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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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1.05.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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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부당이득반환의무도 없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철현 변호사)

임대차관계에 있어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차물을 사용, 수익할 수 있도록 해줄 의무가 있다. 반대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한편 임대차기간이 지나거나 다른 이유로 임대차관계가 종료된 이후에 임차인이 임료를 내지도 않고 계속 임차물을 사용한다면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해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임대차관계가 종료된 이후 임차인이 임차물을 계속 점유는 했으나 본래 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 수익하지 않은 경우에도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는 것일까.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계속 점유함으로 인해 자신의 재산권을 침해받았으니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터이다. 반면 임차인은 점유만 했지 사용·수익하지는 못했으니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게 없다고 할 것이다.

주식회사 해성은 김씨로부터 임대보증금 1억 원, 월 임료 300만원에 건물을 임차해 회사 사무실로 사용하던 중 2010년 5월30일 임대차기간이 종료됐다. 그런데 주식회사 해성은 5개월 동안 임료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김씨는 임대차기간이 종료될 무렵 주식회사 해성에게 5개월분의 연체차임을 지급하고 사무실을 명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주식회사 해성은 연체차임을 공제한 임대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고는 책상, 의자 등 회사 업무에 필요한 일체의 집기들은 그대로 둔 채 사무실의 문을 폐쇄해 버렸고, 더 이상 회사 사무실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김씨는 2011년 4월30일 법원에 주식회사 해성을 상대로 임차물을 명도하고, 명도할 때까지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화가 난 주식회사 해성은 임대보증금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반소를 제기했다.

여기에서 임대인이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임대보증금을 임차인에게 지급하고, 임차인은 그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음과 동시에 임차물을 명도해야 함에는 큰 의문이 없다.

그러나 과연 임차인이 임차물을 폐쇄하고 임차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하지 않음으로써 임대인에게 손해를 입혔으니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하는지 반대로 임차인으로써는 임차물을 폐쇄해 임대인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는 했으나 자신이 사용·수익까지 해서 이득을 본 것은 아니니 부당이득을 반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보아야 하는지는 좀 애매하다.

먼저 임대차기간이 만료되는 등으로 임대차관계가 종료되면 임대인은 임대보증금을 반환해 줄 의무가 있고, 임차인은 건물을 명도해 줄 의무가 있다. 그리고 쌍방의 위와 같은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식회사 해성은 김씨가 연체차임을 공제한 임대보증금반환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건물 명도를 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부당이득‘이라는 것은 법률상의 원인 없이 부당하게 재산적 이득을 얻고, 이로 말미암아 타인에게 손해를 준 자에 대해 그 이득의 반환을 명하는 제도다. 여기서 임차인이 건물을 점유하기는 했지만 사용, 수익하지는 않는 것을 두고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우리 법원은 법률상의 원인 없이 이득했음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서 이득을 ‘실질적인 이익’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법률상 원인 없이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 해도 이를 사용, 수익하지 않았다면 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에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임차물의 반환을 거부하기 위해 임차건물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했으나 이를 본래의 임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 수익하지 아니해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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