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부文化②> 기업 기부 보다 기업인 기부문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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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부文化②> 기업 기부 보다 기업인 기부문화를…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5.02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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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개인 기부 소식 없어…최신원 SKC 회장 유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나눔 문화 확산에 대기업 총수들이 앞장설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선진화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가진 사람들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며 “기업가들의 진정한 기부는 회사돈을 내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개인이 나눔 문화에 동참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 돈으로 하는 생색내기를 경계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개인이 기부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손원익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기업 기부금의 자발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업 기부 중 대기업의 경우 17%가 강제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들이 연말연시 내놓는 기부금이 대부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흘러가는 점을 들어 복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기업의 기부는 ‘사회적 기업’ 이미지 형성을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행해진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기부가 많아지면 주주권익에 침해가 생길 수 있고 기업 홍보를 위한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많아진다”며 “또 기부금액이 크면 기업 성장의 저해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기부 확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기업 기부의 문제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업이 아닌 기업인 개인의 기부가 요구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조세연구원이 개최한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도 개인기부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기부모델 개발과 벤치마킹이 거론됐다. 또 정부는 개인 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개인 기부 소득공제 범위를 특별재난지원 등 공익성 높은 법정기부금의 경우 100%, 특정 단체 기부금은 30%로 확대하기도 했다.  

▲ 일본 지진 피해를 돕기 위해 성금을 모금하는 모습. ⓒ뉴시스

기업 기부 구경하는 재벌 총수

사실 우리 기업의 기부는 대부분 기업 명의로 행해진다. 기업 기부액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기업인 개인 기부는 부끄러운 형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기업의 기부금액은 08년 1768억 원, 09년 1973억 원, 10년 2276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기업별 기부금액도 국제 권장기준인 세후 이익의 1%를 넘어서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가 2009년 기부금 명목으로 사용한 총 금액은 1180억 원가량이고 2010년 기부금액도 상당액으로 추정된다. SKT는 지난해 약 1200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반면 기업인 개인 기부소식은 듣기 힘들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006년 편법승계 등 문제가 있은 후 8000억 원을 기부한 뒤 일본 대지진으로 기부 열풍이 불 때 조차도 별다른 소식이 없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비자금 문제가 있을 당시 8400억 원 기부를 약속하고는 추가적인 움직임이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의 46명의 구성원 중에도 대기업 총수는 최신원 SKC 회장 한 명 뿐이다.

지난 10년 간 19조원을 기부한 빌 게이츠, 재산의 절반 이상이 되는 4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마크 저커버그,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는 워런 버핏 등 미국 기업가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의 모습은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과제 토론회. ⓒ뉴시스

나눔문화 확산 위한 제도·의식 개선 필요

물론 외국 사례와 우리나라의 경우를 무조건 비교·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제도적 장치 등 우리나라 기업인의 개인 기부가 활발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환경 조건도 존재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의 개인기부가 활발한 미국시장과 달리 국내 기업인의 기부가 저조한 것은 문화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인 명의의 소득공제 한도가 100% 혹은 30% 인 반면 법인의 기부는 법정기부금의 경우 50%, 지정 기부금은 10%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총수들이 활발한 기부를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재산이 대부분 계열사 주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으로 본다. 경영권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 기부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다.

또 공인법인에 발행주식의 5% 이상을 출연할 경우 증여로 간주돼 증여세를 내야 하는 법률도 문제가 된다. 한도 상향조정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편법 증여의 가능성 때문에 법률 개정에 어려움이 있다. 사실 워런 버핏의 경우에는 재산 기부가 증여세나 상속세 등의 세금이 없는 것을 전재로 행해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의 저조한 기부 책임을 무엇보다 기업가들의 기부 의식에 있다고 본다. 많은 경우 기업이 기부를 할 때 지도자가 그 것을 자신이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의 자산을 개인의 것과 동일시 여기는 성향을 경계하고 있다. 이밖에 후세에 유산을 물려주려는 기질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며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기부 환경 개선과 함께 재벌 기업가들의 의식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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