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성공을 위한 비망록
[사색의 窓] 성공을 위한 비망록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2.21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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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 효심과 어른공경의 전통문화는 우리 마음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외국의 선진 기술이나 문화는 적극 받아들여야겠지만 좋은 우리 것을 버리면서까지 남의 것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성공하려면 인간다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 ⓒ 인터넷커뮤니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인간다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예(禮)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세상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이다.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우리의 예절의식이 조금 옅어지긴 했지만, 효심과 어른공경의 전통문화는 우리 마음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오래 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어느 가구점 사장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가구점 사장은 성공한 사업가로 인정받고 있다.

소나기가 내리던 어느 날, 가구점 사장은 건너편 가게 처마 아래 쪼그리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을 발견한다. 할머니는 온통 비에 젖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잠시 비를 피하겠거니 했는데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문을 연 가게는 많았지만 할머니를 가게 안으로 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가구점 사장은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생각나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가구점 사장은 할머니에게 다가가 “가게 안으로 피했다 가시라”고 권해 보았지만, 할머니는 “아들, 아들…” 하며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말투나 움직임으로 보아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가구점 사장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한데 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할머니를 이끌다시피 해 가게 안으로 모실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할머니 윗옷 호주머니에서 가족 연락처를 발견한 것이었다. 노모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들은 “어머니가 길을 잃어 마음 졸이는 경우가 가끔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며칠 뒤 가구점으로 다량의 책걸상을 주문하는 전화가 걸려 왔다. 할머니의 아들이 입시학원 원장이었는데, 오래된 책걸상을 이곳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한 것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노모를 성심성의껏 보살펴 준 데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 것에 대한 비하 의식으로 효(孝)를 빛바랜 골동품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해외로 나가면 평가는 달라진다. 예전에 뮌헨 올림픽의 문화행사로 초연된 윤이상의 ‘심청전’ 공연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한다. 바로 심청의 지극한 효심으로 맹인 아버지가 눈을 떠는데, 그것도 모든 장님이 한꺼번에 눈을 뜨는 장면은 개인주의에 젖은 서양인들에게는 놀라운 ‘문화충격’이었다.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감동을 주었다. 윤이상 음악이 유럽에서 그토록 추앙받는 것도 한국적인 정서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기술 문명이 발달할수록 물질을 맹종하게 되고 인격 상실은 심화되는 것 같다. 인간성을 상실한 이는 비유컨대 제대로 여물지 않은 벼와 같다. 쭉정이 벼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이치다. 산업화 시대의 과실을 마음껏 향유한 서구사회에서는 동양의 정신문화를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입하고 있다. 분석과 개발 중심의 실용주의 지식이 인간성 상실이라는 사회적 폐단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들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외국의 선진 기술이나 문화는 적극 받아들여야겠지만 좋은 우리 것을 버리면서까지 남의 것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성공하려면 인간다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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