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인터뷰] 이언주 “헌법가치 지키는 신보수 세력 규합하겠다”
[풀인터뷰] 이언주 “헌법가치 지키는 신보수 세력 규합하겠다”
  • 대담=정세운 기자/·정리=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2.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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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국회의원 ˘文정부 집권하면서 헌법가치 외면˝˝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수호해야˝˝보수 통합하려면 리더의 역할 중요˝˝정권 창출하려면 ‘어쩌다 보수’ 안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대담 정세운 기자/ 정리 윤진석 기자)

▲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헌법상 민주공화국 원리와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열중이다. 그는 한국당에도 친박 비박 가리지 않고 헌법가치가 훼손되는 부분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고 얘기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한다.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해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 -1987년 9차 헌법 전문 중-

민주공화정과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에 주목하며 신보수의 기치를 올린 이가 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다. 그는 신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한다. 자유민주적 이념에는 ‘이승만’을 계승한다. 독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모습 그리고 의회주의, 투명한 시장경제 체제 확립에서는 YS(김영삼)와 닮아있다. 비록 독재로 귀결됐기는 하나 먹고사는 측면에서는 산업화를 일으킨 ‘박정희’의 공을 높이 산다.

민생경제 살리기에 최우선을 두는 것은 젊은 시절 경험과도 연관이 있는 듯하다.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비가 오는 셋방에 살면서 빚 독촉에 시달렸다. 변호사가 되기 전까지 하루에 알바 4개를 뛰며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봤다. 그럼에도 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편히 모시지 못했다는 자책을 안고 있다.

이 의원은 균형감각과 언행일치를 강조한다. 그래서 ‘내로남불’에 민감하다. ‘박근혜 탄핵’ 국면 당시 촛불을 들었지만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모순 앞에 “좌파 운동권의 민낯”이라며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부산 영도가 고향이고, 서울대를 졸업했다. 법조인 출신의 기업 임원을 거쳐 정치권에 입문했다. 지역구 최연소 당선 타이틀을 안겨준 제19대에 이어 20대 총선에도 광명을에 나가 내리 당선됐다. 당 원내대변인, 정책위부의장, 원내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국회 상임위로는 보건복지위, 기획재정위,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 등 경제와 복지 분야를 두루 거쳤다.

‘보수 통합+세대교체+험지 출마의 배짱과 헌신.’

그는 말처럼 신보수의 기수가 될 수 있을까. 이를 가늠해본 <시사오늘>과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의원실에서 진행됐다.

“민주당, 헌법에서도 내로남불”

- 최근 ‘헌법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 이언주 의원은 계파투쟁으로 가면 성공할 수 없다. 변화시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재인 정부와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기 전에는 상대방이 헌법가치를 지키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집권하고 나니까 자기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어 지적한 것이다.”

- 대표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사법부 독립 문제다. 자기들한테 불리한 결과가 나올 땐 오히려 이를 침해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 1심 유죄 재판 결과를 갖고 법관 탄핵 이야기를 한다.”

-여론전을 펴는 것은 재판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여론전을 통해 사법권을 침해해도 되는 건가. 현 정부가 위험한 게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이처럼 헌법가치를 마구 위협하고 있는 점이다. 이것이 인민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따라서 민주공화정을 채택하고 있다.”

- 탈당도 그 배경 위에서 출발한 건가.

“헌법가치의 훼손,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때까지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자기들한테 필요할 때뿐이었다. 검찰개혁해야 한다고 외쳐놓고 검찰을 마구 악용한다. 언론의 자유를 외치다가, 권력 유지를 위해 언론을 억압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2017년 장미 대선을 한 달 여 앞둔 4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패권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질서와 경제 발전을 위해 안철수 대선 후보를 돕겠다”며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에 입당했다.

- 언론을 억압하고 있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언론의 자유를 외치던 사람들이 가짜뉴스라고 막 몰아붙이고 규제해야 된다고 하고 있다. 그것도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인 청와대에서 그 얘기를 하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집권 전만 해도 방송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하더니 정권 잡고 나서 싹 달라졌다. 언론은 정치세력을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정권을 잡은 이들은 압박을 삼가야 한다. ‘팩트’가 다를 땐 사실이 아니라고 밝힐 수 있지만 감정적 비난과 여론몰이는 절대적으로 자제해야 한다.”

“박정희 독재와 경제 발전 분리 평가해야”

- 의견에 상당수 공감할 수 있다. 다만, 그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호평해 온 바 있다. 그런데 자유를 억압한 ‘박정희’가 자유민주주의에 부합한다고 보나.

“부합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적 측면에서 그분이 잘했는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건국이념에 가장 부합한 것은 이승만 대통령이다. 그분은 자유를 중시했다. 다만 나는 이렇게 본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처음부터 융성했으면 좋았겠지만 국가가 발전하는 데는 단계가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제발전이 있어야 한다. 대다수 어느 나라든 초기 경제가 발전할 때 보면 리더십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형태가 좀 다르지만, 탁월한 지도자가 방향성을 설정하고 깃발을 들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바탕을 이룬 분이다. 그 부분에서는 천재적이라고 말한 거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 방송에서 故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독재를 했다는 측면에서는 비판받지만 그래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 굉장히 천재적인 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보수 정치인으로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바 있다.

▲ 이언주 의원은 리더십과 혜안을 갖춘 보수의 리더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또 정치권은 미래를 위해 무얼 해야 하는가. 우리가 봉착한 것들이 공공개혁 노동개혁 등이라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어떤 점이 그런가.

“초기 산업화 당시만 해도 북한에 비해 굉장히 취약한 상황이었다. 북한 공산주의 체제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방어적 민주주의가 요구됐다. 그 측면에서 보면 박정희 정권의 역할이 역사적으로 있었다고 본다. 식민지 시대를 끝내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다음 아무것도 없던 폐허 속에서 이 정도의 발전을 한 것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특히 대부분 신생 독립국가들은 외국인 직접 투자를 했다. 값싼 노동력을 배경으로 생산 기지만 갖췄지, 기술성장을 집약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게 동남아의 상황이다. 반면 박정희 정권 당시를 보면 자본을 차관 형태로 끌어들여 기술을 집약했다. 불모지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경제가 발전할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 그건 지금의 민주당이 아닌, 제2공화국인 민주당 정권에서 이미 계획한 것을 개발한 것으로 본다.

“계획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리더십과 혜안이 없었으면 성공해내기 어렵다. 웬만한 신념이 없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그걸 지금의 잣대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우리 정치권은 미래를 위해 무얼 해야 하는가. 우리가 봉착한 것들이 공공개혁 노동개혁 등이다. 근데 그건 표가 안 되고 욕을 먹는 일이다. 하지만 안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결국 내가 볼 때 과거 ‘박정희’처럼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심정으로 욕을 먹으면서 추진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

- 그때는 독재로 추진할 수 있었고 지금은 쉽지 않다.

“절박한 상황이다. 인식을 확실히 하고 있어야 한다.” 

- 말씀한 부분이 극우보수 세력이 생존하는 논리를 만드는 측면이 있다. 스스로 신보수라고 하는데, 논리가 맞지 않는 것 같다.

“나는 그것도 편견이라고 본다. 산업화는 산업화고 독재는 독재다. 그걸 왜 구별 못하나. 다만 과거 역사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해석하다 보면 주객이 전도된다. 박정희 대통령도 시기를 봐서 적절하게 권력 이양을 했다면 지금처럼 비판받지는 않았을 거로 본다.”

▲ 이언주 의원은 진영을 갈라서 싸우다 보면 숲은 보지는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계파 투쟁으로 가면 성공 못해”

- 보수 통합에 대해서는 찬성하나.

“해야 한다고 본다.”

- 문제는 아까도 말했지만 보수가 극우화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통합을 막는 건 확실치 않나.

“일부가 극우화되고 있는 거다. 극우라는 건 극단적 방식으로 자기의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다. 민노총이 극좌 아닌가. 폭력까지 써가면서 떼를 써서 관철시키고 있다. 우파 중에서도 너무 화가 나니까 거의 폭력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걸 극우라고 봐야겠다. 그런데 태극기 집회에 나갔다고 다 극우일까.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대변할 만한 선명한 보수가 없기 때문에 극우에 묻어서 가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 1987 이후를 보면, 신보수와 구보수들 간의 30년 간 전쟁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YS(김영삼)가 군부세력 몰아내고 김무성 김문수 김덕룡 등과 합심해 신보수 세력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회창’이 민정계를 끌어들이면서 신보수는 밀려났다. 어쨌거나 보수대연합을 통해 정권은 연장됐지만 박근혜 탄핵 국면으로 위기를 맞았다. 보수 통합에 앞서 치열한 투쟁을 통해 구보수를 몰아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세력이 어떤 세력을 대체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계파투쟁으로 가면 성공할 수 없다. 변화시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자꾸 진영을 갈라서 싸우다 보면 숲은 보지는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결과가 초래된다. 어찌 됐든 구보수를 지지했던 국민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런데 정병국 의원은 이런 얘기를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에 ‘박정희’와 ‘김영삼’ 사진 둘 다를 걸어선 안 되는 거다.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사진 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지금 보면 저쪽(더불어민주당)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사진을 걸어 놨다. 그분들 비판하면 난리도 아니다. 이러한 것들은 신정(神政)정치에 가깝다.”

- 신격화를 경계해 사진 거는 걸 반대하는 건가.

“그렇다. 어느 당이든 마찬가지다. 북한처럼 신정정치를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걸어두나. 북한은 사회주의도 아니고 내가 볼 땐 신정국가다. 지도자를 신격화한 나머지 비판이 곧 모독이 되는 나라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도 아닌 맹목적 추종만 있다. 그래서 나는 북한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최소한의 민주화가 되지 않은 상태인데 우리와 뭘 같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대신 우리는 북한 주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이든 교류든 북한 주민한테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어쨌거나 ‘박정희’를 내리든지 ‘김영삼’을 올리든지 새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정 의원의 요지였다. 이 견해에 어떻게 생각하나.

“결국엔 철학이 얼마나 확고하느냐의 문제다. 이제야말로 보수에 대한 철학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관점에서 보면 보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문재인 정부가 좌파를 표방하면서 국민들이 본능적으로 우파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우파가 주류가 될 수밖에 없는 나라다. 비록 지금 제대로 못해서 그렇지. 이제라도 신뢰를 회복하려면 투명하고 특권을 없애야 한다. 국민이 민주공화정에 위임한 건데 어디서 감히 무엇을 숨기고 밀폐할 수 있겠나. 그런 거에 대한 투철한 생각을 우파가 갖고 있어야 한다. 결국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 극우가 리더가 되면 희망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크다.

“현재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는 황교안 당 대표 후보에 대한 관심이 제일 높다. 나는 그가 어떤 성격인지 모른다. 물론 자기 성향을 드러낸 것은 있다. 통진당(현 민중당) 해산. 그런데 나는 통진당 해산이 극우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 관련, 민주당에 있을 때도 그 문제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해산 결정은 체제수호를 위한 것으로 방어적 민주주의에 관한 내용이지, 극우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이언주 의원은 보수에 대한 철학적 가치가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관점에서 보면 보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보수 바꾸려면 리더가 돼야”

- 그럼에도 지금처럼 5·18 망언이라든가 ‘박근혜의 옥중 홀대 시비 논란’ 등 이런 구조로는 민주당의 대항마가 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이 저렇게 헌법 파괴를 함에도 국민들이 유보적 입장이 되고 있는 이유가 한국당이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 바꿀 방법은 무엇인가.

“결국 지금의 보수를 바꾸려면 리더가 돼야 한다. 지난해 장미 대선 때 안철수 후보한테 한국당과 단일화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를 이기려면 보수의 리더가 되란 얘기였다. 그런데 안 후보는 ‘한국당하고 어떻게 단일화하나, 적폐인데’, 이렇게 얘기하더라. 단일화 안하면 한국당에게도 밀린다고 봤다. 실제로 홍준표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다.”

- 이 의원이 직접 한국당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으면 되겠다. 

“대한민국은 원래 보수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건국된 나라다. 근데 이 가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게 문제였다. 이걸 제대로 지키는 세력이어야 한다. 한국당에도 친박 비박 가리지 않고 헌법가치가 훼손되는 부분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고 본다. 기존 정치는 아니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힘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를 폭로한 김태우 전 수사관을 비롯해 ‘자유정의시민연대’, ‘시장경제살리기연대’, ‘자유를 수호하는 변호사들’ 등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 부산 영도 출마설이 들려온다. 보수통합이 안 되면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는 건가.

“부산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을 생각이 있고,  출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만약 보수통합이 안 되면 제 세력으로도 나갈 수 있다.”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나갈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건가?

“바른미래당은 솔직히 아무런 가치를 대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가치가 없는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안타깝다. 차라리 옛날 국민의당이 더 선명했다.”

각각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갈라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도개혁보수의 통합을 기치로 지난해 2월 합당했다.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에 이어 현 손학규 대표 체제로 1년이 흘렀다. 하지만 정체성 갈등을 겪으며 당 노선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 호남을 의식해 보수의 정체성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호남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호남이 보수라고 해서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오히려 아니다. 우리가 새로운 보수를 더 당당하게 내세울 때 호남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남이 헌법적 가치를 흔들어대는 극좌세력의 볼모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5·18 전야제 때 사드 배치 철회, 미군 철수 등의 목소리는 보편적 호남의 정서가 아니다. 호남의 정치적 성향이 다 통일됐다고 생각 않는다. 거기에도 기업인이 있고 자영업자가 있고 자유민주주의자가 있다. 자유시장경제로 가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그분들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물론 ‘안철수’로 대변될 수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소위말해 운동권 싫어하는 많은 호남 사람들이 그 대안으로 국민의당을 생각했던 거라고 본다.”

▲ 이언주 의원은 온건 보수만 고집하고 양보를 잘 한다고 해서 절대로 정권을 찾아올 수가 없다며 어쩌다 보수로는 곤란하다고 했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하고 더 강력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권 찾으려면 온건 보수로는 곤란”

-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처음 광명을에 나와 3선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붙었다. 쉽지 않은 경쟁이었을 듯싶다.

“당시 전재희 전 장관의 입지가 워낙 세서 아무도 안 가려고 그랬다. 처음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돼 총선에 나오려 하니 막상 갈 데가 없었다. 전부 험지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센 사람하고 붙어라도 봐야지 하고 나갔다.”

- 그런데 이겼다. 선거 판세를 뒤엎을만한 결정적 요인은? 

“제가 스펙트럼이 넓다. 확장력이 크다. 운동권 논리에 빠진 사람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보면 구도를 잘 택한 것 같다. 패기 발랄함으로 중도적 지지층을 흡수했고 바람이 일었다.”

- 정치신인으로서 험지에 출마해 민주당 깃발을 꽂는 파란을 일으켰다. 민주당 소속으로 혜성처럼 나타나 19대 지역구 국회의원 중 최연소 타이틀까지 거머쥔 이력 역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덕분에 원내대변인 등 민주당 얼굴로도 활약했다.

“민주당이 운동권들이 장악한 곳인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안 갔을 것이다. 맹목적 성향의 그들 논리가 균형적 감각의 제 성향과 맞지 않았다.”

-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시절의 안철수-김한길 당권 체제일 땐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때도 8대 2의 분위기였다. 공천도 5대 5는커녕 민주당 내 패권세력이 장악했다. 그런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보수도 선명하고 강경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 결국 그게 신보수의 나아갈 길로 보는가.  

“적당히 뜨뜻미지근하고 두루뭉술하게 해서는 절대로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하고 더 강력하게 해야 한다. 다만 우리가 똑바로 서면 되는 거다. 온건 보수만 고집하고 양보를 잘 한다고 해서 절대로 정권을 찾아올 수가 없다. 그러면 개혁되지 않는다. 정권을 잡으려면 그냥 어쩌다 보수는 곤란하다.”

- 개혁 얘기가 나와선데, YS 문민정부는 자기의 지지세력을 쳐내고 진짜 개혁을 이룬 경우였다. 군부를 종식하고, 부동산실명제와 금융실명제, 공직자 재산 공개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자기 지지세력이 아닌 상대편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사회의 주류세력 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정확하게 맞는 말이라고 본다. 심각한 문제다. 소위 말해 현재의 우리 사회를 이룬 기존 질서를 다 무너뜨리면 그 다음에 어떻게 하자는 건가. 너무 끔찍한 상상이 되는 거다. 그래서 혁명이라고 불렀나. 요즘엔 진짜 체제 변혁을 하려고 하나? 모든 걸 뒤집어엎는구나, 정치권도 사법부도….  또 그에 대한 부작용이 지금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나.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이어진 이번 청와대 특감반 문제도 국정원의 정보 기능을 무리하게 없앤 결과에서 비롯됐다. 제살 깎아먹는 행위였다. 국정원의 정보 수집 기능은 정부가 통치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국내 정보 기능 등을 없애니, 정말 필요한 것에 대한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특감반 통해 궁여지책으로 정보를 얻으려다 이 문제가 발생한 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출신의 김태우 전 수사관은 지난해 12월  ‘친여 고위 인사의 비리 첩보’를 한 매체를 통해 제보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문재인 정부 3년 차를 앞두고 터진 일명 ‘김태우 사건’은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일파만파 커지며 지금까지 여진을 일으키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월 김 전 수사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등 김태우 사태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이언주 의원은 우파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국민이 민주공화정에 위임한 만큼 투명하고 더 나아가 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복지·양극화 해법, 전략적 접근해야”

- 경제 정책에 집중하는 대표 정치인이다. 국민연금을 통한 지배 구조 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연금이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뭔가. 노후보장. 수익률. 그걸 망각하면 안 된다.”

- 수익률을 좋게 하기 위해 추진한다는 거 아닌가.

“결과적으로 절대 그렇지 않다. 계속 마이너스다. 지배 구조가 개선되면 회사의 자산 가치가 높아질까. 주가가 올라가고 수익률이 높아진다? 그리되려면 우선 엑시트(자금 회수)가 용이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이다. 지금은 오히려 국민연금이 주가를 떠받치는데 쓰고 있다. 굉장히 위험하다. 때문에 강제가입이라 하더라도 투자는 국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이 투자에 동참해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적어도 국민들한테 물어봐야 한다. 또한 해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결정권을 주자는 거다.”

- 그럼 관리 인력은 어떻게 하나.

“민간에 운영을 맡기면 된다. 아무한테나 맡길 수 없으니까 인력풀 되는 곳에 경쟁을 시킨다.”

- 정부는 최저임금, 52시간 등 소득주도성장이 보편적 복지로 이어지면서 양극화 해법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 의원도 과거 ‘세모녀법’을 발의했다. 사회안전망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나.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단 지나치게 안정화되면 근로의욕은 떨어지고 안전망도 기득권화된다. 복지는 복지대로 다 누리고 일은 안 하겠다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건가.

“나도 처음엔 기본소득에 대해 관심을 뒀었다. 그러나 최근 핀란드에서 기본소득 실험한 결과가 나왔는데 실패했다. 청년 수당을 70만 원씩 계속 주면서 해봤더니 일자리라든가 경제성장에는 플러스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데는 마이너스 영향이었다. 우리가 보편적 복지를 할 만한 현실적 이유가 있나. 딴엔 좋은 얘기지만 비효율적 복지다.”

- 선별적 복지로 가자는 주장인가.

“복지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전략적 접근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중산층과 하층 이하, 상층부를 위한 복지 정책을 따로 세울 필요가 있다. 필요 없는 부분은 대폭 축소하고 생산적으로 노동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다수의 중산층 이하 하층에서는 복지와 안전망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상층부를 국가가 보호해야 하나.”

- 근데 상·하층부를 어디까지로 정하나.

“그건 고민이 필요하다. 사실 상층부를 명확히 분류하기 어렵지만 따로 볼 필요가 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방향을 정해야 하고 최소한의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망국적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

- 생각하고 있는 양극화 해법은 있나.

“양극화에 대한 관점도 달리 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보면 경제가 발전할수록 상대적 양극화는 커질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시대일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양극화가 무섭다고 성장을 멈출수는 없다. 양극화 역시 복지와 마찬가지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그 역시 나눠서 접근하자는 건가.

“그렇다. 예컨대 과거 외국계 회사에서 임원을 맡은 바 있다. 그곳은 일반 사원들과 핵심인재 코스가 다르다. 일반 사원들에게는 과업을 안 맡긴다. 대신 근로 조건이나 복지 체계는 뚜렷하다. 반면 핵심인재는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자라고 고속 승진 한다. 그들의 특징을 보니 근로조건이라든지 삶의 질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미국 월스트리트 증권가 M&A 로펌 등을 예로 보면 된다. 뉴욕 로펌은 살인적인 일을 하는데도 불평 없이 ‘내가 이런 일을 땄어. 이번에는 이 정도 밖에 못했지만, 다음 달엔 더 크게 할 거야’ 그걸 지켜보는 나는 불편했다. 하지만 저게 미국의 힘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저런 무한 경쟁 속에서 스티브 잡스도 나오는 거 아니겠나.”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어디까지 가리라 보나.

“드루킹과 김경수 지사를 보면 확실히 공범이다. 팩트 자체가 확인됐고 구속은 마땅하다. 과거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우리가 얼마나 분개했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몇 천 건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은 드러난 것만 해도  총100만 건이 넘는다. 거기다 문 대통령이 김 지사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게 사실이면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을 흔드는 문제다.”

- 재수사가 가능하다고 보나.

“가능하다. 대선 전 선관위에서 먼저 고발했다. 굉장히 이례적이다. 그런데 고양지청에서 수사하지 않았다. 부랴부랴 무마했다. 왜 고양지청이 수사를 제대로 안 했을까. 이것도 수사 대상에 포함해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법조인 출신으로 볼 때 2심도 유죄가 나올까하는 점이다.

“판사들의 양심을 믿는다. 우리는 (유럽)대륙법계 법관을 따르고 있다. 자기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냉철하게 판결하는 거다. 여론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 게 대륙법계 판결 정신이다. 우리는 사법부 체계 자체가 그렇게 돼있다.”

- 법관 탄핵 촉구 등 여론 압박이 최근 거세다.

“그럴수록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는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판사들이 사실적 증거가 있음에도 여론몰이의 영향을 받아 엉뚱하게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들이 항소를 할 게 아니라 정치권에 자기 사건을 갖고 올 거다. 그래서 세를 많이 얻은 사람한테 뒤집히고 말 거다. 북한 같은 나라가 그렇다. 소위 말해서 반체제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 자체가 없다.”

지난달 30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여당을 비롯해 시민단체들은 “양승태 적폐 사단의 재판 농단”이라며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거론하는 등 거세게 항의한 바 있다. 

- 대법원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지 않나. 설사 그렇게 판단하더라도 사법부 존중 때문에 항의하면 안 된다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영향을 주는 행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본다. 절차를 통해 항소하면 될 일이지 떼로 몰려가 인신공격하고 신상 털기 하면 문제가 된다.”

- 근래 5·18 망언 논란이 컸다.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역사적 비극이라는 현실은 어떤 경우든 변하지 않는다. 왜곡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유공자 명단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유공자를 위해서라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앞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공청회에서 “5·18은 폭동”, “괴물 집단” 등 폄훼 발언을 쏟아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일로 이 의원은 제명됐고, 대구시장이 광주시장에 사과하는 등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다.

이 의원과의 인터뷰는 신보수 가치에 대한 4시간에 걸친 강연을 듣는 기분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인터뷰 후에도 헌법상 민주공화국 원리와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열중인 듯했다. 지난 21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18 역사 왜곡 형사 처벌 움직임에 반대하며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학문 예술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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