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국 '그랩'에서 엿본 카카오카풀의 미래는?
스크롤 이동 상태바
[르포] 태국 '그랩'에서 엿본 카카오카풀의 미래는?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1.28 17:46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가 직접 겪어본 차량 공유 서비스 후기
장단점 있지만 이용자 입장서 편리…도입시 법·제도 정비가 관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방콕=김병묵 기자)

▲ 26일 방콕에 위치한 짜뚜짝 시장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 택시가 길게 줄을 늘어서 있지만 그랩 앱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부른 그랩택시, 혹은 카풀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시사오늘

"방콕, 치앙마이, 파타야 등 관광지를 중심으로 '그랩'을 아주 많이 씁니다. 관광객들이, 쓰는 사람들이 좋으면 많이 하겠죠. 또 (그랩이) 나빠지면 다른 게 등장하지 않을까요?"

27일 태국 방콕에서 '그랩택시' 기사 윗추다 씨가 들려준 말이다. 그랩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랩은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돼 동남아 전체에서 성행중인 차량 공유 서비스다. 동남아시아 지역 8개 나라, 235개 도시에 진출한 그랩은, 앱 다운로드 1억을 돌파했고 드라이버 기준으로 700만명이 넘는 대 성공을 거뒀다.

한국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는 전쟁의 다른 이름이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앞두고 택시기사가 두 사람이나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에선 그랩이 대성공을 거뒀다. 태국의 그랩은 한국에 곧 올 현실일까, 아니면 가보지 못한 미래가 될까. 다음은 기자가 22일부터 27일까지, 휴가차 방문한 태국에서 직접 '그랩'을 체험해본 후기다. 순수히 관광객, 그리고 사용자의 입장임을 밝혀둔다.

관광업의 비중이 높은 태국은 택시의 천국이다. 삼륜차를 개조한 택시인 '툭툭'이나 군용트럭을 연상시키는 '썽태우' 등 다양한 택시가 있다. 그러나 출국 전, 많은 이들이 '그랩'을 추천했다. 그랩은 현 카카오 택시와 같은 시스템인 '그랩 택시'와 카풀서비스인 '저스트그랩' 두 가지가 있다. 기자가 직접 겪은 바, 많은 이들이 '그랩'을 추천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투명한 요금

'그랩' 택시의 가격이 싸진 않다. 실제 미터기 요금보다 최대 20%까지도 높다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미터기를 아예 켜 주지 않는 등 '바가지 택시'가 횡행하는 상황이라면, 이 요금의 투명성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길을 잘 모르는 관광객이라면 더욱 그렇다. 네비게이션을 켜 놓고 가기 때문에 괜한 의심을 살 필요도 없다.

기자는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서 숙소까지 그랩이 아닌 택시로 이동했다. 인터넷 후기 등에 따르면 약 400바트(약 1만7000원) 가량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짐을 싣고 택시를 타자, 처음엔 1200바트(약 4만 2000원)을 요구했다. 미터기를 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차량의 크기와 인원 수 등을 감안해도 800바트(약 2만 4000원)이상은 비싼 가격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흥정을 통해 가격을 얼마정도 조절할 수 있었다.

반대로 나중에 숙소에서 공항으로 향할 때는 그랩 앱을 이용했다. 택시가 아닌 저스트 그랩이었는데, 여러 가격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택했다. 차종도 미리 알 수 있다. 437바트를 요구한 차를 골랐는데 가격을 예측할 수 있었기에, 알뜰하게 돈 관리가 가능했다. 기사였던 윗추다 씨는 "작은 차여서 싸게 불렀다"고 설명했다.

예외적으로 쌀 때도 있다. 치앙마이의 한 리조트 직원은 "리조트에서 택시를 불러줄 수도 있지만, 그랩이 더 쌀 것"이라며 "중간에 리조트가 받는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2. 언어장벽이 없다

▲ 태국에서 그랩 앱을 사용했을 때의 화면. 기사의 사진과 차종, 번호판명, 현 위치 등이 나온다. ⓒ시사오늘

치앙마이에서 그랩을 통해 불렀던 한 택시(혹은 카풀)기사는 아예 영어도 전혀 하지 못했다. 말을 걸어보았지만 태국어로 된 대답만 돌아왔다. 번역기 어플리케이션 사용도 포기하고 그냥 좌석에 몸을 묻었지만, 그는 기자를 정확히 목적지로 데려다 줬다. 기사의 앱 화면을 슬쩍 보니 영어대신 태국어로 가득했다. 분명 기사를 부를 때는 영어를 사용했는데도 말이다.

3. 택시 잡기가 용이하다.

당연하게도 승차거부가 없다. 눈앞에 툭툭이 있길래 기사에게 가격을 물었다. 조금 전 일행들이 인당 30바트(약 1000 원)를 내고 썽태우를 타고 간 곳과 동일한 목적지를 인당 50바트(약 1700 원)을 요구했다. 흥정을 시도하려 했으나 기사는 완강했고, 결국 빈 차를 타지 못했다. 약 10여 회 이용하는 동안, 배차 실패를 제외하면 그랩 대기 시간은 평균 5분 여 가량이었다.

지독한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방콕 시내에서도 최대 9분을 기다렸을 뿐이었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사실 태국의 그랩은 법적으론 반쪽짜리다. 면허를 취득한 그랩 택시는 합법이지만, 카풀인 저스트그랩은 불법이다. 엄청나게 많은 그랩 카풀이 성행하고 있지만, 적발되면 상당히 높은 금액의 벌금을 물게 되어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단점들이 있어서다.

운전자의 신분보장문제

기자가 귀국한 28일엔 카풀 앱 운전자의 성추행이 논란되고 있었다. 태국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마찬가지였다. 카풀이라는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우려기도 하다. 태국의 택시기사 사무이 씨는 "(택시)운전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다. 카풀은 운전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지난 24일 치앙마이에서 이용했던 한 저스트 그랩 운전자는, "일주일에 2~3일, 떄론 일주일 내내 사원에서 명상을 하고 내킬 때만 운전자로 일한다"고 밝혔다.

택시의 문제를 보완하진 못한다

택시가 닿지 않는 곳이나 수요과잉이 일어났을 때는 그랩도 속수무책이었다. 택시의 약점을 보완해주지는 못하고, 결국 똑같은 곳에서 경쟁의 밀도만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타패게이트'에서 해가 진 뒤, 그랩 앱을 이용해서 아무리 검색해도 택시도 카풀도 아예 잡히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그랩은 포기하고 지나는 트럭형 택시 썽태우로 숙소로 돌아갔다. 혼잡이 극에 달한 치앙마이 야시장에는 아예 우버와 그랩은 금지라는 쇠로 된 간판이 서 있기도 했다.

다시 기사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기자는 태국에 머무는 내내 그랩택시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저스트 그랩을 통한 카풀도 아주 편리하게 이용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매우 편리하기에 관광지를 중심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 원리다. 소비자는 좋은 것을 택하게 돼 있다. 우리도 차량 공유 서비스에 경쟁력이 예상된다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결국은 도입될 것 같다는 예상이 든다.

다만 중요한 것은 법과 제도의 정비다. 정부의 역할이 가장 커 보인다. 무작정 금지는 애초에 역행이라 논외다. 태국처럼 이미 성행 중인 저스트그랩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 식 벌금을 매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결국은 우리가 어떤 안전장치, 발전된 법과 제도를 내놓느냐에 달려있다.

다행히 기자가 아직 태국에 머물던 지난 25일,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한 차량공유 서비스 도입 방안 논의가 결정됐다. 카카오 카풀과 한국의 차량공유 서비스가 어떤 미래를 맞을지가 달려있다. 시장간 조율을 넘어서서, 본격적으로 태국을 비롯한 '그랩'과 같은 사례들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도훈 2019-01-28 18:38:58
공유앱 우버나 그랩등이 동남아에서 성공할수있었던 요건은 대중교통인프라부족.비싼택시요금.자가용보급율저조 우리나라는 이3가지 요건에 1가지도
해당 않됩니다 어느나라가보니 편했다 싸다 좋다라고 단편적인 애기를 하는데 거기보다 우리나라
택시요금이 더 저렴 합니다

박귀표 2019-01-31 21:06:28
지인의 아들이 대기업 회사원인데 카카오택시로 하루 2~3만원을 번다고 하더군요.
택시도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돈벌기에 몸과 마음을 짜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변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카카오택시 도입에는 반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