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건설사 곳간이 비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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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건설사 곳간이 비어 간다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2.15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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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으로 건설산업 경쟁력 높여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 대형 건설사의 곳간이 비어 가고 있다. 해외에서 기대만큼의 ‘수주 낭보’는 들리지 않고 수주 잔고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건설업 위기’가 현실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 인터넷커뮤니티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일감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국내 주택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시장까지 수주절벽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몇 년 안에 해외에서 일감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하는 대형 건설사가 나올지도 모른다.

대다수 건설사가 최근 몇 년 동안 기대 이하의 수주 성과를 보이면서 수주 잔고는 매년 줄고 있다. 건설을 비롯한 수주산업은 일감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지속성장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수주 잔고를 통해 미래 매출과 영업이익 등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수주 잔고는 현재 전년 대비 16.4% 감소한 55조8060억원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16조7309억원)을 고려하면 약 3.3년치의 일감이 남아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6.8% 감소한 27조9490억원으로 약 2.3년치, 대림산업은 15.2% 감소한 21조8282억원으로 약 2년치의 일감만 남아 있는 상태다.

당장 매출로 이어질 기미가 안 보이는 장기 미착공 공사가 다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수주잔고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향후 지금과 같이 해외에서 대규모 공사 수주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2, 3년 안에 일감이 없어 손 놓고 있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올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정부의 SOC 예산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건설사들은 목표달성을 위해 해외사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는 새해 수주 목표를 일제히 높게 잡으며 해외를 공격적으로 파고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해외에서 기대만큼의 ‘수주 낭보’는 들리지 않고 곳간의 일감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건설업 위기’가 현실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연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7년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론 연말로 갈수록 공사계약 건수가 늘어나게 마련이라지만 예년에 비해 ‘수주가뭄’이 극심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은 23억달러(약 2조5847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연도별 동일 기간과 비교했을 때 2012년 18억7000만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젠 해외에서 저가 출혈경쟁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게 해서는 회사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에서 저가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고 부실을 털어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여기다 최근에는 유가하락으로 대규모 플랜트 공사 등 발주물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해 건설사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건설사끼리 협업해 해외수주에 나서 보기도 하지만 좋은 결실을 맺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문제는 건설업 위기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건설산업은 매년 하락세를 걷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건설업 기피현상이 커져 신규 인력 수혈이 점점 줄고 있다. 그래서 ‘건설업의 성장판이 거의 닫힐 위기에 몰렸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온다.

대형건설사 해외영업 담당 한 임원은 “국내 건설업이 쇠퇴하는 주요 원인은 불공정한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감 몰아주기다. 국내 건설사들은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받아 실적을 쌓는 일이 적지 않다. 대기업 건설사들은 영업실적이 좋지 않을수록 수익회복을 위해 내부거래를 늘린다. 내부거래는 혁신 경쟁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주범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건설산업 경쟁력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젠 설계능력뿐만 아니라 시공능력에서도 뒤떨어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국내 건설산업 글로벌 경쟁력 순위’에서 시공경쟁력은 4위에서 7위, 설계경쟁력은 8위에서 13위로 떨어졌다.

건설사가 도급형태의 단순 시공으로 지속성장을 하기란 어렵다. 블루오션은 혁신 경쟁에 있다. 고부가가치 공종의 기술력과 설계능력, 건설과 금융을 융합하는 디벨로퍼(developer)로서의 능력을 갖추는 게 건설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비법이다. 해외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도면 하나가 해당 프로젝트 전체 공사비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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