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北-美 ‘졸속타결’ 우려…北 '核과 개방개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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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北-美 ‘졸속타결’ 우려…北 '核과 개방개혁' 과제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2.23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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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文, 기대수준 낮춰
한국 103조 퍼주기 對北경협 안된다
임기후반 트럼프 北비핵화 대책 이탈 기류
文 "경협부담 각오" 선제공표 逆파장
김정은 첫 국빈방문 베트남 교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북핵 폐기의 갈림길이 될 미·북 정상회담이 다가왔다. 27~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역사적인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다자협의 틀과 시간표까지 가시화된다면 회담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특히 공식수교 전단계인 연락사무소 교환이 70년간의 북미 적대관계 종식 신호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은 추이가 주목된다.

그러나, 전망은 어둡다. 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성급한 대북제재 완화를 걱정하는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는 국면이다. 회담 결과를 낙관할 때가 아니다. 졸속 회담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미·북 간에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 협상은 아직 완전히 백지상태다.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북미 합의 내용은 추상적이었다.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양보를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인지가 실로 관건이다.

한·미 입장 유연화 희의론 증대

허지만,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 완화 불가'라던 양국의 입장이 최근 유연해졌다. 우려가 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 대통령 모두 북한 비핵화 기대수준을 낮춰 잡는듯한 움직임이다.

트럼프는 최근 기대 수준을 낮춰 잡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우리는 그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원치 않을 뿐”이라고 협상 정책을 수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장이 적지 않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 본토를 위협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만 막는 선에서 합의를 이뤄내는 게 목표임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탄두·물질의 폐기를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 대신 미래 핵개발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목표를 낮출지 모른다는 국제사회의 관측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임기후반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보다 자신의 치적과 북한 ICBM 폐기 여부 등에 국한된 미국만의 실질 현안 등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2년 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보다 후퇴한 '기존 핵·미사일 동결'과 경제지원을 맞바꾸려 한다는 '스몰딜'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오는 것은 경계를 자아낸다.

미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북한 미사일의 미 본토 공격 가능성을 차단한 것만 해도 외교적 성공이라는 논리를 확산시켜 본격적인 재선 레이스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담이 끝나면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북핵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북핵 신고와 검증, 그 시한이다. 이대로 가다간 북은 정말 핵보유국이 된다. 인도·파키스탄이 전부 그랬다.

장차 대북 경제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그 부담은 문 대통령의 '공개적 약속'과 달리,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골고루 나눠서 져야 마땅하다. 그래야 비핵화와 경제지원의 선순환 구조도 튼튼해진다. 그 속도와 방식도 비핵화 진전에 맞춘 등가(等價)적 조치여야 한다. 퍼주고 떼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국 선금만 부담은 최악

문 대통령의 발언과 약속은 실로 문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정부가 북한의 경제적 지원 요구를 모두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비핵화 상응 조치에 필요한 비용 부담은 우리가 맡을 테니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표현이다. 사실상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면제를 요청한 셈이다. 한국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도 아닌, '비핵화를 촉구하는 수단'으로서 대북 경제 지원을 떠맡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남북한 간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해서는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해야 함은 틀림없다. 이를 약속한 것은 천문학적 액수로 추정되는 통일비용을 미리 분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전망한 대북 경협 비용은 최소 103조 원에 달한다.

그렇더라도, 북한이 겉으로의 작은 양보를 할 때마다 이에 상응하는 경제 보상을 하고 그 부담을 주로 한국이 지는 식이어선 안된다. 특히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상황 속에서 북한의 근본적 핵 능력은 그대로 둔채 막대한 선금만 부담해 나가는 방식은 최악이다.

김정은은 핵 협상이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점에서 임기가 있는 트럼프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쉽게 양보할 리가 없다. 시간에 쫓겨 검증이 수반되지 않는 비핵화와 전체 비핵화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의 제재 완화에 합의하는 것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협상 목표치 계속 하락…한국 부담약속 성급

미국도 그동안 북핵 목표치를 계속 낮춰왔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FFVD)’로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이마저도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영변 핵시설 폐기→포괄적인 핵 신고→대량파괴무기(WMD)를 포함한 비핵화라는 단계적 비핵화론으로 후퇴한 바 있다.

따라서 고철이나 다름없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이 맞교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북 비핵화 과정은 장기간 교착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완전한 북핵 제거가 이뤄진 다음이어야 한다. 북한에 단 한 발의 핵폭탄이 존재하더라도 한국은 핵인질이 된다. 또한, 만약 2차 미·북정상회담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합의하는 데 그친다면 미국은 더 안전해지겠지만 한국의 위협은 그대로다.

이런 와중에 문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 등 과거 대북 경제지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 없이 막대한 부담을 떠맡겠다고 나선 셈이기에 국민이 납득할지도 의문이다.

완전한 비핵화 전에 제재를 풀어주자는 것은 비핵화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아직 비핵화의 첫발도 떼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먼저 부담을 다 떠안겠다고 미리 공언해 버린 것은 비핵화로 가는 여정에서 우리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스스로 꺾어 버리는 발상이다.

한국정부 과속 비판론

북-미 합의문 조율을 위한 본격 실무협상을 앞두고 대북 협상카드를 미리 공개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설령 한·미 대통령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갔더라도 청와대가 이를 공개한 이유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문 대통령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였지만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것이다. 북한에 '부분 비핵화 조치로 제재 완화, 경제 지원을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는 잘못된 단서만 줄 수 있다.

오죽했으면 비핵화 협상을 이끄는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조차 “한미가 항상 같은 소리를 내야 한다”는 경고까지 했을 정도다. 국무부 내는 물론이고 미 의회에서도  한국 정부의 과속을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들은 곧 대북제재가 풀리는 것처럼 온갖 교류 사업 계획을 세우는 움직임이다.
대통령 자문기구 부터 대북제재 해제 여론 조성에 뛰어들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남북 경제공동특구와 평화관광,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회장은 “대북제재 면제의 논리를 우리가 제시하고 또 이를 미국 측에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류종열 흥사단 이사장은 “유엔과 미국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토록 압박하라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 지난해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한 모습. ⓒ뉴시스=노동신문

트럼프 자세변화 배경

협상의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자세변화는 크게 우려된다. 트럼프는 최근 “나는 긴급한 (비핵화) 시간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기자들 앞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다섯 번이나 했다.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보기 원하지만 당장 핵 또는 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게 없다는 자세다.

미국이 갈수록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 수위를 낮추는 것은 2차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자 여론의 질타를 피해가기 위한 측면이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 비핵화 선전을 믿지 않는 미국 내 여론을 감안, 미국의 독자 제재는 건드리지 않고 한국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우회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관련, 미 상원 내 거물인 테드 크루즈(공화), 로버트 메넨데스(민주) 의원은 지난 1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섣불리 대북제재를 늦출 경우 한국의 은행과 기업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외교정책에 영향력이 큰 두 상원의원이 이런 주의를 줬다는 건 결코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트럼프가 당장 정권 임기 내에 성과를 내겠다고 제재완화부터 서두르면 북핵 해결은 사실 물 건너간다. 이번에 제재 일부 완화 등 당근이 제공될 경우 북한을 견인할 동력은 급속히 약해지고 완전한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멀어져 갈 위험이 크다.

김정은 베트남 방문과 개방개혁 방향

북한의 자세변화 여부도 주목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 못지않게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 이벤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이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25일 베트남에 도착해 응우옌푸쫑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외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외국을 국빈방문한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의 첫 국빈방문은 그의 국제 외교무대 본격 등장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산업 시찰에서 최대 관심사는 박닌성 옌퐁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방문 여부다. 이곳을 찾는다면 북한 당국이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 노선을 취하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베트남 개방 후 이 나라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한 나라는 한국이다. 대규모로 투자한 삼성전자는 베트남의 대표기업이 됐다.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이 관심을 끄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개혁개방에 있어 베트남이 모범사례이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성공한 베트남은 1986년 경제 자유화와 개방을 표방한 도이머이(쇄신) 노선을 채택한 후 점진적, 단계적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80년대 100달러 안팎에 그쳤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천587달러로 뛰었다. 동남아시아의 경제 파워 국가가 됐다. 김 위원장도 핵을 포기하면 베트남처럼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베트남과 북한 사이에는 공통점 못지않게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두 나라 모두 형식적으로는 공산체제이나 베트남이 중국식 일당 독재국가라면 북한은 김씨 일가 세습독재체제다. 북한에선 베트남에 비할 수 없는 폭압적, 폐쇄적 철권통치가 행해진다. 이런 체제와 개혁개방이 모순 없이 양립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정은이 베트남을 개혁 모델로 삼을 생각이라면 개인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이것이 자신의 권력기반 해체를 불러올 것이라 두려워해서는 개혁도, 경제발전도 미몽에 그칠 공산이 크다.

더욱이 베트남은 핵을 보유한 적이 없고 개발을 시도한 적도 없다. 북한의 경우 핵무기 포기가 국제사회 합류, 개혁개방의 성공, 제재 해제의 관건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한 베트남식이든, 중국식이든 어떤 방식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성공하기 어렵다.

노동신문 ‘비핵화 결단’ 논평 전략

북한의 자세변화 여부와 관련,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도 관심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높이 평가하는 장문의 논평을 내놓았다.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 의미를 상세하게 해설하고 부각한 것은 처음이다.

이 논평은 김 위원장의 결단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전차를 묶은 매듭을 칼로 내리쳐 끊었다는 ‘고르디우스 매듭 일화’에 비유, ‘상상을 초월하는 중대 결단’이라고 했다.

특히 이 보도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불가역적인 것’으로 강조했다. “앞길이 멀다고 주저앉을 수도 없고, 시련과 난관이 막아선다고 하여 돌아서거나 물러설 자리는 더더욱 없는 길”이라는 표현은 강한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상, 비핵화 노선 외에 다른 길이 없을 것이란 북한의 인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필자를 재일동포의 이름으로 하여 완충장치를 두긴 했지만, 노동당 기관지에서 나온 것인 이상, 북한의 공식 입장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게재 목적은 우선 북한 내부 일각의 비핵화에 대한 우려와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북-미 담판을 앞두고 미국의 제재완화를 끌어내기 위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일단 크게 던지는, 본격적 전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 이행 발언을 반복해서 해왔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여전히 회의론이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연락사무소 변수

그런 면에서 북미 간에 공식 수교 전의 연락사무소 교환이 논의되고 있는 점은 하나의 변수로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양측이 연락관을 교환하는 문제를 깊게 논의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지난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북미 간에 공식 수교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연락사무소 교환이 이뤄지면 70년 동안 이어진 북미 적대관계를 종식하는 서막이 열리는 셈이 된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북미가 정상회담 이전에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세부 논의까지 어느 정도 진행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CNN 보도 이전에도 미국 내에서 연락사무소 얘기가 흘러나온 점을 고려하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커 기대를 모은다.

미국은 한때 적성국이던 중국, 베트남과 공식 수교를 하기 전에 연락사무소를 먼저 설치했다. 만약 북한과도 합의에 이른다면,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명기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위한 노력'의 구체적 결실이기도 할것이다.

그러나 대북제재 해제나 대폭 완화를 원하는 북한이 미국의 연락사무소 제안을 수용할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북미는 북한 핵 사찰을 조건으로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한 제네바 합의를 이룬 1994년에도 연락사무소 개설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있으나 북측의 입장 선회로 무산된 바 있다. 북측은 현재 나도는 연락사무소 개설이나 종전선언보다 제재 완화를 더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난항으로 비친다.

북한 핵 파기 파행史

전체적으로, 지난 날 북한의 핵 파기 파행史는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난항 가능성을 더욱 확인시킨다. 앞으로의 여정에 더 확실한 경고를 던진다.

지난 24년간 한반도에는 세 번의 공인된 핵위기가 있었다. 북한이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 미국이 94년 6월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한 게 1차 핵위기다. 1차 위기는 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로 넘겼다.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면 보상해 주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2차 핵위기는 2002년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개발을 발표하면서 다시 찾아왔다. 제네바 합의는 곧바로 휴지 조각이 되고, 새로운 9·19 공동성명(2005년)이 탄생했다.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하되 북·미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역사적 합의였지만, 이 역시 백지화된 지 오래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과 ICBM 개발 완성은 세 번째 핵위기의 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1차 미북 합의문은 얼핏 9·19 공동성명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다.

더욱이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12번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그랬던 북한이 최근들어 남한과 미국을 향한 조기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외교적 관계 개선으로 돌파하려는 계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국제사회의 북한 핵 도발에 따른 제재와 압박, 그 중에서도 경제 압박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도발에 이은 대북 제재, 유화 제스처에 따른 국제사회 지원 그리고 또 다시 도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 갈수도 있다는 배수진의 의도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 항상 유의하며 주시해야 한다. 언제든 돌변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향후 김정은의 태도 가변성에 대한 엄밀한 주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미 대화 내용상의 실질적 진전과 김정은의 진정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가 계속 빈틈없이 이행돼야 하는 근거다.

완전한 '핵 폐기' 원칙 지속을

북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목표는 분명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핵탄두·물질 제거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완전한 비핵화의 대장정은 무산될 수 있다. 총력 외교전으로 북-미 졸속 합의 가능성을 차단해야만 한다.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는 한반도의 영구평화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한반도평화, 나아가 동북아정세의 안정을 위해 평화프로세스는 계속돼야 하지만, 북한 비핵화 원칙이 흔들리는 일이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완전한 '핵 폐기'로 가야만 한다.

그간의 남북 교류 역사가 증언하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만 믿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받아들이는 건 옳지 않다. 그런 점에서 2차 정상회담은 상징성의 1차 정상회담과는 명백히 달라야 한다. 비핵화 문제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서로 만족할 만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은 지금까지의 교착 국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북핵 해결'은 남북한간 신뢰를 좌우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지금 국제적 중대 현안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역사적 반복사례 처럼 다시 '신뢰'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때, 북측의 의도를 재평가, 대응방향을 새롭게 수립치 않을 수 없다.

남한 내부도 외형적 평화무드에 젖어들 때가 아니다. 북한의 철저한 합의 이행과 검증이 담보되지 않는 한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추는 일이 결코 있어선 안된다. 역사의 경고에 바탕을 둔 치밀한 대응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미국과 한국이 명실상부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이것이 김 위원장의 방남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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