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검은 대륙 아프리카, 그 색다른 음악의 감성을 듣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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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은 대륙 아프리카, 그 색다른 음악의 감성을 듣다 1
  • 김선호 세계 음악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3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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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39)> 북부 아프리카의 음악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김선호 세계 음악 칼럼니스트)

* 검은 대륙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어원은 어디서 왔을까? 아프리(Afri)는 카르타고와 인접한 북아프리카에 살던 여러 민족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이 이름은 보통 페니키아어로 '먼지'를 뜻하는 아파르(afar)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동굴'을 뜻하는 베르베르어 낱말 이프리(ifri)나 이프란(ifran)에서 나온 말로, 즉 동굴에 사는 사람이다. 아프리카 또는 이프리, 아페르는 알제리와 트리폴리타니아의 바누 이프란 족의 이름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아프리카는 여기에 'ca'가 붙어 있다. 로마어 또는 라틴어에서 접미사 '-ca'는 '나라' 혹은 '땅'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프리카는 '이프란의 땅' 쯤 되는 것 같다.

한편 1세기경 유대인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아프리카가 창세기 25:4에 따라 아브라함의 손자 에벨(Epher)의 이름에서 나왔으며, 그 후손이 리비아를 침공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라틴어 'aprica'는 그 의미가 '햇볕 쬐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리스어로 '춥지 않은'이라는 뜻이 'aphrike'이기도 하다. 그리스어 phrike(φρ?κη, '추위', '공포')에 접두사 'a-'를 붙여 추위와 공포가 없는 땅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한편, 이집트어로는 아프리카는 '고향'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어원의 기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이제 음악을 들여다볼까?

* 반복과 합창의 음악성

아프리카 음악은 일반적으로 북부의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음악과 에티오피아 기독교 음악, 그리고 중남부의 원주민 니그로 음악, 마다가스카르 음악 등 4가지로 분류된다. 또한 단순한 선율의 반복과 아울러 합창이나 폴로포니적인 다성성(多聲性)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통음악을 의미하는 것이고 오늘날 인구가 밀집한 도시지역의 대중음악은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변화해가고 있다.

여기서는 다양하게 발전해가는 아프리카의 대중음악을 친근한 멜로디나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받은 음악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나마 들여다보고자 한다. 사실 외부로부터 영향이라는 의미는 유럽의 침략과 학살, 그리고 식민통치와 인종차별과 같은 처절함이었다. 외세의 탄압에 항거하면서 내재적으로 전통적인 아프리카 음악의 본질을 지키며 그 애환을 담은 음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김선호 세계 음악 칼럼니스트

* 지중해 남부 지역 아프리카의 어제와 오늘

아프리카 북부 지중해지역 국가는 알제리, 모로코, 리비아, 이집트 등을 들 수 있다.  지금은 나름대로 국가로서 분류되고 있지만 1912년 이전에 리비아라는 나라는 없었으며, 알제리는 오스만튀르크의 총독이 지배하는 지역이었다. 이들은 20세기 이전에는 도시 또는 지역의 이름만 있었으며 모로코를 포함해 대부분이 베르베르족의 거주하는 곳이었다. 이곳의 역사를 보면 로마시대에는 지중해 남부로서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7세기경부터는 아랍의 무어족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15세기에 들어서는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를 받았으며 근세에 들어서는 포르투갈, 프랑스령이 되기도 했다. 알제리는 1962년 프랑스에 대한 독립투쟁으로 200만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 북부 아프리카의 음악

이들 국가의 음악 가운데 이집트 음악은 중동지방 음악에 가깝다. 한편 모로코, 알제리 음악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대중성도 지니고 있다. 특히 알제리는 과거 프랑스령이었던 때문에 앙리코 마샤스(Enrico Macias)와 같은 유명한 샹송 가수가 배출되기도 했다. 이 아프리카 북부지역의 음악은 베르베르족의 전통 음악과 수세기 동안 지배를 받았던 회교도의 음악이 섞였고, 또 근세에 들어 스페인이나 프랑스의 지배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탈식민지 운동(脫植民主義, Postcolonialism)에 기인한 음악이 융합되면서 오늘날 이른바 라이위(Rai)라고 하는 장르의 음악이 대중음악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알제리나 모로코 등에서는 서구의 음악을 가져와 편곡을 해서 불러도 그 분위기는 라이위(Rai)를 벗어나지 않는다. Cheikhs(남성)와 Cheikhas(여성)의 거친 듯한 목소리와, 고음역을 길게 늘여서 바이브레이션을 이어가는 멜리스마 창법도 여기에 기인한다. 한편으로 모로코, 이집트, 알제리에는 샤비(Chabbi)라는 장르도 있는데, 이는 주로 결혼식이나 기타 축하연에 많이 사용되는 음악이다.

<알제리의 LiLi Boniche>

우선 세계적으로 알려진 알제리 출신 가수 릴리 보니쉬(Lili Boniche)의 음악을 살펴보자. 그가 부른 대표곡으로는 본래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의 하나로 1956년 파나마 사람인 송라이터 Carlos Eleta Almaran이 그의 형수가 죽고 나서 그 슬픔을 달래려고 작곡한 라는 곡이다.

이곡은 그해 멕시코 영화 'Libertad Lamarque'(영화 제목은 여주인공 이름과 같다)의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돼 중앙아메리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노래의 내용은 사랑하는 여인이 사라지고난 후 남자가 고통을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래가 너무 감성적인 나머지, 미국, 이태리, 스페인, 호주, 동유럽, 중남미 등지에서 편곡해 부른 가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만큼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해서 불렀다.

릴리 보니쉬도 이 곡을 1989년 리메이크해서 불렀다. 보니쉬는 1921년생으로 2008년 사망했는데, 그는 유태계 아랍인으로 노래도 북아프리카의 라이(Rai) 풍을 따르고 있다. 때문에 노래는 북아프리카 라이위(Rai) 풍의 탱고라고나 할까 아주 재미있다.

감상 1 : Lili Boniche - Ana Fil Houb

▲ ⓒ김선호 세계 음악 칼럼니스트

<라이위(Rai)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Haim의 노래>

보다 더 구체적으로 Rai 음악에 대해 설명하자면, 라이위는 1920년 지금의 알제리 오랑(Oran) 지역의 하층민들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프랑스는 식민통치 때 오랑의 거주자 4만 5000명을 학살하기도 했다. 독립 전쟁 초기에는 오랑지역의 베두인족 양치기들이 금속성 드럼의 일종인 Guellal(아랍의 다부카와 약간 유사)과 Gaspa(장미나무로 만든 피리)로 반주를 했다. 당시에는 주로 남성들이 불렀으나 20세기 말에는 주로 여성들이 부르는 장르가 됐다.

라이위의 언어적 의미는 '의견', '관점', '목표' 등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본질적으로 탈식민지 운동(脫植民主義, Postcolonialism)의 틀 속에서 여러 문화권의 특징들이 혼합되면서 하이브리드적인 성격을 띠며 발전해왔다.

라이위의 가사는 대부분 유럽의 식민 통치에 반대하는 내용이거나 질병으로 고통 받는 하층민의 애환 같은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때문에 유명한 라이위 가수들은 라이위에 대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나는 늘 삶의 보편적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 그리고 저항에 대해서 노래해왔다. 그래서 라이위 음악은 항상 저항음악이었고 미래를 지향하며 부르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라이위의 노래나 연주는 사실 우리에게 랩이나 레게음악보다는 아직 낯설게 느껴진다. 그중 비교적 덜 낯설고 또 리듬이 편안한 노래로는 하임(Haim)의 와흘라쉬(Wahlaich)를 꼽아 본다.

감상 2 : Haim - Wahlaich

김선호 세계 음악 칼럼니스트

지구촌음악과 놀다 - 2016 세종우수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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