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4대강 사업과 ‘내로남불’ 토건(土建)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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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4대강 사업과 ‘내로남불’ 토건(土建)정책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2.22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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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하소연할 만도 했다. 4대강 공사에서 이득은커녕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담합 의혹으로 국민혈세를 도둑질해 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는 담합 과징금으로 2000억원 이상을 물어내야 했다. 건설사들은 특별사면 때 약속한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완전히 이행하지 않아 지금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이명박(MB) 대통령은 4대강 공사와 관련해 수심 2.5~3m로도 충분하다는 국토부의 보고를 무시하고, ‘통치 차원’이라는 이유를 달아 수심 6m로 굴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청와대는 녹조 발생 가능성을 보고받고도 무시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졸속으로 4대강 공사를 강행한 나머지, 10년이 지난 지금 예산낭비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4대강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졸속으로 강행돼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했다. 아직도 유지관리에 많은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국민 부담을 심화하는 정책은 추진되지 말았어야 했다. 4대강 사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인터넷커뮤니티

요즘 또 다시 예비타당성조사(줄여서 예타)라는 전문용어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재정 24조원이 투입되는 23개 지역사업을 예타 없이 시행한다고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예타는 도로나 철도 등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제도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무분별한 토건사업과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국가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우선순위를 정해 걸러내야 한다. 사전검토 없이 사업을 강행한다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차에 들어서며 경기악화와 함께 표출된 여러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인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그토록 비판했던 ‘토건 정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타를 거친 사업도 막대한 적자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타 면제를 남발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토건사업은 앞선 정부의 행태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예타 면제’ 사업을 광역별로 나눠주거나 대규모 토건으로 단기 경기부양을 도모하는 식이다. ‘적폐로 비판해온 MB 정부를 답습하는 꼴’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예타 면제 공사는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하거나, 성과나 연관 효과가 충분하지 못하면 국가의 골칫거리이자 지역의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국가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나면, 다른 재정 지원을 삭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벌써부터 예타에 대한 무용론도 나온다. 이번에 면제 대상에 못 들어간 지방자치단체가 다음에 예타 면제를 강하게 요구하면 정부는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자체들은 예타에서 평가받기보다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로비하느라 바쁠 것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4대강 사업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 감이 없지 않다. 많은 건설사가 피해를 입었고, 아직도 유지관리에 많은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국민 부담을 심화하는 정책은 추진되지 말았어야 했다. 예타 없이 졸속으로 이뤄진 4대강 사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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