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현장] 고덕국제신도시, 삼성發 훈풍 옛말…"공급과잉 걱정에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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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현장] 고덕국제신도시, 삼성發 훈풍 옛말…"공급과잉 걱정에 한숨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2.25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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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 든 평택 부동산시장…고덕 입주 시작하면 大혼란"
주민 "분양 얘기만 들으면 겁나…팔고싶지만 매수 없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전경. 새아파트가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 황량한 공사판이다. ⓒ 시사오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미군기지 이전 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경기 평택 부동산시장이 최근 빙하기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지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부정적 기류가 고덕국제신도시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5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평택 지역 아파트 평균 시세(3.3㎡당)는 2015년 말 686만 원, 2016년 말 703만 원, 2017년 말 716만 원 등으로 집계됐다. 2014년 10월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이후 매년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달랐다. 2018년 12월 기준 평택 지역 아파트 평균 시세는 683만 원을 기록했다.

실거래가도 뚝 떨어졌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테크를 살펴보면 경기 평택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변동률은 2017년 4분기 0.06%를 기록한 후 2018년 1분기 -0.18%, 2분기 -0.52%, 3분기 -1.3% 등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했다. 같은 기간 전체 경기 아파트값이 평균 3%대 상승률을 보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부동산 전문분석업체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미군기지 이전 등 개발호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황에서 조정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지역 내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평택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평택 인구 수가 50만 명이 안 된다. 연 1만 가구 입주 능력이 안 되는 상황인데, 최근 아파트가 매년 1만~2만 가구 이상 들어오고 있다"며 "인구는 안 되는데 아파트만 공급되고 있으니 부동산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있느냐. 2017년에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가 아직도 비어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평택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평택시에 주민등록된 세대 수는 2015년 18만9122세대, 2016년 19만5970세대, 2017년 20만4252세대, 2018년 21만4409세대 등으로, 2015~2016년 6848세대, 2016~2017년 8282세대, 2017~2018년 1만157세대 증가했다.

반면, 평택 지역 공동주택(아파트 등) 공급량(입주물량 포함)은 2016년 9231세대, 2017년 1만1108세대, 2018년 1만2926세대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는 2만213세대가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오지 못하는, 이른바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평택 지역의 한 주민은 "2016년에도 평택시청 앞에는 '2020년까지 인구 80만, 2030년까지 인구 120만'이라는 홍보 문구가 걸려있었다. 지금은 2030년까지 80만 명으로 목표를 바꿨다고 한다"며 "그런데 아직 개발이 안 된 택지 규모가 지금까지 평택에 들어온 아파트 공급보다 많다. 이제는 분양 얘기 들으면 겁이 난다. 내 재산가치가 떨어진다. 팔리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앞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증폭될 공산이 크다는 데에 있다. 고덕국제신도시의 입주·분양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덕국제신도시는 오는 6~11월 총 4개 단지 3200여 세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고덕 파라곤 2차, 고덕국제신도시 제일풍경채 센트럴 등도 올해 상반기 내 분양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인구유입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미군기지 이전 등 호재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한 데다, 서울 접근성도 다른 경쟁 지역에 비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연초 분양된 평택고덕 신혼희망타운은 저조한 성적을 보이며 청약 미달한 바 있다.

지역 내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옛날에는 반도체공장에 약 1만 명 가량이 상주했다면 요즘에는 다 자동화가 이뤄져서 2300~2400명만 근무한다고 들었다. 또한 처음에는 삼성이 공장 7개를 짓겠다고 했는데 반도체 경기가 안 좋으니까 지금은 4~5개 얘기가 들린다"며 "대기업이 들어오면 무조건 인구가 증가한다는 건 모두 옛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탄, 용인, 광교까지는 수도권으로서 출퇴근이 되지만 평택은 안 된다. 고덕은 더 교통이 안 좋다. 다들 천안, 수원 등에서 출퇴근하지 않겠느냐. 평택에 대학교 2개밖에 없다. 천안은 10개가 넘는다. 왜 고덕에 살겠느냐"며 "삼성 공장은 평택시 입장에서만 좋은 거다. 세수가 늘었으니까. 여기 집 갖고 사는 사람들한테는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고덕에 들어온다고 해서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 아파트 공급이 어마어마하게 이뤄졌다. 아직도 고덕과 평택은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외부에서는 10%도 안 들어온다. 다 내부에서 해소해야 하는 물량인데, 집을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있는 집도 안 팔리는데 누가 피(프리미엄)를 주고 사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주 평택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을 당시 기자는 한 손님이 고덕 파라곤 1차 전세를 얼마에 내놓아야 하느냐고 묻는 광경을 엿볼 수 있었다.

중개업자는 "지금 평택(구도심)에 33평짜리 새아파트 전세가 1억5000, 월세가 1000에 60입니다. 어차피 고덕도 똑같아요. 동·호수가 좋으면 앞으로 10년 보고 갖고 계시고, 그것도 아니면 답이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해당 손님은 "여기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라며 한숨을 쉬고 나갔다.

손님이 나간 후 중개업자에게 '그래도 거래를 해야 수익이 나오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아래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고덕이요? 고덕은 아직 마이너스 피를 경험하지 못했으니까 올해에도 청약은 어떻게든 되겠지만 계약 후, 입주 후가 문제지요. 누가 들어가겠습니까. 외부 사람들 안 오지, 지역 사람들은 자기 집도 못 팔고 있지, 아마 입주 1달 정도 지나면 눈치를 보다가 다 던질 겁니다. 나중에 원망을 들을 게 두려워서 고덕쪽 거래는 취급도 않고 있습니다. 고덕 완성되려면 최소 10~15년 이상 걸립니다. 평택 부동산시장에 망조가 들었어요. 고덕 입주는 그 기폭제가 될 겁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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