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2·27 전대가 한국당에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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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2·27 전대가 한국당에 남긴 과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2.28 11: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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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에서 나타난 당심과 민심의 괴리…총선에서 어떻게 극복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을 확인하며 끝났다. ⓒ시사오늘 김승종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을 확인하며 끝났다. 출마 선언 직후부터 ‘대세론’을 형성한 황교안 신임 당대표는 시종일관 ‘1강(强)’ 자리를 놓치지 않고 낙승, 앞으로 2년 동안 한국당을 앞장서 이끌게 됐다.

그러나 이번 전대를 ‘황교안 대표 탄생’이라는 짧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는 없다. 황교안 후보의 당대표 선출, 김순례 후보의 최고위원 당선, 김진태·김준교 후보의 선전(善戰) 등은 한국당에게 커다란 과제를 남겼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은 친박(親朴)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불과 2년 사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두 번이나 거쳤고, 홍준표 전 대표 때는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기까지 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들어선 후에는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 프레임을 꺼내들며 이념과 가치 중심 정당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경주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2년여 동안, 한국당이 일관되게 달려온 방향은 ‘확장 가능성 높은 중도보수 정당으로의 변화’였다.

하지만 2·27 전대 레이스는 이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지난 8일, 당권 주자 중 한 명이었던 김진태 의원이 이종명 의원과 함께 개최했던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는 “5·18은 폭동”,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당대표 TV 토론에서는 황 전 총리와 김 의원이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빈축을 샀으며,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준교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고 막말을 해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이 같은 분위기는 결과로 연결됐다. 강성 발언을 일삼았던 김 의원은 당대표 선거에서 2만5924표를 획득,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던 김순례 후보는 3만4484표를 얻어 최고위원으로 당선됐으며, 김준교 후보 역시 3만6115표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념과 가치 중심의 정당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은 온데간데없이, 당내 강경파의 힘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사실만 증명된 것이다.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국당은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괴리라는 숙제도 안게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전대에서는 ‘3김(김진태·김순례·김준교)’으로 대표되는 한국당 내 강성 보수 세력은 당내에서 만만치 않은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날 정견발표 과정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은 후보가 김진태·김순례·김준교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지어 전대가 끝난 후에는 김 의원 지지자들이 행사장 밖에서 ‘당대표 무효’를 외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당 밖의 여론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조대원 후보는 “김진태 의원은 당을 나가 달라. 우리가 무슨 대한애국당이냐”며 이른바 ‘태극기부대’와 김 의원을 싸잡아 비판했다. 27일 전대 정견발표에서도 “친박 8적을 퇴출시켜야 한다”거나 “5·18 망언 당사자들에게 전대 출마 기회를 줘서는 안 됐다”며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 같은 발언이 주효했는지, 조 후보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0.7%를 획득하며 조경태(30.1%)·정미경(19.8%)·김순례(11.8%)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최고위원 당선이 가능한 득표율이었다. 그러나 정작 당내에서는 6774표, 8명의 최고위원 후보자 중 꼴찌인 8위에 그치면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에 따른 피해자가 됐다.

민심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당심은 당대표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황 신임 대표는 선거인단으로부터 5만3185표를 얻어 2만1963표에 그친 오세훈 후보를 압도했다. 반면 일반인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50.2%를 획득, 37.7%의 황 신임 대표를 큰 차이로 앞섰다. 당내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덕분에 황 신임 대표가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일반 국민의 여론은 ‘개혁 보수’를 외친 오 후보를 향했던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지난 24일 JTBC <썰전>에 출연해 “당심과 민심이 괴리가 생기기 시작하면 그 당이 위험해진다”며 “시끄러운 소수의 이야기가 너무 과도하게 대표되면 당의 이미지가 왜곡되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여론조사와는 달리 ‘시끄러운 소수’의 뜻대로 지도부를 구성한 한국당이 과연 ‘극우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안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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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독자 2019-02-28 20:02:26
김순례의원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한 김죽가 2위?
또라이들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