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민주당, 세 가지 시험대에 서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취재일기] 민주당, 세 가지 시험대에 서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3.05 0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권주자 연쇄이탈…새 간판을 찾아라바닥 기는 20대 지지율 …'문제는 젠더'시계제로 대북상황, 靑만 바라볼 수 없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 지난 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당직자가 북미 정상회담 TV 시청을 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시험대에 선 모양새다. 크게는 세 가지 과목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악재로 줄어든 새 차기 대권 주자를 찾아야 하고, 등돌린 20대의 지지율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 또한 북미정상회담이 기대 이하의 결과로 끝난 가운데, 대북 이슈에서도 '홀로서기'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권주자 연쇄이탈…새 간판을 찾아라

"지라시에서 살생부가 안이박김(안희정·이재명·박원순·김경수)이라더니, 정말 그렇게 된 모양새 아닙니까.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 민주당은 지금 '간판'이 없죠. 잘돼도 춘추전국이고 못돼면 오합지졸입니다."

지난 2일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이 관계자가 말하는 풍문처럼,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비롯해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들은 연달아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부상하긴 했지만, 그 뒤를 이은 2위가 정치권 밖에 있는 유시민 작가라는 점은 민주당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이었다. 친문계에서 대권주자로 점찍었다는 김 지사의 예상 밖 중형으로, 일단 당장은 친문계의 지지도 허공에 떠버린 상황이다.

물론 민주당엔 '안이박김'을 제외해도 여전히 후보급 인사들이 남아있다. 현 여권 여론조사 1위인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원내 중진인 추미애·김부겸·송영길·김영춘 의원 등이 언급된다. 유 작가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원외 인사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중 현 시점에서 차기 후보가 될 만큼 준비된 인물은 없다는 평이 중론이다. 앞선 민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같은 날 다음과 같은 주장을 내놨다.

"한 사람, 한 사람 보면 괜찮아 보이지만, 야권이랑 쾅 붙었을 때 이길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뚜렷한 '아킬레스 건'이 있어요. 하다못해 지금 1위인 이 총리는, 호남 기반 정치인이라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지역주의라고 매도해도 별 수 없습니다. 현실정치에서, 선거공학적으로는 정말 그렇다는 거에요. 당장 황교안이 나오면 '쉽게'이길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비교적 상처가 적은 박 시장과, 재판이 진행중인 이 지사에 대해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도 새로운 '간판급 대권 주자'가 등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4일 기자와 만나 "왜 인물이 없나. 박 시장도, 이 지사도, 김 지사도 여전히 당의 훌륭한 인적 자산"이라면서도 "새롭게 부상한 인물이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면 당 입장에서는 더 좋은 일이다. 저번 대선 때 이미 많이 언급됐던 분들이라서 신선함은 좀 부족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바닥 기는 20대 지지율 …'문제는 젠더'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과 관련, 지난달 28일 민주당의 한 30대 당직자는 기자에게 "젊은 당직자들은 진작부터 상당한 우려를 해왔다. 다행히 당에서도 이제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 심각성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젊은 층의 강고한 지지를 등에 업었던 민주당은 최근 20대 지지율 폭락을 겪었다. 연이어 설훈·홍익표 의원의 발언이 구설에 오르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부랴부랴 홍영표 원내대표가 사과하고, 소통 강화를 위한다며 '청년미래기획단'을 당내에 설치키로 했지만 좀처럼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20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부터 잘못 짚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많이 하락한 '20대 남성 지지율'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사오늘>이 지난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2~30대 남성 민주당원 20명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가장 많은 남성 당원들이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젠더 이슈(14명)'를 꼽았다. 그 다음은 '청년실업(4명)'이었다.

"일부러 우리의 목소리에 대해 귀를 막고 있는 기분입니다. 인터넷만 간단히 검색해도 알 수 있을텐데요. 여성을 당연히 존중해야 해요. 동의합니다. 그런데 남성을 역으로 차별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문제입니다." -대전,20대

"저는 성평등을 지향합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지금 오히려 성적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서울,30대

"저를 대변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정당을 지지할 필요가 없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경기 성남시,30대

사실 앞서 '20대 교육 문제'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설 의원도 같은 인터뷰에서 '젠더 갈등'을 이미 지목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대책은 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의 한 여성 당직자는 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은 기본적으로 약자를 위한 당이고, 그래서 한국사회의 약자인 여성을 위한 정치가 목표 중에 있는 것 뿐"이라면서 "남성도 제외 대상이 아니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 남성들을 위한 정치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차차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계제로 대북상황, 靑만 바라볼 수 없다

"저러다 정권 뺏기는 겁니다. 청와대만 바라보고, 청와대만 막아주려 하고…우리가 새누리당 때 그렇게 해서 망했잖아요. 북미정상회담도 끝장났는데 이제 어쩌려나요."

야권 정계의 한 원로정치인이 민주당의 상황에 대해 지난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완전히 주관적인 견해입니다만, 민주당은 이제 큰일난 상황"이라면서 내놓은 비판이다.

지난 28일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도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4일 국회에서 마주친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기자의 질문에 "예상 밖의 일이라…좀 더 두고봅시다"라면서 "당의 역할을 찾아야죠"라는 말을 남겼다.

민주당의 현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었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등이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민주당 자체의 경쟁력이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이번 '하노이 선언 결렬'을 계기로 이런 목소리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가동을 민주당이 강력히 주도할 것"이라면서 "청와대와 별개로 민주당이 대북정책에도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