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3·1절 特赦와 문재인 ‘코드사면’ 비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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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3·1절 特赦와 문재인 ‘코드사면’ 비판론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3.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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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 시위 주동자 특사 논란
역주행 文정부 ‘내 편 사면’ 쟁점화
법치주의 흔들고 국민 분열 초래
사면권 행사 민생사범 위주로 절제돼야
민주 시스템 위협 제도 손질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문재인 대통령이 4천378명에 대한 3·1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현 정부의 두 번째 사면으로, 지난해 신년 특사 이후 1년여 만이다. 이번 사면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단행됐다는 의미는 각별하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시국집회와 과격시회 주도자에 대한 '코드사면'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경제 회복과 사기 진작을 위한 중소기업계의 경제인 사면 공식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文 정권의 첫 특사는 민생·생계형 사범에 국한됐지만, 이번에는 특사의 대상과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집회·시위 참여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30명)를 비롯한 7대 정치집회 사건이 모두 사면대상이 됐다.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한 3·1절 특사안에는 강력범죄와 부패범죄를 배제한 일반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들이 포함됐다.

정치인들은 제외됐다. 관심을 모았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 여권 인사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결국 명단에서 빠졌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도 포함되지 않았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막고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기린다는 특사의 취지를 반영하려 한 결정이다.

최근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한 데다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른 진영 갈등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음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사범은 사면하지 않는다는 공약도 지켜졌다. 논쟁의 불씨를 차단하려 한 흔적은 나름대로 엿보인다.

잘못된 메시지 가능성

그러나, 이번 사면권 행사에 대한 논란은 고조되고 있다. 초점은 시국집회 사범이다.

보수진영은 ‘코드사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시설을 점거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을 사면하는 것은 현 정권과 같은 편이기 때문”이라는 게 보수진영의 시각이다.

이번 사면에는 광우병 촛불시위, 밀양 송전탑, 제주해군기지, 세월호 참사,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쌍용차 파업 등 7대 정치집회 사건의 집회·시위사범들이 대거 포함됐다. 법무부는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공동체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수긍하기 힘든 설명이다.

좌파진영이 주도한 집회 주도자들만 특사 대상에 포함됐으며, 그 가운데는 폭력이 난무한 과격시위를 주도하고 공권력 집행을 방해해서 처벌을 받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면은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끼친 불법시위 가담자라도 정권 지지세력이라면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형벌권 무력화 우려

3·1운동 100주년에 맞춘 이번 특사의 취지는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3·1운동의 대통합 정신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정쟁 확산을 막기위해 정치인들이 제외된 것은 그 맥락이다.

이전 정권에서 요식행위에 그쳤던 사면심사위원회가 실질적 기능을 한 점도 그렇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 수형자 4명은 당초 사면 대상에 들어있지 않았으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검토해보자는 사면심사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추가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대표적 불법·폭력 시위로 꼽히는 사드(30명), 밀양 송전탑(5명), 제주 해군기지(19명), 한·일 위안부 합의(22명), 세월호(11명), 광우병(13명), 쌍용차 파업 관련 집회(7명)를 '사회적 갈등사건 관련자'로 분류해 107명을 사면·복권했다.

이들 ‘7대 집회’ 관련자들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음에도, 그동안 반성이나 자숙(自肅)은 커녕 양심수 등으로 영웅시하고, 심지어 판결을 내린 법관들을 적폐라고 공격하기까지 했다. 이런 인사들에 대한 특사는 국가 형벌권을 무력화함으로써 법치를 흔들 수 있다.

집회 주도자 사면에는 실형 선고를 받았던 사람은 2명뿐이라고 하지만 특사 대상에 포함된 집회·시위는 직업 시위꾼들이 주도한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을 사면한 것은 불법적인 폭력집회·시위를 부추길 우려가 크며,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2018년 신년 특사 이후 1년2개월만에 이뤄지는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사면으로, 세월호 및 제주해군기지 건설, 쌍용자동차 파업 관련 사건 등 7개 시국집회 사건 관련자 107명을 포함한 3·1절 100주년 특별사면 대상자 총 4378명을 발표했다. ⓒ뉴시스

형평성·이념 갈등 조장론

지난해 첫 사면이 민생사범 위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 사면은 공권력에 반기를 들었던 폭력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안겨줘 형평성 논란과 함께 이념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노력의 흔적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시국집회 사범 중에도 중한 상해를 입혔거나 화염병을 사용한 사람들을 제외했다. 사드 배치 사건의 경우 찬반 관련자 모두를 사면 대상에 넣고, 쌍용차 파업과 관련해 진압 과정에서 처벌받은 경찰을 포함한 점 등은 그나마 균형을 맞추려 한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집회 성격을 고려할 때 사실상 ‘내 편’을 봐줬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법조계 안팎에서 ‘코드 사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는 지난달 9일 전국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위안부 반대, 사드 배치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세월호 관련, 제주 해군기지 반대, 광우병·촛불 집회 등 시위로 처벌을 받은 사람을 파악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친정부 성향의 단체들은 이들 대상자들을 이른바 ‘양심수’라고 호칭하면서 대대적 사면을 요구해온 터였다.

청와대의 자세도 문제다. 3·1절 기념 특별사면·복권의 대상·범위·명단을 놓고 혼선이 커지자 청와대가 개입, 윤곽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뇌물·알선수재·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며 시위·경제사범에 대한 특사 여부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는 가이드라인이었다.

공권력 무시 행태

5대 범죄 배제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문제는 역시 시위 사범들이다. 이 중엔 과잉 폭력 시위자도 있고 재판이 끝나지 않은 피고인들도 있다. 무더기로 사면의 특혜를 베풀기보다는 최대한 옥석을 구분해 결정해야 할 일이다.

심각한 것은 이들 시위 사범들이 현 정권과 같은 편이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들의 사면을 공약하고 이행에 옮겼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이들의 주장과 행태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 통합이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상습 시위꾼들은 불법·폭력 면허라도 있는 것처럼 공권력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제주 해군기지 사태만 해도 현 정부는 이미 손해배상 소송을 포기함으로써 시위꾼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다. 지난 2015년 민중 총궐기 집회 때 발생한 경찰 차량에 대한 손해 배상도 흐지부지됐다.

‘7대 집회’ 관련자들에 대한 사면은 국가 형벌권을 무력화하고 법치주의를 흔들 수 있다. 이번에 7개 집회만을 사면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다른 집회로 처벌받은 사람들의 경우와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 특히 7개 집회는 시위현장을 돌아다니며 과격한 시위를 주도하는 전문 시위꾼이 적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권 차원 반기업 정서

이번 사면에 경제인들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중소기업계가 최근 “경제 회복과 사기 진작 차원에서 경제계 사면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기업인은 무조건 사면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만 고집함으로써 정권 차원의 반기업 정서를 거듭 확인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사실, 기업인 사면은 처음부터 거론조차 안됐다. 문재인 정부의 1차 사면 때도 기업인은 전무했다. 청와대는 “5대 범죄 불가 공약이 유효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배임죄 기업인 사면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걸면 걸린다’는 게 배임죄이고, 기업인의 경영판단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는 나라가 한국뿐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공약이어서 안 된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인사기준으로 내건 ‘7대 불가론’을 못 지킨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국민통합을 내세우면서 특사 대상에 기업인만 제외할 이유는 없다. 가뜩이나 움츠러든 기업인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게 해선 안 될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시위 주동자 계속 관용

명분처럼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사면이 되려면 대상자 선정에 더 신중을 기하되,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 특사의 남발은 사법(司法)을 무력화하는 행정 행위로서, 민주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수 있다.

정부는 이미 폭력시위로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포기함으로써 시위 주동자들에게 여러 차례 관용을 베풀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국고 손실을 감수하며 공약을 지켰다. 

제주 해군기지 공사 지연과 관련해서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34억원 구상권 청구소송을 철회한 바 있다. 2015년 민중 총궐기 집회 때 발생한 경찰차량 파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련자들을 특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내 편’이 정권을 잡으면 사면을 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기면, 정부의 정책 추진과 공권력 집행은 번번이 불법 집회·시위에 가로막힐 수 있다. 이번에 사면대상이 된 시위 주동자들은 모두 현 정권과 코드를 공유하는 인사들임에 틀림없다.

사면권 남용 절제를

헌법이 대통령 사면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해도 맘대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 한계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삼권분립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행정권이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까지 훼손해선 안 된다는 내재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이번 사면은 그런 한계를 벗어날 소지가 크다.

어렵게 법 집행을 했던 경찰과 검찰 등 공권력과 재판부를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공권력에 대한 배려도 했어야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특권인 대통령 사면권은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지만 절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특별사면은 더욱 그렇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대통령 사면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탄핵이나 테러·반인륜죄 등 특정범죄를 배제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사면권의 남용은 안 된다. 거듭 말하거니와 극히 예외적이고 제한된 범위내에서 행사돼야 한다. 범법자가 되긴 했으나 깊이 반성하고 또 징벌의 효과를 충분히 거두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 대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한 국민적 용서의 한 방법임을 유념해야만 할 것이다.

법치 훼손 現代史

한국 현대 정치史의 교훈도 크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제왕적 방식으로, 밀실에서, 자의적으로 작동됐다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역대 정권마다 왕조시대 왕이 은전(恩典)을 베풀 듯, 사면권을 남발해 법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해 국민 비판을 받았다.

제한 규정이 없다 보니 정권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남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박정희 25회, 전두환 13회, 김영삼 9회, 김대중·노무현 각각 6회, 박근혜 3회 등 정권마다 특별사면이 소수 권력층과 지지층에 대한 면죄부로 악용됐다.

특히 노무현 참여정부는 출범 6개월 만에 단행한 광복절 특사를 시작으로 마치 연례행사처럼 사면·복권 조치를 거듭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치적으로 내세웠으나 이 사건에 연루된 측근 인사들을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사면·복권시켰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장관으로 발탁하기 까지 했다.

비판여론이 있었지만 무시해버렸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을 내세웠다. 민의와는 거리가 너무 먼 조치였다. 횡령과 조세포탈,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이들을 사면하고 복권시키는 것은 국민화합이나 경제살리기에 역행했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뇌물과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문 대통령도 이미 2017년 12월 첫 용산참사 관련 철거민 25명과 정봉주 전 의원을 특별사면해 주었다.

선열들 욕보이는 일 없어야

앞으로는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사면기준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이에 근거한 사면이 국민통합의 계기로 자리 잡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헌법은 사면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규정하면서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않다. 하지만 사면이 사법부가 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인 점을 감안하면, 사면권 행사는 헌법 정신의 틀 안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옳다.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고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엄격하게 행사돼야 마땅하다. 한국 현대 정치사의 교훈처럼 사면이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공정성 논란을 부추긴다면 국가 발전에 백해무익할 뿐이다.

민주국가에서 사면은 통치권자의 특권적 은전이 아니다. 대통령의 제도상 고유 권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의적 행사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다는 사실은 분명히 상기시키고 싶다.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아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뿐인 권능인 것이다.

사법부의 판결을 무효화하는 특사(特赦)를 남발할 경우 법적 안정성이 무너지고 사법 정의는 요원해진다. 사면은 자칫 국민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고 형평에도 어긋나는 만큼, 법을 고쳐서라도 대상과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차제에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체제를 부정하거나, 안보를 저해하고, 국가에 큰 피해를 보인 범범자를 결코 사면해선 안 된다. 그것은 독립과 자유, 번영된 조국을 꿈꾸며 스러져간 선열들을 욕보이는 일이 될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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