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민무구 형제의 비극과 5·18 발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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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민무구 형제의 비극과 5·18 발언 파문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9.02.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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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목을 베는 칼이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목을 베는 칼이다”라는 격언이 새삼 떠오르는 대한민국의 혼란스러운 정국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설화(舌禍)는 말로 인한 재난을 일컫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설화(舌禍)로 자신의 명을 단축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조선 초 민무구 형제의 비극이 대표적이다.

민무구 형제는 제1~2차 왕자의 난에서 발군의 공을 세워 매형인 태종의 정권 창출에 기여한 최대의 공신들이다. 이들은 누이인 원경왕후의 동생이자 태종의 처남으로서의 지위를 발판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

태종의 총애를 받던 민무구·민무질 형제의 비극은 왕위 계승에 대한 말실수로부터 시작됐다.

<태종실록> 태종 7년 7월 10일 기사에 따르면 영의정부사 이화 등이 민무구·민무질·신극례의 죄를 청하는 상소문을 올린다.

이들은 “<춘추(春秋)>의 법에 인신(人臣)의 죄 가운데 금장(今將)보다 더 큰 것이 없으니, 이는 사심(邪心)을 막고 난원(亂源)을 방지하자는 것”이라며 주군 처남들의 처벌을 청했다. 금장(今將)은 곧 역란(逆亂)의 마음을 품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전하께서 종지(宗支)를 위해 영세토록 보전해 편안히 할 계책을 도모하고자 했으나, 민무구가 감히 말하기를, ‘유액(誘掖)할 사람이 없다면 아직 이렇게 하는 것도 가(可)하다’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하께서 그 말을 들으시고 송연해 곧 민무구에게 이르기를, ‘옛부터 제왕(帝王)은 적장자 이외에 다시 다른 아들이 없는 것이 가(可)하냐?’ 했다”며 “전하께서 또 민무구에게 이르시기를, ‘인군이 반드시 아들 하나만 있어야 좋겠느냐?’ 하니, 민무구가 대답하기를, ‘신이 일찍이 그런 뜻을 고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민무구가 세자가 있으니 다른 왕자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또 민무구 형제가 현재의 태양인 태종보다 미래의 태양인 양녕대군의 후광을 등에 업고 대대로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졌다.

태종은 얼마 후 이들 형제를 귀양보냈고, 결국 자진을 명한다. 또 형님들의 죽음에 불만을 토로한 동생인 민무휼과 민무회도 사사됐다. 민무구 4형제의 비극은 자신들의 세 치 혀에서 비롯됐다.

정치인이 자신의 운명을 단축하는 최고로 빠른 길은 ‘세 치 혀의 가벼운 놀림’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5·18 발언 파문으로 정국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들의 불필요한 발언으로 한국당의 2·27 전대는 흥행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목을 베는 칼이다”라는 격언이 새삼 떠오르는 혼란스러운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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