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대, 초반 여론조사가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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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대, 초반 여론조사가 좌우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1.06.0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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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모 "대의원들, 조사내용 보고 일찌감치 유력 후보에 줄 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을 뒤집고 다음 달 새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누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 4·27 재·보선 참패 이후 한나라당이 직면한 최대 과제인 쇄신과 변화를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에 한나라당 내부 사정에 밝은 황천모(54) 상근 부대변인으로부터 전당대회를 비롯한 최근 당 상황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8일 그는 7·4 전대에서도 '줄서기'가 재연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 한나라당 황천모 상근 부대변인
-7·4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는 누구입니까?

"그 건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다만, 그 동안 전당대회가 치러진 흐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전당대회에서 이뤄진 투표는 후보자들의 어떤 노력에 의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후보자들의 노력에 의해 표가 결집되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미 줄서기를 한 대부분 유권자들(대의원들)에 의해 그 결과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유권자들이 경선 초반에 나오는 기초 여론조사를 본 뒤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져서 가장 유력한 후보에 미리 줄을 서는 방식입니다. 자기 신념이나 이념으로 후보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누가 될 것인가를 보고 줄서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충 누가 유력한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도 똑같은 줄서기가 재연될까요?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 대표가 공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런 현상이 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후보의 정견 발표를 보고 또, 공약이나 정책 등을 보고 유권자들이 선택해야 하는데 당 대표를 뽑는 선거는 그 반대로 진행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음 속으로 이미 정해 놓은 것을 당일 선거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미 정해진 상태인거죠."

-그런 폐해를 막기 위해 이번에는 선거인단 수를 22만명 정도로 대폭 늘리지 않았나요?

"저는 그래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선거 인단 수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책임당원 약 14만 명 가운데 10만 명 정도가 투표권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투표 참여도가 높을 것이고, 그러면 50% 정도의 비율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투표 참여율이 높은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번 전대에 대선예비주자들이 참여하지 않아 마이너리그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요?

"박근혜 전 대표나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시사가 나선다면 흥행 측면에서는 확실하게 나을 것입니다. 그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현재 여론조사 결과 약자(弱者)라고 할 수 있는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지사를 배려하는 차원이라면 당권·대권이 통합되어 이들이 전대에 출마하는 길을 열어주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당헌이라는 것을 쉽게 바꾸는 것은 진중하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당헌은 국가로 따지면 헌법과도 같은 것입니다. 때문에, 어느 쪽이 좋다기 보다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봅니다."

-전대에서 선출된 당 대표가 관리형 대표에 불과해 힘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22만명 당원들이 투표에 참여합니다. 그런 힘으로 뽑은 당의 어른이라면 누가 되든 간에 힘은 실려있다고 봅니다. 22만 명에서 70% 정도는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나름대로 힘을 받을 것입니다."

-이번에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거를 치르자는 얘기가 있었지요?

"맞습니다. 그런 논의가 나온 이면 배경은 이렇습니다. 지금처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뽑는 방식이라면 1등과 2등 사이에 갈등이 예상됩니다. 과거, 강재섭 대표하고 이재오 특임 장관 사이에 갈등이 있었습니다. 안상수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갈등 때문에,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사실, 당 대표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이 힘들 것입니다. 당 대표 시절만이 아니라 나중에도 그런 갈등이 계속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선거 치를 때는 그렇다고 해도 나중에는 화합하는게 맞는데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경쟁이 치열하다면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전당대회가 어떻게 치러졌으면 좋겠습니까?

"전당대회 자체를 우리 당원들의 축제장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게 아니라 정말 추장을 모시는 것이기 때문에 축제장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보다는 서로 합의해서 추대하는 그런 양보하는 리더십이 있었으면 합니다. 당 내 선거가 오히려 본선보다 더 험악하게 이뤄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같은 당 사람끼리 흠 잡을 필요가 있습니까? 물론, 어느 정도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상대방에게 너무 큰 상처를 내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봅니다."
 

▲ 한나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뉴시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본선 승리로 이어질까요?

"대구·경북은 압도적인데 문제는 한나라당 지지도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부산·경남이 심각합니다. 부산·경남에서 과거 대선 때보다 좀 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시대 흐름상 그렇다는 겁니다. 또, 상대 후보가 누군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그리고, 정몽준 전 대표를 비롯한, 속칭 '마이너' 쪽 잠룡들도 내년 총선이 끝나고 본격적인 경선 분위기가 대두되면 지금과는 다른 지지율이 나올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일인자 자리를 너무 오랫동안 유지했는데 그런 선례가 없습니다. 다른 잠재군에서 새로운 인물이 부각되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 때 박근혜 전 대표를 뛰어 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 예상하기 이릅니다."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한 생각은?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과 복지부장관, 경기도지사까지 지낸 손학규 대표가 지금 야당 지도자가 됐는데, 우리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대중적 지지도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렇더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당을 버리고 간 사람이기에 어떻게든 꺽어야 한다고 봅니다.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저가 여러 당대표님들을 모시고 선거운동 현장을 누볐습니다. 그 결과 시끄러운 연설보다는 골목골목을 파고드는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각개전투를 벌여야지 무리지어서 세를 과시하는 건 안먹힙니다. 나홀로 선거처럼 진지하게 다가서야 합니다."

-요즘 한나라당에서 벌어지는 이념 논쟁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집토끼-산토끼 논란은 사실상 큰 문제가 아닙니다. 쉽게 말해서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자는 측과 보수층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측의 목표는 동일합니다. 결국 표를 많이 얻자는 것 아닙니까? 정당은 선거에서 표를 얻어서 유지되는 것입니다. 결국, 어떻게 표를 얻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에서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한나라당 자체의 이념이 변질되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변인님의 서면 브리핑을 자주 접했습니다. 상근 부대변인으로 얼마나 활동하셨습니까?

"2007년 이명박 후보로부터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에 임명되어 당 부대변인과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을 겸했습니다. 그 뒤로 강재섭 대표, 박희태 대표, 정몽준 대표, 안상수 대표 등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대표들의 공식일정을 수행하고 그 분들의 말씀을 정리해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지금은 황우여 대표 권한대행을 수행하며 말씀을 정리하고 보도자료를 냅니다. 대표의 모든 공식적 발언은 제 손을 통해서 나갑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모셨던 대표님들의 말씀 솜씨를 평가해주십시요

"제 입장에서는 문장을 제대로 구성하시는 분이 편한데, 안상수 대표님이 비교적 무난하신 것 같습니다. 박희태 대표님은 유모가 넘치고, 즉석 '애드리브'를 잘하십니다. 원고를 보지 않고도 말을 잘하십니다. 정몽준 대표님은 말씀은 매끄럽지 않지만 문장으로 써 놓으면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강재섭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도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첨언하자면, 정몽준 대표님은 연설할 때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높고 낮음과 길고 짧음이 없으면 듣는 사람이 지루할 수 있습니다."

-상근 부대변인 업무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힘든가요?

"대표님들이 많은 곳을 방문하십니다. 그 덕분에 저도 안가본 곳이 없습니다. 청와대부터 기초생활 수급대상자 집까지 찾아다니십니다. 대표님들 일정이 오후 6시 이후에 나오는데, 그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도 힘들지만 추가 일정이 있기 때문에 항상 5분 대기조 역할을 해야합니다. 사실, 넥타이 한번 풀어볼 여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보수는 전혀 없습니다. 야당 상근 부대변인은 급여를 받지만 한나라당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최근에 교통비와 숙박비만 지급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부자당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돌아가는 시스템은 전혀 안그렇습니다. 당대표도 10원을 쓰더라도 영수증 처리를 합니다."

-그렇게 무보수로 열심히 일하는 만큼 공천에 대한 기대도 크겠네요?

"그런 마음이 있는데, 지금에 와서는 마음을 많이 비웠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은 될만한 사람들이 됩니다. 그 만한 역량이나 경륜이 있기 때문이지 아무나 안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가 자꾸 겸손해지게 되더라구요. 다만, 가정을 뒤로하고 나름대로 당을 위해 헌신하는데 선거 때만 되면 외부인사들이 공천을 장악하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솔직히, 다른 좋은 직장에서 정년 퇴임해서 다시 금배지를 달고 지자체 단체장이 된 사람들에 대해 당직자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빽이 센 사람입니다. (웃으며) 2007년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을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했고, 현재 국가서열 2위인 박희태 의장님도 모셨고, 재력가인 정몽준 대표도 모셔봤고 현재 권한대행도 모시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지금 정치판은 과거 70~80년대와 확연히 다릅니다. 주로 언론을 통해서 정치집단이 가장 부패하고 갈등이 많은 것으로 비쳐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깨끗한 집단이 정치집단입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사회에서 덕망과 인품을 갖춘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정치권에 들어오면 욕을 먹는데, 조금만 잘못해도 그 것이 확대되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국회에는 언론인들이 천여명도 넘습니다. 그 분들이 감시하고 있는데, 그런 감시망 속에서 이 정도로 버틴다는 것은 쉬운게 아닙니다. 정치는 4류라고 하는데 오히려 일류라고 봅니다. 제가 대표님들을 많이 모시는데 새벽부터 밤까지 봉사합니다. 골프 한번 마음대로 못치고, 노래방도 못갑니다. 좀 여유가 있는 일반 국민들은 해외여행도 할 수 있지만 정치인들은 그 것도 마음대로 못합니다.  참 검소하게 생활하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존중해야 할 인재들입니다."

* 황천모 상근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부대변인단에서는 좌장격 인물로 통한다. 특히, 대한민국 정당사상 가장 많은 보도자료를 낸 성실파 대변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금까지 1200건이 넘는 보도자료를 냈다. 특히, 다섯명의 당 대표들을 옆에서 수행, 이들의 면모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객관적 시각에서 한나라당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 국민공감위원회 위원과 전략기획본부 정보위원을 맡고 있으며, 뉴라이트 봉사단 전국협의회 사무총장, 한나라당 나눔 봉사위원회(참씨앗봉사단) 사무총장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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