단일대오 구축 도움 안 된다" 지적도

반면 정 대표의 안들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야3당내 한 당직자는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정 대표의 플랜B, C에 뜬금없다는 반응을 전했다. 이 당직자는 “새로운 형태의 제도를 논의할 여건이 전혀 아닌데다 단일대오를 구축해도 모자란 마당에 지금 와서 전혀 다른 플랜 B, 플랜 C를 얘기하는 것이 시기상조다. 오히려 논의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라며 부정적 시선을 내비쳤다.

시민의회 300명 구성에 대한 혹평도 컸다. 또 다른 한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민의회 제안은 공감하기도 어렵고 현실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제도적으로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 둬야지 이걸 왜 대통령 직속에 두나. 그럼 대통령이 원하는 선거제도가 만들어질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디테일하게 들어가서도 문제가 있다”며 “시민의회 300명을 어떻게 무작위로 뽑고 대표성을 부여할 것이냐 등 논의하는 것부터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국회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안도 있고, 2대 1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선관위 안도 있다. 국회에서 해결이 안 될 경우 차라리 그걸 받는 것이 합리적이지, 시민의회를 구성해 새 안을 만들자는 것은 국회 책임을 떠넘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동형 비례제 합의 관련 통일을 이뤄야 하는 점도 과제로 남아 있다. 기존 5당 합의문에는 10% 증원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남아 있다. 당장 5당 합의문에 앞서 3당 간 합의의 통일성도 관건이다. 정 대표는 당일(16일) 기자회견에서도 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늘리고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안을 제시했다. 그런가 하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경우 현 의원 정수의 10%인 30명을 늘리고, 세비는 동결하는 안을, 정의당은 의원 정수 360명, 세비 삭감 등을 고려하고 있다.

때문에 3당끼리라도 의견 일치를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 대표 입장에서는 기술적 협상은 언제라도 협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회견장에서 “3당 핵심 공유 가치는 ‘연동형’, 세 글자”라며 “연동형이 받아들여지면 나머지 부분은 타협이 가능하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정 의원실 측도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합의라는 대원칙만 세워지면 거기 맞춰서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문제는 민주당이 명확히 입장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 안이 의미가 없는 거다. 민주당이 저러고 있으니 갑갑하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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