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돌아보기] ‘휴가 빈부격차’ 사라진다…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
[법안 돌아보기] ‘휴가 빈부격차’ 사라진다…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2.13 22: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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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연차 쓰고 쉬던 근로자들…2022년부터 완전 사라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으로 2022년부터는 명절에 연차를 쓰고 쉬어야 하는 근로자가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뉴시스

“우리 회사에는 연차가 없어요. 입사하고 나서 3년 동안 한 번도 휴가를 내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2016년, <시사오늘>과 만난 한 중소기업 직원 A씨는 단 한 번도 연차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A씨 회사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을 보면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3년 동안 연차를 써본 적도, 연차휴가보상금도 받아본 적도 없다는 A씨의 사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조금 깊이 들여다보니, 우리나라에는 의외로 A씨 같은 근로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3·1절, 광복절, 명절 등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을 휴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날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둔 ‘관공서의 휴일’이더군요. 사기업의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으로 합의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빨간 날 근무’를 해도 위법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 덕분에 A씨 회사는 법적으로 부여하게 돼있는 최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면서도, 그 휴가를 3·1절이나 광복절, 설날, 추석 등에 쓰게 만들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들에게 단 하루의 휴가도 주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A씨의 ‘입사 후 3년 동안 한 번도 휴가를 내본 적 없다’는 말도, 회사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말도 모두 진실이 되는 ‘마법’은 이렇게 펼쳐졌습니다. 회사가 잘못한 게 아니라, 법이 잘못됐건 거죠.

이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사기업도 명절 등의 휴일을 유급휴일로 인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했습니다. <시사오늘>에서 소개했던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그런 맥락이었죠. (관련기사 - [법안 톺아보기②]휴가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258) 그리고 이 같은 정치권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더 이상 ‘명절에 연차를 쓰고 쉬는’ 일은 없어지게 됐습니다.

정부는 2018년 6월 27일 국무회의를 열고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대통령령을 ‘법 제55조제2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이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 각 호에 따른 공휴일 및 같은 영 제3조에 따른 대체공휴일을 말한다’고 개정한 겁니다.

현재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는 △일요일 △국경일 중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1월 1일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음력 12월 말일, 1월 1일, 2일) △부처님 오신 날(음력 4월 8일) △5월 5일(어린이날) △6월 6일(현충일)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음력 8월 14일, 15일, 16일) △12월 25일(기독탄신일)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을 관공서의 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앞으로는 관공서든 사기업이든 위에서 언급한 ‘빨간 날’은 모두 유급휴일로 처리해야 하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우리 회사에는 연차 휴가가 없다”고 말하는 근로자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다만 도입 시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워낙 ‘연차가 없는’ 기업이 많은 탓에, 이들의 경제적 충격을 고려해 완충 기간을 두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나 공공기관, 지자체 등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령이 적용됩니다. 그 다음으로 30명 이상 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2021년 1월 1일부터, 상시 5인 이상 3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2022년 1월 1일부터 개정 시행령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2022년 1월 1일부터는 명절에 연차 쓰고 쉬라는 기업이 완전히 사라지는 셈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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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노동자 2019-02-14 00:06:38
진짜 고마운 제도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