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국민연금, 최악의 손실과 경영권 개입 논란…향방은?
[시사텔링] 국민연금, 최악의 손실과 경영권 개입 논란…향방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3.03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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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학계·재계 등 우려와 대응방안 ´주목´
˝스튜어드십코드 행동주의 애초 취지에 어긋난
기업 경영 집중 대신 수익성 개선에 힘써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0.92%로 집계됐고, 마이너스 수익률에 따른 기금 손실을 평가한 금액이 총 5조9000억 원으로 추산됐다고 지나달 28일 밝혔다.ⓒ뉴시스

역대 최악의 손실액부터 경영권 개입 타당성 여부 등 국민연금이 최근 사회 각계의 우려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치권, 학계, 재계 일각의 문제제기와 대응 방안에 주목합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연금 손실액을 전하며 제2의 베네수엘라 사태를 걱정했습니다.

하 의원은 “국민연금의 지난해 손실이 5조 9000억 원이다. 이게 무능한 문재인 정부의 민낯”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설상가상으로 여가부(여성가족부)는 능력과 상관없이 여성 임원이 많은 곳에 더 많은 국민연금을 투자한다고 했다”며 “당신 돈이면 능력 아랑곳없이 여성 임원만 많다고 투자하겠나? 연금 부은 여성들이 들고 일어날 망언”이라고 질타했습니다.

하 의원은 “문 정부는 돈은 못 벌어 오면서 전임들이 벌어놓은 돈은 광속으로 헤프게 쓴다”며 “이십년 집권? 백년 집권?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 될 날 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0.92%로 집계됐고, 이에 따른 기금 손실을 평가한 금액이 총 5조9000억 원으로 추산됐다고 지나달 28일 밝혔습니다. 이는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최악의 운용 실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중 무역 전쟁 등 세계 금융시장의 약세가 기금운용손실 추락의 원인이라는 게 공단 측의 분석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를 기반으로 기업의 경영에 적극 관여하는 데 집중했을 뿐 정작 수익성 개선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일찌감치 나온바 있습니다.

특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달 1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한항공에는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하되 한진그룹의 한진칼(KAL)에 대해서는 경영참여를 위한 주주권 행사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마이너스 손실 우려와 함께 실효성 논란은 더욱 커진 바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다음날(2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정권의 국민연금 운용실적은 아예 뒷전이고 엉뚱한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며 “문 정권 들어 작년 한해 마이너스(-1.5%, 14조 손실)로 형편없는 국민연금기금 수익율을 기록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지난 몇 년 간 연금수익률은 2012년 6.99%, 2013년 4.19%, 2014년 5.25%, 2015년 4.57%, 2016년 4.75%, 2017년 7.26%을 기록해왔는데 문 정권 들어 수익률이 폭락했다. 수익률이 1% 떨어지면 기금고갈이 5년 앞당겨진다는데 작년 한해 수익률이 약 9% 떨어졌으니 기금고갈을 40년 이상 앞당긴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그런데도 문 정권은 뭘 잘했다고 행동주의 스튜어드십 운운하느냐”며 “스튜어드십? 그게 무슨 뜻인지나 아나. '집사'란 뜻이다. 다른 기업들 주주에 대한 스튜어드 운운하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노후자금을 맡았으면 그 스튜어드(집사) 노릇부터 제대로 하시라. 오히려 과도하게 멀쩡한 기업 권력남용해서 괴롭히는 바람에 기업가치 더 떨어뜨리고 있는 거나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학계에서도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에 대해 경계하고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애초 취지도 아닐뿐더러 민간 기업의 경영 자율성 훼손 및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달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인환)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의 논거로 삼는 영미의) 행동주의 펀드는 전 국민이 강제 가입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도 주주의 권리로 행동할 뿐, 그 배후에 국가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적 연기금으로서의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다르다 그 뒤에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민연금의 한진KAL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결코 좋은 선례가 될 수 없다.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관여하면 민간 기업의 경영 자율성은 크게 훼손된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결정은 해당기업에게는 ‘낙인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의결권 행사를 빌미로 기업을 괴롭혀 기업 가치를 더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연금사회주의에 이르는 길’이다.”

이날 발표에서 조 교수가 한진칼(KAL)의 사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대목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조현아 땅콩 회항’ 으로 촉발돼 ‘조현민 물컵 투척’ 등‘오너 갑질’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을 특정할 수 있는가 △ 국민이 국민연금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 했는가 등 8가지 질문을 통해 의문을 가했습니다.

▲ '오너 갑질, 대한항공,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주가추이' ⓒ시사오늘(자료= 바른사회시민회의)

그중 오너 갑질에 의한 기업가치 하락 여부는 어떨까요. 조 교수가 제시한 표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를 빼고, 조현아 땅콩회항, 조현민 물 컵 투척을 기준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월 15일 ‘조현민 물컵 투척’을 기준일로 한진 칼과 대한항공의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만약 물컵 투척 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면,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상승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즉 "오너의 갑질이 주주가치를 하락시킨 것이 아니라는 하나의 반증이 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입니다.

▲ 대한항공,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주가 추이(원계열) 표 캡처ⓒ시사오늘(자료=바른사회시민회의)

위 표는 대한항공, 한진칼, 아사아나항공의 주가를 표준화하지 하지 않고 ‘원래의 주가’를 그대로 표시한 것입니다. 조 교수는 해당 지적에서 다음과 언급했습니다.

“표에서 보듯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비슷한 등락 패턴을 보이고 있다. 두 항공사 공히 2015년 1/4분기, 2017년 2/4분기 이후, 2018년 2/4분기 직전에 높은 주가를 실현하고 있다. 이는 두 항공사의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너 일가의 갑질이 기업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주장은 논거를 갖추지 못한 그렇게 믿고 싶은 ‘값싼 예단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경영 개입이 조양호 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 교수는 제기했습니다. 그는 “현재 조양호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이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사직을 박탈한다는 정관변경’의 주제안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조양호 회장의 재판이 확정된 후 정관변경을 해도 늦지 않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상식이고 정석이다. 국가권력의 대리인인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양호 회장이 지배해 온 한진그룹의 경영성과가 경쟁업체에 비해 낮고 그것이 조양호 회장의 경영판단 실수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주총에서 ‘오너 갑질’을 문제 삼아 공권력인 보건복지부(국민연금)가 조양호 회장과 다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조 교수는 “이 같은 다툼은 대한민국 헌법 제126조에 반할 소지가 크다”는 점도 부각했습니다. 그는 “헌법 126조는‘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정관을 변경하는 것이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에 따른 것인지를 냉철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연금 경영개입 등 지속적 논란이 오히려 사회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한진그룹의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빌미로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은 더욱 큰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다”며 “국민연금법상의 역할과 방법의 적절성 여부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켜 우리 대한민국의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일련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전 교수는 “헌법 126조가 규정하고 있듯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국민연금이 경영참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개선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경영권 개입을 논의하는 것이 절적한 순서라고 본다”고 제언했습니다.

앞선 발제자인 조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애초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된 2010년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이다. 영국의 스튜디어십 코드 제정은 금융위기 발발을 막지 못한 기관투자자의 ‘반성문’에서 출발한 것이다. 민간 기관투자자들이 자율규범을 만든 것은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의 성격이 짙다. 기관투자자들이 자신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높이기 위한 자율규범을 만들지 않으면 금융 감독 당국의 강력한 법규가 쏟아질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영국에서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결코 공적 연기금을 1차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이를 오해하고 있다. 공적연기금의 행동규율로 스튜디어십 코드를 오인하고 있다. 따라서 스튜어드코드십 도입은 취지상 공적연기금 보다 민간 기관 투자자에 우선 적용되는 것이 맞다. 기관투자자의 청지기 역할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민간 기관 투자자부터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가하면 재계의 입장은 어떨까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지난 2016년 5월 성명서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기업경영에 대한 부당한 간섭, 기관 투자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원칙’ 중심으로 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려면, 일본과 같이 초안을 공개해 다양한 시장참여자의 제안을 수렴하고 이에 대한 수용 여부와 그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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