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재계③] 두산, '내일을 준비했지만'…요원한 '사람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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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재계③] 두산, '내일을 준비했지만'…요원한 '사람이 미래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2.14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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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인재 확보 노력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삼성, LG, SK, 한화, 두산, 효성, GS 등 최근 국내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 국내 경기 불황 등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각 그룹사들은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 시사오늘

글로벌 경제 침체, 국내 경기 불황에 대한 재계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사오늘>은 '위기의 재계'를 통해 현재 각 그룹사들이 처한 상황과 이에 대처하는 CEO들의 출구전략, 나아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짚어본다.

혹독한 구조조정·무너진 기업 이미지…2018년 재도약 발판 마련

'사람이 미래다', 2009년 9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약 7년 간 두산그룹이 기업 이미지 광고를 위해 내세운 문구다. 지금에 와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단순한 카피지만 당시 반응은 그야말로 선풍적이었다. 광고 시행 이후 대학생들의 두산그룹 입사지원 의향이 30% 이상 뛸 정도였다.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다'를 슬로건으로 사용해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된, 성공한 기업 이미지 광고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곧 두산에게 독(毒)으로 작용했다. 2013~2015년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입사 1년차 20대 신입사원들이 희망퇴직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다. '사람이 미래다'가 아니라 '명퇴가 미래다'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결국 2016년 두산은 해당 광고를 내리고, '두산은 지금 내일을 준비합니다'라는 새로운 기업 이미지 광고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보냈다.

광고 교체와 함께 두산은 박용만 전 회장 체제에서 그의 조카인 박정원 회장 체제로 전환됐다. 박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혹독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사업, 두산DST 등이 팔려나갔고, 수천 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기업 이미지에는 금이 갔지만 명분은 분명했다. 두산은 내일을 준비해야 했다.

내일을 위한 준비작업은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았다. 두산은 불안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각 계열사에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전면 배치했다. 또한 자금조달 차원에서 2016년 말 두산밥캣을 상장시켜 빚을 갚는 데에 사용했다. 지난해에는 기업가치 재고와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두산엔진 매각을 추진했다.

▲ 두산 CI ⓒ 두산그룹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은 2018년 매출 18조1722억 원, 영업이익 1조2159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전년 대비 각각 7.4%, 4.1% 증가한 수치다. 두산건설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 여파로 당기순손익이 적자전환했지만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원 클럽 입성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핵심 계열사들도 선방한 모양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6.6%, 9.7% 성장했으며,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7.7%, 2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두산밥캣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2%, 16.4% 올랐다. 시장 예상치를 밑돌지만 개선세는 뚜렷해 보인다.

하지만 업계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했으나 경영정상화로 가는 데에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시 빚이다. 공시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기준 두산그룹의 단기차입금은 전년 말 대비 3.25% 늘었고,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도 20.12% 증가했다.

또한 두산건설의 대규모 손실은 그룹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두산건설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017년 194.7%에서 2018년 552.5%로 대폭 상승해 그룹 재무건전성 전반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두산건설이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시 대주주인 두산중공업, 지주사인 ㈜두산은 직격타를 맞을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에도 재무 부담이 전가될 공산이 있다.

재도약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위기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계속되는 위기, 2019년 그룹 명줄 쥔 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박정원 회장이 꺼낸 카드는 신사업이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연료전지 사업, 협동로봇, 드론용 수소연료전지 사업, 가스터빈, 전지박, 에너지저장장치, 풍력, 디지털 전환 등 현재 그룹이 추진하는 모든 신사업을 하나씩 거론하며 "그룹의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키워 달라"고 말했다. 빠르게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위기감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박 회장의 염려가 묻어난다.

문제는 그룹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신사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주력사업인 석탄화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이 위축되면서 가스터빈, 풍력 등 신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구조조정도 현재진행형이다. ㈜두산의 연료전지 사업이 현 정부가 주도하는 수소경제로 힘을 얻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두산그룹

결국 올해 두산의 명운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료전지 사업에 더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상승세 지속, 두산건설의 부활이 이뤄져야 그룹의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연료전지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다.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두산의 연료전지 사업이 그룹 전반의 실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느냐, 두산건설이 실적 정상화를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최대 8000억 원 규모의 DICC(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 관련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패소한다면 재무 부담이 필연적이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연이어 수주에 성공했지만 이번 대규모 손실 여파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향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커 보인다.

또한 일각에서는 두산이 인재 확보에 힘을 쓸 때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신사업에 방점을 둔 만큼,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년 간 두산그룹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인적 자원이 많이 감소했다"며 "신사업을 추진한다면 이에 걸맞은 인재 채용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신규 채용이든, 고위급 임원 채용이든 인재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두산은 시쳇말로 '고인물'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두산의 정규직 직원 수는 373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2% 줄었으며, 두산중공업의 정규직 직원 수도 2017년 3분기 6918명에서 2018년 3분기 6551명으로 5.31%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정규직 직원 수는 소폭 늘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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