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원희룡이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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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원희룡이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았다면?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9.02.24 23:4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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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발언 파문 늪에 빠진 한국당 퇴행, 저지되지 않았을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만약 원희룡 지사가 새누리당에 잔류했다면 그를 중심으로 개혁보수세력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사진제공=뉴시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일한 광역자치단체장이다.

지난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초강세로 야권의 패배가 예견됐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TK만 사수해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광역자치단체 한 석도 얻지 못해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

원 지사는 자유한국당에 복당해 재선에 실패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달리 바른미래당을 탈당했고, 무소속 출마를 선택해 보수주자로 당당히 재선에 성공했다. 정당을 뛰어넘는 결과는 원희룡의 가치를 그대로 보여준 선거였다.

이와는 별개로 만약 원희룡 지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난파선이 된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고 당내 개혁에 나섰다면 현재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 개혁보수의 기수 원희룡

원희룡은 전국 수석이라는 외형적인 이미지와 달리 ‘잡초인생’이다. 영호남이 장악한 정치권에서 외방이 제주 출신인 원희룡. 그는 학력고사 전국 수석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는 육법전서 대신 시위현장에서 대학생활을 보냈다.

지난 1983년 시위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돼 유기정학을 받았고, 신군부에 맞서 장래가 촉망된 서울법대생의 생활을 버리고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노동자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탈냉전이 시작된 1990년대가 되자 원희룡은 새로운 인생을 선택했다. 구소련 등 사회주의권의 몰락은 그를 고시생으로 만들었다. 그의 천부적인 공부 실력은 사법시험 수석합격으로 재입증됐다.

하지만 미래의 검찰총장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운동권 원희룡의 선택은 뜻밖에도 보수당인 한나라당이었다. 2000년 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 인생이 시작됐다.

원희룡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일원으로 개혁 보수를 주도했다. 이들은 영남권이 장악한 당 지도부와 맞서며 보수의 혁신을 외쳤고, 차세대 주자의 선두에 올라섰다.

원희룡은 남·원·정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그는 지난 2004년 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대표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이어 노무현 정권의 실정으로 보수의 정권 재탈환이 확실시됐던 2007년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원희룡은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박빙 승부가 펼쳐졌던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완주, 홍준표 후보를 제쳤다. '한나라당의 희망이자 미래'로 떠올랐고 차세대 지도자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2012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휴지기를 선택한 원희룡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뜻밖의 선택을 한다. 정치적 변방인 자신의 고향 제주도지사 선거에 차출된 것이다. 제주도민의 열렬한 지지 속에 무난히 당선됐다.

지난 2016년 몰아친 탄핵 정국에서 그는 새누리당 탈당을 전격 선언하며 바른정당에 합류한다. 원 지사는 지난 2017년 1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새누리당을 떠나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드는 길에 나선다”며 바른정당 입당을 선언했다. 당시 바른정당은 남·원·정 트리오의 동참으로 개혁보수신당 이미지를 선점했다.

문제는 바른정당은 원희룡 지사에게는 안 맞는 옷이었다는 점이다. 바른정당 창당 후 잦은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고, 마침내 원희룡 지사는 지방선거를 두 달여 남긴 지난 2018년 4월 10일 바른미래당 탈당을 단행한다.

원 지사는 이날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오랜 고뇌 끝에 오늘 바른미래당을 떠난다”며 “정치를 시작하며 가졌던 개혁정치의 뜻을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저 자신부터 철저하게 거듭나 민생과 통합의 정치의 길로 매진하겠다”며 “현재 특정정당에 매이지 않고, 당파적인 진영의 울타리도 뛰어넘겠다”고 밝혀 무소속 출마을 예고했다.

원희룡의 선택은 성공했다. 만약 남경필 전 지사와 같이 한국당 간판으로 출마했을 경우에는 제주도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2 새누리당에 잔류했더라면?

잡초인생 원희룡의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지만 개혁 보수의 꿈은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고 자부한다.

그가 3선 국회의원의 기득권도 포기하고 2012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권에 도전한 것도 국회의원보다는 집권 여당의 혁신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2014년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은 원 지사의 헌신을 원했고, 원 지사도 이를 수용했다. 원 지사와 남경필 전 지사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방선거 패배는 기정사실화될 뻔했다.

2016년은 보수 정치권 파멸이 시작된 비극적인 순간이다.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의결됐다, 새누리당은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고, 국민의 처절한 심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믿고 호가호위하던 친박계는 보수 재건의 의지가 없었다. 당은 난파선이 됐다.

김무성-유승민과 같은 비박계는 개혁 신당 창당을 주도했다. 개혁 보수파 동지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정병국 의원도 개혁보수신당에 옮겨 탔다. 하지만 원희룡은 당에 잔류하기로 했다. 난파선 새누리당 개혁세력이 모두 떠나면 거대 보수의 본진은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개혁보수신당도 좀처럼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구체적인 플랜도 보이지 않고, 계파 갈등이 예견됐다. 원 지사는 지금은 개혁 동지들과 잠시 이별할 수 있겠지만 보수 본진을 개혁해 후일을 도모하기로 했다.

2017년 장미대선이 열렸다. 당은 절대적인 열세에서 원희룡만한 인물을 찾기 어려웠다. 원 지사는 보수 개혁을 이끌 지도자로 부상했다. 마침내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합리적 추론-  원희룡 제주도 지사가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가상 현실을 펼쳐봤다.

수구꼴통 이미지가 강한 자유한국당은 때아닌 5·18 발언 파문으로 극우주의 늪에 빠졌다. 개혁보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내년 총선 공천과 당선을 위한 생존 본능의 발버둥만 눈에 띈다.

만약 원희룡 지사가 당에 잔류했다면 그를 중심으로 개혁보수세력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현재와 같은 한국당의 퇴행은 상당히 저지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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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독자 2019-03-01 14:18:17
그런데 노동운동에서 어쩌다가 우회전하여 전통령에게 세배하는 어리석음을 범했을까요, 그리고 요즘 자한당의 막가분위기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좀 의문이 되는 대목이네요.

음.. 2019-02-25 13:04:26
원희룡이 대통령 된다면 지역주의, 계파주의 등 한국정치가 갖고 있는 많은 폐해와 문제점들이 청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시대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진정한 보수 정치인이지요. 그러나 아직은 원희룡이 본격적으로 나설 때가 아닙니다. 마라톤 경주에도 타이밍을 보면서 스퍼트를 내야 할 때가 따로 있는 법입니다. 안희정, 이재명, 김경수 등등 깝죽거리면서 나대다가 한 명씩 나가리 된 인물이 한, 둘이 아니지요. 원희룡이 인기영합 발언 못 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자신의 직분에충실하면서 꿋꿋하게 소임을 다하면 되요.

네에 2019-02-25 07:48:35
원지사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게 아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