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②-충청] “박근혜 나쁘다고 쫓아냈는데, 文 정부 똑같아”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설 민심②-충청] “박근혜 나쁘다고 쫓아냈는데, 文 정부 똑같아”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2.04 07: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수·안희정 대한 반응 '세대별 극과극'
"지금 충청도 최고 관심사는 부동산 가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지난 연말부터 정치권이 시끄러웠지만 충청권은 조용했다. 목소리는 크게 내지 않았지만 속내는 어땠을까. <시사오늘>은 설 명절을 맞은 충청권의 민심을 들어봤다.

▲ 2일 대전역 입구 모습. 비교적 한산하다.역 앞에는 손님만 기다리는 택시가 즐비했다. 대부분의 시민과 상인들은 "정치에 관심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시사오늘

2일 오전 대전역은 한산했다. 아직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하지 않아서인지, 역 앞 광장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만 줄지어있었다.

대전 중앙시장은 달랐다. 설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로 붐볐다. 대부분이 중장년층 이상이었다. 시민들과 상인들에게 질문을 던지자 상당수가 '지금 바쁘다', '정치엔 관심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취재에 곤란을 겪던 기자를 향해 한 잡화점 상인이 불렀다.

"기자양반, 내가 대전시민들의 마음을 요약해 줄테니 잘 들으소. 우리는 원래 보수다. 민주당은 하는 짓이 매우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당도 전혀 아니다. 여기는 '그때그때 달라요'다. 경기는 이보다 나쁠 수 없을 만큼 나쁘다. 이상. 끝이여, 끝." -김모 씨(남·50대)

끝이라고 했지만 그는 수 차례 더 문답에 답해줬다. 그러는 사이 주변 상인들도 모이고, 지나던 행인도 말을 보탰다.

-경기가 나쁜 이유는 뭘까.

"경기는 늘 나빴다. 하지만 작년에 더 나빠진 기분이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있는 것인가.

"그건 시장에서 물으면 안 된다. 여기는 사람을 쓰는 곳이 거의 없어서 우리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 물건이 나가고(팔리고) 아니고만 안다. 최저임금에 곡소리 나는건 애들(아르바이트생)을 많이 쓰는 카페, 편의점만 해당하는 일 아닌가."

-지난 취재에서 대전에 자영업자가 많다고 들었다.

"특별히 많은 건 아닐텐데. 대전은 공무원이 많다."

"(대전)자영업자 많어. 으능정이에서 카페하는 친구는 죽겠디야(죽겠다고 한다)." (지나가던 시민)

-최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은.

"초반보다 매우 안좋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가 나쁜놈이라고 해서 쫓아냈는데, 다른 게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남·60대·자영업)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가 실수하는 뉴스만 뜨더라. 점점 배가 불렀나 보다." -(여·50대·충남공주)

"대전 자체는 정부에 감정이 크게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슈. 허태정(대전시장)이가 대통령이랑 친하다고 해서, 트램도 빨리 됐다 그러긴 하는데 애초에 트램 자체가 좋을까 싶기도 하고. 기세 좋게 시작했는데 영 망조가 드는 것 같다." -(남·50대·대전서구)

그는 트램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말하는 것 같았다. 최근 화제인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김경수 지사 법정구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관심없다. 잘못 했으면 벌을 받는거고, 아니면 나중에라도 풀려 나겠지."

"놀랐다는데 놀라긴 누가 놀라. 그럴 줄 알았다"

-안희정 지사도 법정구속됐다.

"안희정 이름도 꺼내지마라." -(남·50대·대전서구)

"잘못이야 했는데, 혼자 잘못했나 싶긴 하다. 불륜 아닌가. 우리 또래들은 다들 그렇게 말한다. 재수가 없었다는 남자들도 있다. -(여·50대·충남공주)

-충청대망론은 살아있나.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하나쯤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대망이니 그런건 기자들이 하는 말 아니냐." -(남·70대)

▲ 2일 본격적 명절 연휴를 앞두고 붐비는 대전 중앙시장.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못느낀다며 안타까워했다. ⓒ시사오늘

자리를 동구 대전로(원동)에 위치한 중앙시장으로 옮겼다. 여기에서 만난 이들은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었다. 이동하면서 20, 30대들에게 물어봤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은.

"특별히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 우리들은 요새 뉴스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경로로 통해 정부가 뭘 하는지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알아서 판단한다. 부모님은 신문보면서 자꾸 못한다고 욕하시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다." -이모 씨 (여·20대·대전대덕구·대학생)

"다른건 다 상관 없는데 페미니즘 문제가 있다. 나는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에 너무 실망을 크게했다. 젊은 남성층을 포기한 것 같아서 다시는 표를 주지 않을 생각이다." -최모 씨(남·30대·대전대덕구·회사원)

"지금까지는 70점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정권과의 차별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 -김모 씨(남·30대·세종시)

-최저임금 인상 등이 젊은층에 영향이 있나.

"솔직히 느끼지 못한다."

-김경수 지사, 안희정 지사에 대한 생각은.

"김 지사는 억울하다는 의견이 주변에 많다. 하지만 어른들은 욕하는 분들이 많다. 안 지사는 사건 성격상 젊은층은 완벽히 등을 돌렸다. 이름도 오르내리지 않는다."

한편, 대전에서 취재를 하는 도중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부동산'이라는 지적이 수 차례 등장했다. 다음은 대전역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이 들려준 이야기다.

"대전 부동산이 많이 올랐다. 지금 대전, 아니 충청권은 다들 그걸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청주와 세종이 많이 빠졌다(가격이 떨어졌다)는데, 대전에 사는 사람들은 상당한 기대가 있다. 정부에서 어설프게 다시 부동산 규제를 하면 민심이 정말 돌아설수도 있다." -김모 씨(남·40대·대전서구)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지찬 2019-02-04 17:53:21
따끈따끈한 현장 취재 재미나고 생생합니다. 더구나 연령층대를 망라하고 이슈를 콕 집어 취재해주니 동향 파악이 잘 되었다. 전국 계속 이어졌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