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한국당 전대 연기론…“고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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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한국당 전대 연기론…“고민이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2.07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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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겹쳐…엇갈리는 빅3 손익계산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 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 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2월 27~28일로 확정되면서, 2월 27일로 예정됐던 한국당 전대와 날짜가 겹친 탓이다. 이에 한국당에서는 흥행 부진과 컨벤션 효과 저하 등을 우려하며 전대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대 연기가 후보 간 유·불리를 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실제로 행사가 미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1강’을 형성했다고 평가받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측에서 일정 변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한국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기회 놓칠라”…고민 빠진 한국당

YTN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1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수행해 2월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 정당지지율은 27.4%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로써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10.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부터 지난해 10월 2주차까지 10%대 초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당 지지율은 10월 3주차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1월 29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해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21%까지 뛰어 올랐다. 민주당(39%)과의 격차는 여전히 18%포인트가 나지만, 괄목할 만한 상승세임에는 틀림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세 원인을 ‘컨벤션 효과’로 본다. 컨벤션 효과란 전대나 경선 등 큰 정치적 이벤트로 특정 정당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 그에 비례해 해당 정당의 지지율도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당권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것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리얼미터> 역시 한국당 지지율 상승을 “황교안, 오세훈, 홍준표 등 당권 주자들의 행보로 인한 컨벤션 효과와 김경수 경남도지사 구속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한국당으로서는 컨벤션 효과 극대화를 위해 전대 연기 가능성을 타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전대가 동시에 열릴 경우, 한국당 전대에 대한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도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분위기가 많이 올라왔는데 전대 같은 찬스를 이렇게 흘려보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당내에서 전대 연기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기 vs 강행…복잡한 손익계산서

당권 주자들의 요구는 더 강력하다. 특히 지지율을 올릴 시간이 필요한 후보들의 연기 요청이 거세다. 우선 홍준표 전 대표는 “27일 미북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 하루 전에 미북회담을 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하려는 술책”이라며 “미북회담은 일정 변경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한 달 이상 미뤄 지선 때처럼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당의 중요한 행사가 외부적 요인으로 영항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날짜를) 늦춰야 하겠다”고 가세했다. 심재철 의원도 “전당대회는 미북정상회담 날짜와 겹치므로 당연히 연기돼야 한다”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당을 부활시키는 매우 소중한 계기이므로 미북정상회담에 파묻혀 흘려보낼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황교안 전 국무총리 쪽은 전대 연기에 미온적이다. 황 전 총리는 6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전대 연기론과 관련, “당에서 방향을 정하면 그 방향과 같이 가면 되는 것”이라며 “내가 고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전대 연기를 주장하는 여타 후보들과는 확연이 온도차가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쫓기는’ 황 전 총리와 ‘쫓는’ 여타 후보들의 상황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른 후보들보다 한 발짝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황 전 총리는 오는 27일에 ‘승부를 내자’는 입장인 반면, 추격권에 있는 후보들은 어떻게든 ‘판을 흔들 시간’을 확보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앞선 한국당 관계자는 “황 전 총리도 주목을 받으면서 당대표에 당선되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렇다고 일정이 너무 늘어지면 유리한 지금의 상황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라며 “홍 전 대표가 워낙 세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황 전 총리도 전대를 연기하는 데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래저래 한국당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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