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비판만 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비판만 해야 할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1.29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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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정성 훼손보다 중요한 국가균형발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정부가 29일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사업 23개를 선정하고 총 사업비 24조1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예타 면제 대상으로 신청한 33개, 약 60조 원에 달하는 사업 중 일부를 선별한 것이다.

선별 기준은 '국가균형발전'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예타 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선정된 23개 사업을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아예 배제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광역급행철도 GTX-B노선 사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이기에 이번 결정은 아쉽다는 반응이 상당하다. 예타는 정부가 시행하는 대형사업의 사업성을 종합평가해 국민혈세의 낭비를 막고, 선거공학 차원의 선심성 사업을 가려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의 공정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안정장치를 부수는 이번 결정으로 정부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경제성은 물론, 출범 초기 스스로 내세운 기치 중 하나인 과정의 공정성을 스스로 내팽개친 셈이 돼 버렸다.

또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별도의 절차 없이 정부가 직접 예타 사업을 선정하는 것은 2009년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가 22조 원 규모의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처럼 이번 결정은 국가균형발전적 측면에 무게를 두느냐, 정부여당의 공정성 훼손과 내로남불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두 가지 시선 중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해당 사업들이 어떻게 추진될지,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와 여러 경제상황들을 감안하면, 지금은 마땅히 전자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급변과 서울·수도권 인구 과밀화 현상이 함께 진행되면서 지방은 급격히 늙고 있다. 조선업, 중공업, 자동차업 등 지역경제를 살리는 기간산업도 수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한 지역상권의 침체로 지방의 자영업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소멸 위기인 도시도 증가 추세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느라 고향을 떠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로 비수도권 노년층의 노후도 불투명해 졌다. 지방의 서민가구들은 부도 위험에 몰린 처지다. 연쇄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뿌리 역할을 하는 지방이 무너진다면, 꽃이 피어나는 수도권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국책사업이 반드시 추진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구와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 추진되는 사업의 경제성이 좋게 나올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의 예타 면제가 불가피한 조치인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내건 기치를 스스로 부정한 점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일개 정권의 기치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방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직전인 상황에서 내로남불이면 또 어떠한가.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보다 중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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