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문재인 끌어들일까…유시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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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문재인 끌어들일까…유시민 ‘위기’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5.24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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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문재인, 총선 때 부산경남 진두지휘해야”…유시민 여전히 ‘침묵’ 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계기로 친노진영의 세 결집 양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연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국민참여당이 원내진입에 실패하며 ‘유시민 비토론’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문재인 역할론’을 고리로 친노진영을 민주당으로 흡수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24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해 이와 관련, “문재인 이사장은 부산경남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문 이사장이)정치적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다”면서 “그 분이 총선 때 부산경남을 지휘해준다면, 부산경남에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문 이사장의 역할은)민주당 뿐 아니라 민주개혁 세력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에 대한 러브콜은 정세균 최고위원이 주장한, 호남과 부산경남을 잇는 ‘남부민주벨트’와 맞물려 당 안팎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손학규-김진표 호(號)의 출범을 통해 ‘수도권의 안정적인 의석 확보’, 텃밭인 ‘호남 석권’, ‘영남 교두보 확보’를 골자로 하는 민주당의 차기 총대선 프로젝트인 셈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문 이사장의 광폭 행보다. 문 이사장은 지난 4월 재보선 때 경남 김해을의 단일화 방안을 중재했다. 문재인 역할론이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민주-국민참여당 간 화학적 단일화로 인해 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끝내 패배, 여론은 ‘유시민 때리기-문재인 역할론’으로 수렴됐다.

또 문 이사장은 23일 노무현 서거 2주기 공식 추도식이 열리기 전, 권양숙 여사와 범야권 핵심 인사들 간의 모임을 주도했다. 봉하마을 사저에서 열린 이날 모임에는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정세균 최고위원,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그리고 친노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노 전 대통령의 후원인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상으로는 권 여사에 대한 예방 차원의 자리였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내년 총선 때 부산경남 지역에 10∼15석 정도는 가능하다. 야권이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이 주장한 남부민주벨트의 파괴력과 맞닿아있는 셈이다.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뉴시스

문제는 야권연대를 위해 문재인 역할론을 띄운 것과는 별개로, 민주당이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 친노진영은 지난 10.3 전대 전까지만 해도 정세균 최고위원을 지지했다. 하지만 손학규號의 출범 이후 이광재 전 지사 등 친노진영이 대거 손학규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정세균계와 손학규계가 ‘문재인’을 놓고 이전투구 양상을 벌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킹메이커 박지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역할론을 본격적으로 띄운 것도 정세균 최고위원의 남부민주벨트에 맞서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손 대표의 지지율 상승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5월 셋째 주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정례조사(표본오차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 1.6%) 결과를 보면, 손 대표는 11.3%를 기록하며 야권주자 중 1위, 여야 통틀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재보선 승리 직후 14.1%를 정점으로 5월 둘째 주 11.8%를 기록, 사실상 하락세로 들어섰다. 야성이 약한 손 대표로서는 문재인 이사장을 통해 친노진영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반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여전히 침묵 중이다. 유 대표는 23일 권 여사와 범야권 인사들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범야권 인사들의 얘기만 들었다. 참여당 관계자들도 저마다 향후 진로와 관련해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당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정해지지 않겠느냐”는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뿐이다.

소극적인 정치행보와는 달리, 참여당은 정책분야에 있어서 야권연대에 적극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노항래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 부원장이 24일 헌정기념관 강당에서 <에너지 정책의 전환에 대한 진보개혁진영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야4당 연구원 세번째 합동토론회에 참여하는 등 민노,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과의 정책 공통점 찾기에 들어갔다.

이날 야4당 토론회에는 서왕진 환경정의연구소장, 김상희 민주당 의원, 노세극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경제사회팀장, 김석연 진보신당 상상연구소장,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 등이 참여한다. 이 같은 참여당의 행보는 야당과의 적극적인 정책연대를 통해 진보대통합 혹은 비민주연대 등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유 대표가 빠르면 6월 정치적인 행보를 가시화할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6월 당원 토론회를 기점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뒤 여론 추이를 살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유 대표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5월 셋째 주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정례조사 결과, 유 대표는 전주 대비 2.2% 하락한 8.5%에 그쳤다. 눈여겨 볼 대목은 리얼미터의 5월 셋째 주 여론조사부터 문재인 이사장(3.3%)이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유 대표의 지지율 하락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참여당의 2012년 총대선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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