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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2차 북미정상회담, '북핵폐기'로 가는가?
한반도 평화 '핵담판' 돼야
北비핵화 실질적 성과 관건
'종전선언' 도출 집착해선 안 돼
남·북·미 스웨덴 협의결과 주목
항구적 평화 전환점 구축을
2019년 01월 26일 10:46:23 이병도 주필 lebd0528@naver.com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이병도 주필)

북한과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2월 말로 시기가 확정됐고, 스웨덴에서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이 있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많은 진전”을 언급했다.

회담 장소는 베트남 다낭이 유력시되고 있다.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지 실로 주목된다. 미국 워싱턴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90분간 만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면담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을 돌연 연기한 이후 표류를 거듭하던 북-미 대화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서게 됐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둘러싼 양측 이견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속도를 내게 됐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회담에서는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 미국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한국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상회담 개최에 필요한 사전 합의사항을 다졌다.

교착 상태에 빠져온 북핵 협상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4차 방중, 북미 대화 재개로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山)'은 높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미국은 ‘선 비핵화, 후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한 반면, 북한은 ‘선 제재 완화, 후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관건 역시 앞으로 한달 간 북미가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세부 사항들을 어떻게 엮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남북미가 영변 핵시설 동결ㆍ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남북 개성공단ㆍ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제재면제 등의 난제들을 모두 올려 놓고 끝장이 날 때까지 논의해 비핵화 로드맵을 내 놓는 게 중요하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회담이 상징적 성격이 강했다면, 2차 회담은 구체적·실질적 성과를 내야 마땅하다.

반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미·북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협상은 북핵 폐기를 한 걸음이라도 진전시켜야 실질적 의미가 있다.

미 민간부문 對北조치 주목

긍정과 부정, 양면은 여전히 교차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합의와 관련,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이정표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를 내놓으면서도 난제(難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19~21일 스웨덴에서 진행된 북미간 첫 실무협상에 대해 "더 진전이 있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이(an awful lot of work) 남아 있다"고 말해,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는 "두 정상이 동의한 한반도 안보와 안정, 평화를 위한 비핵화 달성에는 아직 많은 단계가 있다"고 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하크홀름순트의 휴양시설에서 2박3일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합숙 담판을 한 바 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향후 북미 관계의 장래와 관련, 비핵화 협상에서의 '민간영역 역할론'을 강조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지금은 민간영역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비핵화 달성을 향한 상당한(substantial) 조치를 마련하고 올바른 여건을 조성한다면,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전기나 북한에 절실한 인프라 구축 등 뭐든 간에 그 배경에서 드러나는 것은 민간 부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관여) 요소도 분명히 있겠지만 우리 모두 기대하는 안정을 가져올 북한의 경제 성장 달성에 필요한 엄청난 민간 부문의 '진출'(push)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영역이 (비핵화) 합의의 최종 요소 달성에 주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논의되고 있는 미국의 상응조치와 연관돼 있을 수 있어 주목된다.

사전작업 긴박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향한 사전작업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이달 초 김정은 위원장은 돌연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인 행보와 비슷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3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이번에도 미국을 상대하기 전에 중국을 자기편으로 묶어두려는 전략을 폈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 대통령과 언제든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뒤 이처럼 중국을 전격 방문하고 김영철 부위원장을 미국에 파견하는 절차를 거쳐 어렵게 성사된 것이다.

복잡한 경위를 거쳤지만, 어떻든 북-미가 다시 2차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두 나라가 핵심 쟁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이견을 해소했거나 해소할 의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할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만남을 가리켜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만남이었다”고 평가하고, “우리는 많은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 “다른 많은 것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는 북-미 간 ‘비핵화 조처와 상응 조처’의 맞교환을 놓고 큰 틀에서 교감을 이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일단은 풀이된다.

이견 여전…실질적 조치 국제사회 주문

그러나, 이견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을 향한 '엄청난 진전' 언급과는 별도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김 부위원장의 방문 직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시 밝혔다. 북한 당국 역시 김 부위원장의 방미와 2차 정상회담 성사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북·미 간 이견이 아직도 분명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와관련, “정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토대로 관련국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제사회의 주문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만난다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조치들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남 자체에 의미가 부여됐던 1차 회담과 달리 2차 회담은 실질적 성과를 내야 성공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사실, 2차 정상회담이 성공하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은 지금까지의 교착 국면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우려가 크다.

미국이 북한에 강도 높은 비핵화 조치만 요구하거나, 북한이 미국에 제재완화나 관계개선만 주장해서는 길고 복잡한 평화프로세스를 지속할 수 없다.

북미는 1차 회담에서 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등 4개 조항에 합의했었다. 1차 회담이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비핵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상징성에 무게를 뒀다면, 2차 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성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실질적 성과란 북한이 이른바 ‘FFVD’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北, 과감한 비핵화로 '빅딜' 출발점을 

그것은 북한이 2차 정상회담에서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꺼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영변 핵시설 사찰 및 영구 폐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 또는 해외 반출 등의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무엇이 됐든 말뿐인 약속을 넘어 구체적인 일정·방법과 신속한 실행이 수반되는 것이어야 양측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핵무기의 생산·실험·사용·전파 중단 의사를 명백히 밝혔고, 앞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적 폐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검증 등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처에 대해서는 미국의 ‘상응 조처’를 조건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상응 조처로 대북 인도적 지원의 재개,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원하고 있는 대북 제재 완화 문제엔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백악관은 '압박과 제재의 계속'을 밝혀, 추후 협상 과정에서 북-미 간 제재 완화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영변 핵시설 및 ICBM 폐기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부분적 제재완화를 맞교환하는 '스몰 딜'(Small Deal) 구상이 주목되기도 한다. 스몰 딜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빅딜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란 요구도 적지않다.
그러나, 일각의 전문가 집단에서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업무정지) 장기화와 러시아 스캔들로 국내 정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완전한 북핵 폐기’ 대신 그런 식의 ‘나쁜 합의 스몰 딜’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은 2차 정상회담에서 ICBM 폐기, ICBM을 주로 실험하던 평양 산음동 미사일 핵심시설 폐쇄 등을 카드로 들고나올 수 있을 것이다. 미 정가 등에서는 ‘북한의 ICBM 제거’ 선에서 절충점을 찾는 등 ‘스몰딜’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스몰딜이 쌓여 빅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측이 비핵화 로드맵에서 이탈하는 즉시 모든 제재를 원상 복귀시키는 이른바 ‘스냅백 조항’(Snapback Clause)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 북한과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사진은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의 모습. ⓒ뉴시스

1차회담 협상교착 장기화 우려

그동안 북미 핵협상은 실로 미흡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은 70년 묵은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역사적 의미의 상징성에 비중을 뒀다.

전 세계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었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신호탄일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론적인 합의에 머물렀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한 방법론과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었다. 지금까지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진행되지 않아 협상 교착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크다.

그 뿐 아니었다. 미국의 자세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미·북 정상회담 때  북한과의 의제 조율도 안 된 상태에서 회담 날짜부터 덜컥 발표했다. 이후 양쪽 실무진들이 협상에 나섰지만 북측은 비핵화 조치를 전혀 내놓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맨손으로 회담에 임했고, 김정은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라는 의미도 불분명한 말 한마디만 듣고 그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즉흥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 후 북 비핵화 범위 및 후속 이행 방식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응 조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8개월여간을 겉돌았다. 좁혀야 할 간극이 그만큼 컸으며, 집중적이고 강도 높은 협상을 벌여야 하는 부담을 계속 안게 됐다.

美 졸속합의 가능성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북-미 대화의 성패는 역시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상응 조처’를 어떻게 조화롭게 주고받느냐에 달려 있다.

모든 협상은 거창한 명분보다 구체적인 디테일이 중요하다.

원칙에는 합의하고도 구체적인 실행 규정에서 이를 피해갈 단서 조항을 달아놓으면 말짱 헛일이란 얘기다. 북한은 그간 말로 한 건 물론이고 공동성명서나 합의서로 약속한 내용마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지키지 않은 경우가 숱했다.

앞으로의 북·미 간 협상에서도 걱정되는 건 한둘이 아니다.

정상회담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북핵 위협을 걷어내는 대신 완전한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북한이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ICBM을 없애는 대가로 미국은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북·미 국교 정상화를 추진할지 모른다. 이럴 경우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 사실상 다름없다.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최근 미·북 간에 일부 핵시설 및 ICBM 폐기와 그에 따른 종전선언, 평화협정 맞교환에 무게를 두는 기류를 보인 데 대해 한국의 상당수 전문가 집단에서는 강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재래식 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여야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명실상부하게 제거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실제, 미·북 간 협상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진전을 이뤄내야만, 대북 제재도 풀고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그리고 북한 내 도로·철도 건설 지원 등으로 남북협력을 비로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넘어야 할 고비 - 김정은 결단 중요

이번 2차 정상회담 발표에도 미온적인 부문이 여전하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이번 트럼프 미 대통령 방문에서 예상과 달리 2차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이 희망해온 제재완화를 놓고 북미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징후가 아닌가 싶다. 2차 정상회담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적잖을 것임을 보여준다.

미국 언론들도 북핵 폐기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 측 조치에 대해 뚜렷한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 대변인이 "생산적인 만남이었다"면서도 "압박과 제재의 계속"을 별도로 밝힌 것도 그런 심증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약속하지 않았고, 그래서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의 여건도 성숙되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그동안 일반 국제협상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 왔다. 실무진의 협상 결과를 정상들이 추인하는 통상적 수순 대신 정상 간에 먼저 담판을 짓는 톱다운 방식이었다. 아직은 디테일이 협상 테이블을 좌우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진정으로 비핵화하려는 의지와 그것의 실행을 이끌어내는 지혜로 드러났다.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달린 문제다. 북한의 미래를 위해서는 핵을 진정으로 포기해야만 한다.

이와관련, 지난 20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달 초 김 위원장이 중국 시 주석을 만났을 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속내는 알 수 없다. 우리로선 행여 미국과 북한이 핵은 뒤로 미룬 채 ICBM 폐기에 치중, 협상을 졸속 타결하는 일이 없도록 바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또 다른 관심사는 남북경협 확대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 국제제재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었다.

트럼프·김정은 2차 회담에서 미국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용인하는 합의가 이뤄지면, 일단은 큰 성과다. 다만 그 전제조건은 북한 핵 폐기여야 한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비핵화 없는 개성공단 가동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국제제재에 따라 언제 다시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 중재, 국민안전 중요

앞으로의 미북 대화에서 한국의 중재역할은 실로 중요하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의에 스웨덴을 조정자 역할로 끌어들여 완충지대를 미리 설정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한국도 이번 스웨덴 협상에 처음부터 함께해 미·북 간 세부 협의를 사후 통보받는 게 아니라, 남·북·미 3자 회동까지 함으로써 미·북정상회담에 한국이 균형추 역할을 할 디딤돌을 마련, 일단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실무협상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상대할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노회한 북한 협상가를 상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그러니 한국 측 협상팀에서는 그간에 축적된 협상 노하우를 충분히 알려주고 보완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한편, 북·미 간 협상임에도 한국 대표단이 스톡홀롬까지 날아간 것도 양쪽 간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주의할 건 종전선언이나 대북 제재 완화 등에 급급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현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남북 교류와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전선언도 남북교류 및 대북 제재 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단이나 계기로 보는 듯하다. 목표와 수단, 완급의 조절이 중요하다.

2차 정상회담까지 남은 한 달은 이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중대한 고비가 됐다. 한국이 북·미 실무회담에서 막후 중재를 넘어 좀 더 의미 있는 역할을 해야만 할 것이다. 향후 지난한 비핵화 과정을 완주하려면 지속 가능한 남·북·미 실무 테이블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 틀을 구축하는 기회로 이번 회담을 활용하기 바란다.

북미가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게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 협상이 북핵을 인정한 채 미국에 대한 위협만 제거함으로써 한국민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식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 핵 파기 파행史

한국민의 안전과 관련, 지난 날 북한의 핵 파기 파행史는 이를 더욱 확인시킨다. 앞으로의 여정에 더 확실한 경고를 던진다.

지난 24년간 한반도에는 세 번의 공인된 핵위기가 있었다. 북한이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 미국이 94년 6월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한 게 1차 핵위기다. 1차 위기는 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로 넘겼다.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면 보상해 주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2차 핵위기는 2002년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개발을 발표하면서 다시 찾아왔다. 제네바 합의는 곧바로 휴지 조각이 되고 새로운 9·19 공동성명(2005년)이 탄생했다.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하되 북·미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역사적 합의였지만, 이 역시 백지화된 지 오래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과 ICBM 개발 완성은 세 번째 핵위기의 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1차 미북 합의문은 얼핏 9·19 공동성명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다.

더욱이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12번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그랬던 북한이 최근들어 남한과 미국을 향한 조기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외교적 관계 개선으로 돌파하려는 계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국제사회의 북한 핵 도발에 따른 제재와 압박, 그 중에서도 경제 압박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도발에 이은 대북 제재, 유화 제스처에 따른 국제사회 지원 그리고 또 다시 도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 갈수도 있다는 배수진의 의도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 항상 유의하며 주시해야 한다. 언제든 돌변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향후 김정은의 태도 가변성에 대한 엄밀한 주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미 대화 내용상의 실질적 진전과 김정은의 진정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가 계속 빈틈없이 이행돼야 하는 근거다.

완전한 '핵 폐기' 원칙 지속을

한반도평화, 나아가 동북아정세의 안정을 위해 평화프로세스는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비핵화 원칙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완전한 '핵 폐기'로 가야만 한다. 

그간의 남북 교류 역사가 증언하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만 믿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받아들이는 건 옳지 않다. 영변 핵시설 및 동창리 엔진시험장 등의 폐기 등은 물론이고 핵·미사일 신고 또는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 등을 북한이 내놓지 않을 경우 제재 완화를 섣불리 주장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2차 정상회담은 상징성의 1차 정상회담과는 명백히 달라야 한다. 비핵화 문제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북한 핵 폐기로 가는 실질적 조치 없이 제재가 풀리면 북핵 해결은 멀어지고 한반도 평화는 공염불이 될 것이다. 제재는 성급히 풀리고 FFVD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우리는 최소한 그때까지 북핵을 이고 살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2차 북미회담이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성과 대신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명심, 사전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적극적인 조율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서로 만족할 만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은 지금까지의 교착 국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핵 담판’이 예상되는 이번 회담에서 북·미 정상은 북한 핵탄두와 핵물질의 폐기 등 구체적인 결과물을 반드시 내놓아야 할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이것이 김 위원장의 방남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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