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민'들에게 맞선 홍익표의 진짜 실수
20대 '국민'들에게 맞선 홍익표의 진짜 실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2.25 23: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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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규정·훈계 정치는 역풍을 맞는다
'동등한 눈높이'에서의 설득정치 향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 15일 "20대가 가장 보수적인 이유는 교육 탓"이라는 내용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규정·훈계 정치는 종국엔 국민들과 '맞서는'상황을 초래한다. ⓒ뉴시스

수 년 전 한 원로 정치인과 인터뷰를 하고, 식사까지 하며 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다. 그가 하는 말은 꽤나 논리적이었으며, 높은 수준의 정치적 식견이 녹아있었다. 그럼에도 선뜻 동의하긴 어려웠다. 그 이유에 대해 곰곰히 고민해보고 기자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그가 지나치게 많은 단정과 규정을 하면서, 이 세상을 '가르치려한다'는 느낌을 받아서였다. 이럴 경우 혹여나 맞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감을 갖게 된다. 그게 규정·훈계 정치의 한계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20대의 교육'과 관련된 설화는 이와 상당히 비슷하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수석대변인이 지난 15일 국회 토론회에서 "20대가 가장 보수적인 이유는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하게 하는 반공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이 지난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와 유사한 맥락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함께 불거졌다.

20대의 분노는 당연하다. 비하를 당했다는 느낌도 그렇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자신들을 멋대로 규정했다는 데 있다. 기자가 지난 24일 만난 한 30대 남성은 "나는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민주당이 뭐라고 해도 상관 없는데, 멋대로 우리가 보수적이라고 정하는 것이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으니 보수라고 하냐"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이 젊은 층에게 민심을 잃은 과정도 사실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미 적화통일이 맞다고도, 가능하다고도 생각지 않는 세대에게, 한국당 계열 정치권 일각은 '민주당을 지지하면 빨갱이'라는 규정을 내려왔다.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갑자기 '빨갱이'로 몰린 젊은층, 나아가 중도 보수층이 등을 돌리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었다.

이런 식의 규정·훈계 정치는 종국엔 국민들과 '맞서는'상황을 초래한다. 지난 주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50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대체 왜 2030을 대변하나. 우리가 '아니다'라고 해도 '너희는 그렇다'고 말하는 오만이 어이없다. 우리랑 싸우자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국민들과 맞서고, 또 가르치려는 정치는 역풍을 부른다. 야권 정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과거 정치인들이 상대적으로 '지적 우위'에 있던 시절과 다르다"면서 "강제적으로 해서도, 가르치려 해서도 안되고, 낮은 곳에서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민주당의 결정적 실수는, 어떤 말이 맞고 아니고를 떠나 20대, 혹은 더 많은 '국민'들과 정면으로 충돌할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5일 사죄했다. 하지만 정작 홍 의원은 같은 날 "원내대표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전히, 왜 20대의 지지율이 날이 갈수록 낮아지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설득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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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2019-02-27 18:36:34
공감공감합니다.
그리고 한없이 안타깝습니다.
이 정권의 성공을 비는 한 사라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