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5·18 망언과 자중지란, 자유한국당 어디로 ?
[이병도의 時代架橋] 5·18 망언과 자중지란, 자유한국당 어디로 ?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2.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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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보수' 정립 외면
YS 문민정부 '광주 특별법' 정신 번복
‘역사의 법정’에 다시 서야
朴心 논란… 여전한 ‘난장판’
‘극우표 결집’ 시도 전대 보이콧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최근 모습이 참담하다. 소속 의원들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망언’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고, 전당대회를 앞둔 朴心 논란 자중지란 충돌도 점입가경이다.

최근 한국당은 당 지지도가 탄핵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해묵은 색깔론에 친박·비박 타령, 수구세력의 재등장으로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5·18민주화운동을 북한에 의한 폭동으로 날조하고 유공자를 모욕한 망언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석방 운운하며 탄핵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5·18을 부정하고 전두환을 옹호하며 5공으로까지 돌아간 것이다.

김영삼 문민정부 때 제정,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단죄한  ‘5·18 광주민주화운동특별법’ 정신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번 파동을 제대로 반성하고 인식의 전환을 전혀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다른 곳도 아닌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폭동'으로, 당시 희생자들을 '종북좌파가 만든 괴물집단'으로 매도했다.

극우 논객 지만원씨를 불러 “5·18은 북한군이 주도한 게릴라전”, “강제진압한 전두환은 영웅”, “광주는 북한 앞마당” 등 망언 퍼레이드를 하도록 멍석을 깔아 줬다. 이들 망언은 ‘당내 문제’나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의 토대가 된 사건에 대한 역사인식의 문제, 더 나아가 민주주의 본령에 대한 문제다.
현실의 법정과 역사의 법정에서 이미 성격과 의미 규정이 끝난 5·18에 대해 이토록 어긋난 공당의 태도를 추궁치 않을 수 없다. 이게 과연 제1 야당 공당의 모습인지, 상식적이고 건강한 보수 지지층은 마음 둘 데가 없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 등이 국회에서 주최한 문제의 공청회는 줄곧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지 씨를 발표자로 초대해 민의의 전당을 오염시켰다는 비난도 자초했다.

공청회에서 쏟아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들과 참석자들의 말들은 차마 듣기조차 민망하다. '5·18은 정치적 이용에 의한 가짜 민주화 운동' '종북좌파들이 만든 괴물집단 5·18 유공자' '5·18 영상은 북괴가 방송한 것' 등 밑도 끝도 없는 폭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녹여내고,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을 법제화하는 곳이다.

이런 전당에서 국가가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인정하고 추모하는 마당에 제1야당의 의원들이 역사를 왜곡하는 공청회를 연다는 것은 실로 터무니없다. 더욱이 허무맹랑한 주장을 일삼아온 사기 전과자 극우 인사까지 국회에 끌어들여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조롱한 행위는 규탄치 않을 수 없다.

‘반쪽 전대’ 가능성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전당대회를 앞둔 최근 모습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주는 수준을 넘기고 있다. 전대 연기를 요구하는 측과 밀어붙이는 세력 간 충돌로 ‘반쪽 전대’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번 전대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당내 친박-비박 간의 편가르기 논란이 불거지더니, 최근에는 특정 후보를 겨냥한 '박근혜 표심'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 '박심' 논란이 제1야당 전대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되고 있는 상황은 당 내부와 일반 국민의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넓은 괴리를 다시 확인시킨다.

전대를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과 건강한 보수 세력 재건을 위한 정책·노선에 대한 치열한 토론의 소중한 기회로 활용해도 모자랄 판에 당내 인사들의 망언과 자중지란에 어이없는 '박심' 논란까지 가세, 신뢰를 스스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잃고 지방선거 참패로 기반을 잃어 외부 인사에게 당을 맡긴 지 반년이 넘었지만 쇄신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경제지표 악화 등 정부·여당의 일부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오른 지지율 상승 '착시'에 안주해 구태로 되돌아간다면 수권정당의 꿈은 영영 멀어질 뿐이다.

한국당은 제1야당이다.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최대 정치세력이면서 국회 운영을 좌우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향배와 진로가 실로 새로운 분수령에 처한 국면이다.

5·18 역사왜곡 공청회

문제가 된 공청회의 경우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거쳐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한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공청회가 공당 의원들의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렸다는 것은 실로 믿기지 않는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그동안 6차례 이뤄진 국가 차원 조사에서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법원도 판결을 통해 허위사실로 규정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조차 “처음 듣는 얘기”라는 가짜뉴스를 한국당은 국회란 상징적 공간에 끌어들였다. 

극우 시민단체와 공청회를 함께 주최한 한국당 의원들이 연사로 초청한 사람도 다름 아닌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고 주장해온 지만원 씨다. 공청회에는 공동 주최자 김진태, 이종명 의원 외에도 김순례, 김성찬, 백승주, 이완영 의원 등 한국당 의원 여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이 뜬금없이 5·18을 소재로 한 공청회를 연 이유가 극우세력을 자극해 전당대회에서 표나 좀 얻어보려는 것이 아니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정치를 할 자격조차 없다. 공청회에서 나온 말들은 좁게 보면 건강한 보수 재건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었고, 넓게 보면 나라를 위해서도 백해무익했다.

당 지도부는 당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변명하면서도 “다양한 해석은 존중돼야 한다”고 되레 거들었다. 공당의 책임과 규율을 저버린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당 지도부의 미지근한 대응은 당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면서 잘못된 주장과 동조세력을 단호히 배척하지 못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5·18 망언 의원 징계 요구에 대해 “당내 소수 의견, 다양성의 일환이다. 당내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당이 신경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짓밟는 망언을 ‘다양한 의견’으로 치부하는 반역사적 인식이 기괴할 따름이다. 군사정권의 총칼에 맞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이 희생되고, 더 많은 수의 시민이 부상당하고 구속된 사건을 놓고 ‘다양한 시각’ 운운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를 짓밟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당 지도부가 이런 생각을 하니, 소속 의원들이 거침없이 망언을 일삼는 게 아닌지, 비판치 않을 수 없다. 지도부 수준이 이 꼴이니 의원들이 ‘헌정파괴 범죄’를 옹호하고 나섰을 게다. 그러니 한국당이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위원 추천을 방치하다 뒤늦게 추천한 위원들도 5·18정신을 거스르는 인사들로 채웠을 터이다.

희생자 모욕 심각

공청회 발언내용들은 참으로 가관이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80년 광주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며 "다시 뒤집을 때"라고 했고,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선 오래전부터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보상금, 연금 등이 한국전 참전 국가유공자보다 많다는 말이 나돌고 있지만, 한마디로 가짜뉴스다. 5·18 유공자는 연금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폭력에 가까운 망언을 쏟아 낸 김 의원은 ‘5·18 유공자 색출’ 운운하는 표현까지 썼으니 도대체 누가 ‘괴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 김 의원이 공청회 영상 메시지에서 먼저 “5ㆍ18 문제 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된다”고 자락을 깔자 지만원씨는 “5ㆍ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 ”광주는 북한 안마당, 이른바 광주 영웅들은 북한 부역자” 등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5ㆍ18 공론장에 상륙할 교두보를 마련해준 한국당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듯 공동주최자인 이종명 의원(육사 39기ㆍ비례)은 “1980년 폭동이 10~20년 후 정치적 이용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며 “북한군 개입 사실을 밝혀내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라고 강변했다. 국회 진상조사위에만 맡길 수 없다고도 했다.

특히 지 씨는 "5·18 영상은 북괴가 찍어 힌츠페터를 불러 독일기자 이름으로 세계에 방송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특수군만 온 게 아니라 서너살짜리 아기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그들을 돕는 게릴라 세력”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펼쳤다. 그것도 모자라 광주민주화운동 강제진압 당시 발포 책임자로 지목되는 전두환 전대통령을 영웅이라고 불렀다.

이 모두가 국가의 공권력에 유린당하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자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의원직 제명 추진

파장은 크다. 다른 정당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야 4당은 망발 의원들에 대한 국회 윤리위 제소는 물론 의원직 제명을 추진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 "해당 의원 출당 조치하라"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 등의 논평을 내놓으며 거세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위원 3명 중 2명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다. 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추천 권태오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의 임명을 거부한 건 당연하다.

이들은 법이 정한 해당 분야 5년 이상 종사 규정에도 미달했다. 나머지 한명인 차기환 변호사를 포함해 세명 모두 평소 언행이나 전문성 등에서 조사위원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추천 위원을 청와대가 거부한 걸 문제삼을 게 아니라, 세명 모두의 추천을 철회하고 합리적 인물로 재추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공당으로서 이번 ‘5·18 망언’ 파동에 책임지는 자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막말이 탄핵 이후 갈수록 우경화된 목소리에 휘둘리는 한국당 내부구조가 빚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당은 민주화 역사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모독하는 행태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보수 재건을 위한 노력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해당 의원들에 대한 중징계는 물론 희생자 유가족에게 당 차원의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단체회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극우논객으로 알려진 지만원씨가 '5.18 북한군 개입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뉴시스

5·18 매도는 ‘역사 쿠데타’

이번 망발의 대상이 된 5·18은 이미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거쳐 ‘민주화운동’으로 매김됐고, 지난 1997년 5월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지난 39년간 6차례에 걸친 국가기관 조사에서 모두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5·18 당시 전두환 정권조차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주장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방부도 “북한군 개입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리한 바 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지 씨의 주장은 오래전 허위사실로 판명이 났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 대법원이 5·18 단체가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 씨의 명예훼손성 주장을 인정해 유죄를 확정했다.

5·18 항쟁은 신한국당이 여당이던 1996년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 전두환·노태우 등이 권력 찬탈을 위해 일으킨 내란 및 군사반란 때문으로 규정, 단죄를 받았다.

국가적으로 5·18이 지금의 공식 지위를 찾은 것도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제정한 ‘5·18 광주민주화운동특별법’에 따른 것이었다. 특별법에 근거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역사 법정에 섰다.

당시 사법부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부당하게 전국으로 확대한 행위를 ‘국헌 문란행위’로 규정하고, 국헌문란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다. 바로 한국당의 뿌리인 김영삼 정부에서 했던 일들이다.

한마디로, 5·18민주화운동은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희생이었다.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을 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촉발돼 무장투쟁으로까지 확대됐다.

따라서 이번 공청회의 주장들은 대부분 가짜뉴스성이다. 5·18민주화운동을 근거없이 폭동으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피땀 흘려 이룬 자유민주주의 근본정신마저 부인하는 처사다. '북한군 개입설’ 따위로 5·18을 부정하는 것은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 역사를 모독하는 ‘역사 쿠데타’가 아닐 수 없다.

전대 일정 벼랑 끝 싸움

5·18 망언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이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이는 행태 역시 목불인견이다. 문재인 정권의 수많은 실정(失政)을 수수방관하다시피 하던 한국당이 자기들끼리는 벼랑 끝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당대회는 '반쪽 전대'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2·27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고, 하루 전날에는 홍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6명의 당권 주자가 전대와 북미정상회담 시기가 겹치는 것을 이유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며 전대 일정이 변경되지 않을 경우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당권을 겨냥해 뛰어왔던 8명 주자 중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만 등판했다. 한국당이 기대하던 컨벤션 효과는 물거품이 될 지경이다. 경기 진행 중 룰이나 일정 변경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를 원만히 수습하지 못하는 당 지도부의 정치력도 실망스럽다.

박관용 선관위원장은 ‘전대 일정을 바꾸면 위원장을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탄핵을 당하고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겪은 정당이 오랜 지도부 공백을 끝내고 새 출발하는 마당에 이런 문제 하나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파열음을 내고 있으니 문제가 적지 않다.

한국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환골탈태하기를 바랐던 국민이 적잖았다. 전당대회는 당내 행사지만 동시에 당의 노선과 지도이념을 국민들 앞에 펼쳐보이는 대국민 홍보의 장이기도 하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정책 대결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등돌린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당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비전도, 대안도, 철학도 없이 오로지 계파 다툼과 내 이익 챙기기에만 빠져 있다. 

친박 비박 이전투구

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 논란은 대표적이다.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홀대 시비는 진박 감별사가 동원되고 옥쇄 파동을 촉발시킨 2016년 총선을 리메이크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일부 주요 후보들은 ‘박근혜 석방’을 외치는 것도 모자라 대통령 탄핵을 자초했던 친박 세력의 눈치나 살피고 앉았다.

특히 황교안 전 총리를 놓고 벌어진 박심 논란은 과거 당의 발목을 잡았던 구태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황 전 총리가 권한대행 시절 옥중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허리가 아프다며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고 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느니, 또 박 전 대통령의 수인 번호도 모를 정도로 무심했느니 하는 논란도 며칠째 당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한다는 유영하 변호사의 이런 전언이 지도부 선출의 쟁점이 되고, 당사자는 "도리를 다했다"느니 "특검 수사 연장은 내가 막았다"느니 변명을 해야 하는 게 한국당의 민낯이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로 황교안 전 총리가 진짜 친박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배박(배신한 친박)’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황 전 총리는 “특검의 1차 수사 종료 후 수사기간 연장을 막아 박 전 대통령에게 큰 도움을 줬다”고 반박했다. 그는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며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고, 특검을 종료하는 게 국정 안정에 바람직하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그런데 이제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자기 입으로 실토한 것이다.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이 미래 비전을 보여주기는커녕 대의원들의 친박 정서를 업겠다고 시대착오적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이 당은 멀었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탄핵 이전 회귀 양상

지난 3년간 한국당은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총선 공천 파동→대통령 탄핵→분당(分黨)→대선 패배→지방선거 참패→비대위 구성으로 흘러왔다.

자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사상 유례없는 탄핵을 당한 데 이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단 참패를 겪었다. 이후 당 내부에서 '당 해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의 근본적 혁신과 대대적 쇄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현재 전개되는 흐름은 탄핵 2년이 다 되도록 한국당이 크게 변한 게 없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한국당 지지율이 그나마 최근 올라간 것은 제1야당의 역할을 잘해서가 아니라 신재민 전 사무관 폭로와 손혜원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청와대와 여권의 악재 덕분이다. 당 대표가 되겠다는 이들이 친박 정서에나 기대려고 전전긍긍하는 작태에 “한국당이 매를 덜 맞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현재 한국당의 상태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세 가지 키워드는 가짜뉴스와 보이콧과 박심(朴心)이라 할만하다. 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허위사실이 공공연하게 유포됐고,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는 당권주자 5명은 보이콧을 했으며, 특정 후보를 겨냥해선 친박이냐 아니냐를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 수준에 올라선 망언과 당권투쟁에 골몰하는 잡음과 다시 불거진 친박 감별 놀음은 자유한국당이 오히려 탄핵 이전으로 돌아간 것 아닌지 의심스럽게 한다.

진정한 ‘보수’로 거듭나야

민생과 안보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현재 집권 세력의 폭주에 놀라고 지친 상당수 국민은 한국당이 새 지도부 진용을 갖춰 합리적 견제에 나서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한국당이 바로 서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 나라의 한 축인 보수의 재건과 민생을 위한 국회 활동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가 결국 실현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유권자는 대안을 찾을 테고, 그럴 때 한국당의 설 자리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한국당이 민심의 회초리에 지금이라도 자성하며 진정 혁신하지 않는다면 지지자들의 인내도 한계에 직면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극단적인 우익은 건강한 보수의 길이 아니다. 종북이 진보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기회에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당인지, 독재와 쿠데타, 군부의 총칼을 용인하는 정당인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주의 정당이라면 망언 파동에 단호히 대처하는 게 당연하다. 해당 의원들을 당헌당규상 최고 수위로 징계하고, 국민과 광주 영령들 앞에 깊이 사죄해야 마땅하다.

한국당은 이제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길을 다시찾아 새롭게 태어나야만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참된 도리일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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