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에 이은 한국가스공사 성추행 사고… 공기업들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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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에 이은 한국가스공사 성추행 사고… 공기업들 왜 이러나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9.01.30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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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한국가스공사 본사 사옥 전경 ⓒ 한국가스공사

연초 불거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내 성추행 사건에 이어 한국가스공사에서도 간부에 의한 여직원 성폭행 사실이 드러나 연일 충격을 주고 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제 도입 등 직장 내 성폭행 및 성추행 방지를 위한 의지 표명과는 달리 공기업 특유의 무사안일주의가 뿌리박힌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가스공사 기동감찰단은 지난 연말 여직원 성추행을 일으킨 지역본부 간부 A 씨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는 A 씨가 회식장소에서 자신의 허벅지를 만져 이에 항의했으나 몇 차례 더 성추행이 일어났다며 사건 바로 다음날 가스공사 인사 운영부에 신고했다.

이후 A 씨는 즉시 직위해제 돼 무보직 상태에서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기동감찰단의 정식 조사를 받았다.

문제는 가스공사 내 성폭력·성추행 사건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엔 가스공사 출입기자의 멕시코 취재 지원을 위해 동반한 B 부장이 현지법인 환송회에서 통역 담당 여직원을 수차례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B 부장은 여직원에 대한 입맞춤과 함께 성희롱 발언과 스킨십을 여러번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직원은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고 이후 B 부장은 보직 해임됐다.

같은 해 4월에도 가스공사 지역본부 C 부장이 부하 여직원 2명을 성추행해 징계를 받았다. C 부장은 여직원들을 껴안으며 강제 추행한 사실을 은폐하려다가 정직 처분을 받았다.

한편, 같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한수원의 경우 지난 22일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여자 축구단(이하 경주한수원)’ 내에서의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 체육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 경주한수원 감독을 맡았던 하 모 씨는 소속 구단 선수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저질러 결국 구단 수뇌부에 의해 같은 해 가을 퇴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 보도 당시 성폭행 사건에 대한 축소 및 은폐 논란이 일자 한수원 측에선 적극 해명했다.

한수원 측은 사건 피해자가 수사를 원치 않았으며,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에서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론과는 달리 성폭행 사건에 대한 한수원 측의 어설픈 대응 방식이 문제시 되자 대한축구협회는 전국 여자축구부 전수조사에 나섰다.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여론의 뭇매를 못 이기고 뒤늦은 대처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수원 남자직원들이 여직원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이 또 전해졌다.

2014년 당시 한수원 신입이었던 여직원 D 씨가 입사 직후부터 당시 인재개발노조위원장을 포함한 3명의 남자직원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

피해자는 지난해 5월과 6월 가해자들을 회사에 신고했다.

한수원 측에선 조사가 끝나 내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반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운 모양새다. 가해자들은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가해자 중 노조위원장은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한수원 직원이 필리핀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져 현지 한인회까지 조사에 참여한 바 있다.

한수원과 가스공사는 산업부 산하 공기업 중 최근 5년(2014~2018년) 간 직원들의 성추행 징계 건수가 두 번째와 세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밝힌 최근 5년 간 산업부 산하 공기업 직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성추행의 경우 2014년 10명에서 2015년 13명, 2016년 17명, 2017년 16명, 지난해 8월 현재 20명으로 늘었다.

이중 가장 많은 직원이 징계를 받은 기관은 한국전력으로 5년간 14명이었으며, 한수원(8명)과 가스공사(7명)가 그 뒤를 이었다.

한수원과 가스공사는 지난해부터 각각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는 공공기관에서 구성원의 각종 비리가 드러날 경우, 직위를 바로 해제하거나 퇴출시키는 제도다. 2009년 2월부터 서울시가 처음 도입·시행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은 단순히 직원의 비리 사실에 대한 엄중한 처벌만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일벌백계(一罰百戒)로써 여러 사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진정한 의미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비슷한 사건사고가 불거지는 것은 공기업계에 만연한 근무기강 해이와 안일한 업무행태때문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29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한수원과 가스공사는 지난해 초부터 수장들이 바뀌며 경영혁신 차원의 일환으로 성희롱·성폭력 행위 근절을 선언하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 시행 등 공기업으로서 선제적 대응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성추행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며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말로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제도상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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