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성공적’인 MB노믹스 … 감세의 실제
스크롤 이동 상태바
‘나름대로 성공적’인 MB노믹스 … 감세의 실제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6.03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성장 6.1% … 국가 빚은 100조 증가
“투자 제자리, 세제혜택으로 자본가 곳간 채워”
고용률 0.2%p 증가라는데 … 비정규직 5% 증가
하위층 소비지출 6.8% 증가, 상위층은 0.7% 에 그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MB노믹스’의 핵심은 ‘감세정책’이다. MB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세율을 줄여 경기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내세웠다. 이에 2008년 9월 세제개편으로 법인세의 최고세율(과세표준 2억원 초과) 25%를 현 22%로 낮췄다.

또 2010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소득세 최고세율(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을 35%에서 33%로 인하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가 감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12년 시행으로 연기돼 왔고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사실상 소득세 인하 철회가 확정됐다. 법인세 인하에 대해서는 판단이 유보됐지만 역시 무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감세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지난달 25일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감세의 정책 유지와 철회 입장은 각각 이러하다. 감세를 지지하는 이들은 세율인하로 인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주장한다. 낙수효과란 대기업의 성장 혜택이 투자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전위되고 결국 총체적인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경제 이론이다.

이는 ‘감세가 근로자의 근로의욕과 기업가의 투자의욕을 고무해 생산과 고용을 증가시킨다’는 1970년대 공급주의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의 입장에 기초를 두고 있다. 반면 MB의 감세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최고 과표구간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감세에 대해 ‘부자감세’라 주장한다.

대기업의 성장이 투자증가, 고용 창출, 소득격차 해소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 수익은 기업과 자본가의 손에 잠식될 뿐이라고.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부유층과 서민층의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감세정책에 대해 사실상 MB정부의 마지막 경제 수장이 될 박재완 기획재정부 신임 장관은 지난달 25일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입장을 확고히 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MB노믹스는 나름대로 성공적”이라며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세정책의 낙수효과를 들어 감세로 민간투자가 활성화 되고 일자리가 많아지면 다시 세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재정 악화만 초래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투자와 일자리가 모두 늘었고 소득분배도 개선됐다”고 반박하며 감세 고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재성장, 빛 좋은 개살구

박 내정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감세정책이 경제성과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이 지난달 26일 발간한 재정포럼 5월호에도 법인세 감세의 중장기적 경제효과를 투자 2~3% 촉진, GDP 0.4~1.2%  증가로 보고 있다. 감세를 지지하는 이들은 우리나라가 2007년 말 금융위기를 잘 통과했고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1%를 기록하면서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들어 감세정책이 국가경제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성장이 경제위기 이후 회복 과정에서 나온 수치일 뿐이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는 없다. 전적으로 감세정책의 영향이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감세 이후의 국가 부채는 심각하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392조8000억 원으로 3년 전에 비해 100조 원 가량 증가했다.

국가채무비율도 GDP의 33.5%로 3년 전 보다 4%p 급등하는 등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 국가재정 적자는 2008년 15조6000억 원에서 2009년 43조 2000억 원, 2010년 30조 10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물론 감세가 투자로 이어지고 일자리 증가와 서민 경제 개선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면 이러한 국가 부채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대하는 방향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부채만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결국 모든 짐을 서민이 짊어지게 된다. 이에 감세로 인한 국가 재정 문제는 그것을 감수하며 추진한 대기업의 성장, 그에 따른 수익이 서민계층으로 이어지느냐의 투자문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연도별 국가채무현황 (자료제공=통계청)

대기업의 투자성적

조세연구원의 재정포럼 5월호에는 감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생산자 잉여가 6.55조원, 그 중 감세의 노동과 자본에 대한 귀속은 각각 0.72조원(약 11%), 5.83조원(약 89%)으로 추산돼 있다. 결국 법인세 감소의 혜택은 대부분 자본가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감세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것을 재투자의 기회로 설명한다. 반면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대기업 이익이 실제로 노동자에게 간다든가 고용을 늘린다든가 또는 가격을 인하하는 등의 결과로 나타나기 보다는, 주주배당이나 혹은 내부에 쌓여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이용된다”고 말했다.

이정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은 정책브리핑 자료에서 “우리나라 4대 대기업이 보유한 현금만 해도 100조원이 넘지만 투자는 해마다 제자리걸음이다. 오히려 소득세, 법인세 감세분을 포함해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등 대기업 중심의 각종 세제혜택이 부자들과 대기업의 곳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감세 규모는 총 90조1,533억 원,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는 각각 5년간 28조3,470억 원, 34조4,372억 원이었다.

정부가 기대하는 민간투자가 가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부)는 “투자는 유보적으로 봐야 한다. 대기업 투자가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것도 있지만 그와 달리 현금을 쌓아 놓고 준비를 하다가 어느 순간에 한 번에 터뜨리는 투자도 있다.

지금 당장 투자를 안하면 앞으로도 안할 것이라는 가정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대학장)는 “지금 당장 정부 부채가 늘고 서민 경제는 죽는데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것 자체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 나중에 투자한다는 것에 대한 보장도 없다. 나중에 (투자)할테니 기다리라는 것은 무책임한 말이다”고 대답했다. 이어 “현재 고용시장을 보면 정부가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의 여부를 알 수 있다”며 “중소기업이 위축되면서 실업자가 증가하는 실정을 보면 경제 전반적으로 투자가 살아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고용,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나?

이 교수는 “고용률이 다소 늘기는 했지만, 그보다 고용의 질이 중요하다. 임시직과 비정규직 증가로 고용사업이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완전근로를 못하고 사실상 실업자인 사람들이 400만 명이 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고용률은 2008년 4월 60.0%에서 2009년 58.8%로 줄었지만 2010년과 2011년 사이 0.2%p의 증가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와과 올 4월 고용률은 각각 59.1%, 59.3%다. 그러나 고용의 질은 긍정적이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 비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5%(27만3000명)증가, 577만1000명을 기록했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았던 2007년 3월 이후 다시 최고점을 찍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는 1.6%(17만6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1년 동안 증가한 전체 임금 근로자가 44만8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일자리 중 60% 가량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이로써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보다 0.7%p 증가한 33.8%를 기록했다. 근로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즉, 희망근로사업, 청년 인턴 등 정부의 의식적인 일자리 창출이 고용률의 숫자를 다소 늘리기는 했지만 결국 보여주기 식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해 고용시장을 악화시켰다. 정규직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236만8000원,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35만6000원으로 사회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 근로형태별 취업자 수 (자료제공=통계청)

하루벌어 하루 못 사는 서민

감세 지지자들은 지난해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 등을 들어 감세정책으로 인한 소득분배 개선을 주장한다. 지니계수는 2008년 0.314에서 지난해 0.310으로 다소 개선됐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에서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낮은 것을 의미한다. 또 소득5분위배율도 같은 기간 5.71%에서 5.66%로 낮아졌다. 이것은 최상위 20% 계층(5분위)의 소득을 최하위 20% 계층(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역시 수치가 낮아질수록 빈부격차 해소를 뜻한다. 

이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니계수 폭이 커야 조세의 형평성이 있는데 2008년 OECD 통계에 따르면 24개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좋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실질적인 서민 경제는 ‘적자 재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 1분기에 1분위(최하위 20%) 가정의 적자 비율이 62.0%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0가구 중 6가구는 적자 재정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59.6%보다 2.4%p 증가한 것으로, 적자가 60%를 넘은 것은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조세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가 5%p 인하됨에 따라 지니계수는 경상소득 기준 0.340766에서 0.341421로 0.1921%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도가 다소 심화되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 동향으로도 소득계층 간 양극화를 확인할 수 있다.

1분위의 월 평균 소득은 110만6200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2.3% 증가했다. 소비지출(생활비)은 같은 기간 116만 6400원에서 124만6200원으로 약 6.8% 증가했고 더욱이 비소비지출(세금, 사회보장비 등 생활비 이외의 지출)은 21만6800원에서 24만 원으로 10.7% 증가했다.
 
가계의 월평균 적자규모는 약 38만원에 달했다. 반면 최상위계층인 5분위는 같은 기간 월 평균 소득이 767만2800원에서 783만 1300원으로 약 2.1%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약 0.7%(381만2100원 ⇒ 383만6400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비소비지출도 4.3% 가량(148만2500원 ⇒ 154만6800원) 증가할 뿐이었다.

이필상 교수는 “고소득층이 소비를 움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경제 분위기가 활성화 되지 않아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고소득층이 경기 부양에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정책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빨리 바로잡고 수정해야 한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경제가 양극화 된 상태에서는 감세를 하면 오히려 경제가 어려워진다. 지금은 세금을 줄여봐야 대기업과 고소득층만 이득을 보게 되고 재정 적자만 부추기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므로 감세 철회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