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대신 독자노선 걷는 황교안…왜?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친박 대신 독자노선 걷는 황교안…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1.21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선서 친박 이미지 좋을 것 없어…당권도 승산 충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계 입문 전까지만 해도 ‘친박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친박과 거리를 둔 채 독자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내 역학구도가 재편되는 분위기다. 오랜 시간 당권을 양분(兩分)했던 친박(親朴) 대 비박(非朴) 구도가 무너지고,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離合集散)이 한창이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카오스(Chaos·혼돈)’ 상태라며, 2·27 전당대회까지는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한다.

이 같은 새로운 흐름의 중심에 선 인물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다. 정계 입문 전까지만 해도 ‘친박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그는 친박과 거리를 둔 채 독자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여의도에서는 황 전 총리가 친박의 힘을 등에 업기보다는 스스로 친황(親黃)을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설(說)이 무성하다.

黃의 목표는 대선…‘친박’ 이미지 좋을 것 없어

황 전 총리의 행보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황 전 총리는 1월 15일 입당식에서 “계파를 떠난 바른 정치에 동참하기 위해서 입당했다”면서 “어떤 계파와 관련한 말씀을 드리거나 어떤 계파에 서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다음 날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제가 어제 말씀드린 것처럼 ‘미래’이고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입당 후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비박 의원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 의원들에게도 인사를 건넨 것은 통합과 화합을 실현하는 차원으로, 앞으로도 계파를 가릴 것 없이 전화를 통해서든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서든 꾸준히 접촉할 예정”이라는 것이 황 전 총리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황 전 총리가 손쉬운 ‘친박 대표’의 길 대신 ‘독자 세력화’ 쪽에 방점을 찍은 것은 대권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친박 대 비박 구도 속에서 황 전 총리가 친박 대표로 나서면 당대표 당선 확률은 높아지지만, 친박이라는 꼬리표는 떼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에 나설 경우 중도보수는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대다수 국민들로부터도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과거 자유민주연합 당직자를 지낸 한 노정객(老政客)도 지난 18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TK(대구·경북)에서 국회의원 하는 것이 꿈인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권주자가 지금 ‘나는 친박’이라며 나서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라며 “내가 황 전 총리라면 친박에 붙는 쉬운 길로 가지 않고 친박과 비박을 다 모아서 친황을 만드는 길을 갈 것이다. 그래야 대선에서 승산이 생긴다”고 했다.

문제는 당권…‘당심은 민심 못 이긴다’ 유효할까

문제는 당권이다. 차기 전당대회가 겨우 한 달 남짓 남아있는 시점에서 황 전 총리가 당권 획득에 필요한 세(勢)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친박 지원을 업고 압도적 승리를 거둔 나경원 원내대표 사례에서 보듯, 당내 선거에서 친박은 여전히 당락을 좌우할 만한 힘을 갖고 있다. 황 전 총리가 당권을 획득하려면, 친박과의 거리를 좁혀나가야 한다는 충고가 적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황 전 총리의 독자 행보를 ‘현명한 결정’으로 보는 분위기다. ‘민심(民心) 이기는 당심(黨心) 없다’는 오랜 격언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범(凡)야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황 전 총리가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현 시점에서 ‘권력에 가장 가까운 인물’인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계파가 형성될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16일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황 전 총리가 항상 1~2위를 다툴 정도로 국민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의원과 당원이 속칭 ‘줄을 서게’ 돼있다”며 “당내 기반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 역시 “(황 전 총리가 친박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은) 사람들이 계파를 고정돼 있는 것으로 봐서 그렇다”며 “어차피 박 전 대통령이 없는 지금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지금 지지율이 유지되면 친박 비박 가릴 것 없이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모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솔직히 황 전 총리는 대선 때 외연 확장력이 문제지 보수 내에서 선출하는 당대표 당선은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